"망가진 내 몸이 증거"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 오열

김윤주 입력 2021. 1. 12. 22:46 수정 2021. 1. 12. 2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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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몸에서 일어나는 일이 다 증거인데 그 증거조차 인정하지 못하는 사법부나 가해 기업, 정부를 용서할 수 없어요."

12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앞에 있던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조순미(51)씨는 울음을 터트렸다.

이날 '가습기살균제참사 전국네트워크'(가습기넷)와 피해자들은 중앙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피해자는 있지만 가해자는 없다는 판결을 납득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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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 살균제' 파동]"5년째 산소공급기 달고 사는데..
사법부·가해기업·정부 용서 못해"
가습기 살균제 사태에 연루돼 재판에 넘겨진 에스케이 케미칼과 애경산업 전직 임원들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를 받은 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 앞에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조순미 씨가 해당 선고 결과를 부정하며 눈물로 호소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제 몸에서 일어나는 일이 다 증거인데 그 증거조차 인정하지 못하는 사법부나 가해 기업, 정부를 용서할 수 없어요.”

12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앞에 있던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조순미(51)씨는 울음을 터트렸다. 이날 가습기살균제 사건과 관련해 재판에 넘겨진 에스케이(SK)케미칼과 애경산업 전 대표에게 무죄가 선고된 뒤였다. 조씨는 2008년부터 2010년 2월까지 옥시싹싹 뉴가습기당번과 애경 가습기메이트를 사용했고, 2009년 말 발작과 호흡곤란으로 병원에 입원했다. 그 뒤 천식과 독성간염 등을 앓고 있다. 2017년부터는 9㎏에 이르는 산소공급기를 24시간 착용하게 됐다. 이날도 산소공급기를 메고 온 그는 “가만히 있으면 해결되는 게 없다. 앞으로도 계속 맞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가습기살균제참사 전국네트워크’(가습기넷)와 피해자들은 중앙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피해자는 있지만 가해자는 없다는 판결을 납득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억장이 무너진다는 표현밖에 안 나옵니다. 너무 힘이 빠지고 막막하다는 생각만 들어요.”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손수연(45)씨도 충격에 빠졌다. 손씨는 출산을 한달 앞둔 2004년 12월부터 약 5개월 동안 애경의 ‘가습기메이트’를 사용했다. 손씨와 남편, 아이 모두 폐섬유화와 천식을 앓고 있다. 손씨는 “2016년 1차 수사 당시에는 가습기메이트와 관련 증상이 인과관계가 없다는 발표를 믿었다”며 “그런데 왜 나와 내 아이 몸에는 이런 피해가 나타나는지 의문이 들 뿐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2019년에 진행된 가습기살균제 관련 재판을 모두 보느라 일주일에 두세번은 서울중앙지법에 갔다. 재판이 10시간 넘게 진행돼 새벽에 끝날 때는 피고인과 해당 기업 직원, 변호사 등과 함께 걸어 나오는 게 고역이었다고 한다. “나만 빼고 다 같은 팀이라는 생각이 들어 씁쓸했어요. 그래도 피해를 입증하려면 직접 나서야 한다는 걸 뼈저리게 느껴서 나라도 지켜봐야 한다는 생각에 매번 갔습니다.”

가습기넷은 “재판부의 1심 판결로 결국 가해기업들은 면죄부를 받고 말았다. 항소심에서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올 때까지 끝까지 싸울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김윤주 기자 k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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