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폭등 현대차. 올해는 지배구조 개편 본격화하나?

김경민 2021. 1. 12. 2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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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실상부 정의선 회장 체제를 맞은 현대차그룹이 숙원 과제인 지배구조 개편에 속도를 낼지 재계 관심이 뜨겁다. 현대오토에버, 엠엔소프트, 오트론 등 IT 계열사를 합병하고 정 회장이 사재를 들여 미국 로봇업체를 인수하는 등 벌써부터 준비 작업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솔솔 나온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사재 털어 로봇업체 인수한 정의선

▷현대글로비스 역할 주목

현대차그룹은 2020년 12월 8억8000만달러(약 9500억원)를 들여 일본 소프트뱅크그룹으로부터 보스턴다이내믹스 지분 80%를 인수하기로 했다. 현대차가 지분 30%,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가 각각 20%, 10%씩 보유하는 구조다. 정 회장도 직접 사재 2400억원을 털어 지분 20%를 매입한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글로벌 로봇 시장에서 기술력이 앞선 기업으로 평가받는 만큼 현대차그룹이 향후 로봇 사업을 대대적으로 키울 가능성이 높다.

현대차그룹이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인수한 것은 단순히 로봇 사업 강화만을 위해서일까. 재계 안팎에서는 그룹 지배권 강화를 위한 포석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보스턴다이내믹스 인수 과정에서 정 회장뿐 아니라 현대글로비스도 참여했다. 정 회장(20%)과 현대글로비스(10%) 지분을 합하면 30%에 달한다.

여기서 현대차그룹 순환출자구조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현대차그룹은 기아차 → 현대모비스 → 현대차 → 기아차로 이어지는 순환출자구조다. 정 회장은 핵심 계열사인 현대차(2.62%)와 기아차(1.74%), 현대모비스(0.32%) 지분이 거의 없다. 정몽구 명예회장이 보유한 지분(현대차 5.33%, 현대모비스 7.13%)을 물려받더라도 두 핵심 회사 지분율이 각각 10%에도 못 미친다.

그나마 정 회장이 기댈 곳은 현대글로비스다. 현대글로비스 지분이 23.29%에 달하기 때문이다. 만약 보스턴다이내믹스가 미국 나스닥에 상장할 경우 정 회장 지분가치뿐 아니라 현대글로비스 기업가치도 덩달아 오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자연스레 부친 정몽구 명예회장 지분을 상속받는 데 필요한 자금 마련도 수월해질 전망이다. 이상현 IBK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보스턴다이내믹스 인수 과정에서 핵심 계열사 중 한 곳인 기아차가 빠지고 현대글로비스가 참여한 데다 정의선 회장까지 뛰어든 점이 눈길을 끈다. 대주주 지분가치를 극대화해 지배구조 변화에 도움이 될 것이다. 향후 4~5년 내 보스턴다이내믹스 가치를 키워 미국 시장 상장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때마침 정 회장 지분이 많은 현대차그룹 IT 계열사 현대오토에버가 덩치를 키운 점도 눈길을 끈다. 현대오토에버는 2020년 12월 11일 이사회를 열고 계열사 현대엠엔소프트와 현대오트론을 흡수, 합병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현대오토에버는 현대차그룹 IT 인프라 사업을 해왔다. 현대엠엔소프트는 내비게이션 소프트웨어, 현대오트론은 차량용 임베디드 플랫폼 전문업체다.

현대차 측은 “그룹 내 분산된 소프트웨어 개발 역량을 통합해 모빌리티 소프트웨어 전문기업으로 새 출발한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지분구조를 들여다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정 회장이 보유한 현대오토에버 지분이 9.57%에 달하기 때문이다. 현대글로비스(23.29%), 현대엔지니어링(11.72%)에 이어 그룹 내 세 번째로 지분이 많은 계열사다. 현대오토에버 가치가 높아질수록 정 회장이 보유한 지분가치가 수직 상승한다는 의미다.

현대차그룹이 새해 본격적인 지배구조 개편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사진은 현대차그룹 양재동 사옥. <매경DB>
▶지배구조 개편 어떻게

▷2018년 방안 재추진 가능성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은 어떻게 추진될까.

일단 순환출자구조 해소에 집중할 가능성이 높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국내 10대 대기업 집단 중 순환출자구조를 해소하지 못한 곳은 현대차그룹이 유일하다. 이런 지배구조를 고수하면 외부 투기자본 공격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이를 누구보다 잘 아는 현대차그룹도 2018년 3월 서둘러 지배구조 개편에 나선 바 있다. 현대모비스를 인적분할해 모듈·AS(애프터서비스)사업부를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고, 현대모비스 존속법인을 현대차그룹 지배회사로 남기는 방식으로 순환출자고리를 끊으려 했다. 정몽구 명예회장과 정의선 회장이 기아차, 현대제철, 현대모비스가 보유한 존속 현대모비스 지분을 모두 매입하고, 현대모비스를 현대차그룹 지배회사로 두는 방안이었다. 이를 통해 정의선 회장 → 현대모비스 → 현대차 → 기아차로 지배구조를 단순화하려 했다. 당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현 청와대 정책실장)이 이 안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지배구조 개편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 보였다.

하지만 야심 차게 내놓은 지배구조 개편은 곧장 벽에 가로막혔다. 미국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지주사 체제로 전환해 복잡한 지배구조를 간소화하라”고 압박한 데다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 ISS 등 여러 의결권 자문사들도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 합병 비율이 주주에게 불리하다는 의견을 냈다. 논란이 커지자 현대차그룹은 결국 지배구조 개편을 포기했다.

재계에서는 정 회장이 최대주주인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적극 활용해 지배구조 개편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2018년 당시 주주 반발을 샀던 만큼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 분할, 합병 비율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보완해 개편안을 다시 추진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지배구조 개편에 반대했던 엘리엇매니지먼트가 2020년 초 현대차 계열사 지분을 전량 매각하고 철수한 것도 호재다.

일례로 현대모비스 분할법인을 상장해 시장에서 가치를 평가받은 후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는 시나리오가 나온다. 이후 현대모비스 존속법인이 합병 글로비스에 대해 공개매수에 나서고 정몽구 명예회장, 정의선 회장 등 대주주가 여기에 참여하는 방식이다. 자연스레 순환출자구조 핵심 계열사 현대모비스에 대한 대주주 지배력이 강화되는 효과가 나타날 전망이다. 김준성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는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은 2018년 안을 수정하거나 재추진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또 다른 시나리오로 현대모비스, 현대차, 기아차를 각각 인적분할한 뒤 3개사 투자 부문을 합병해 지주사로 전환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하지만 지주사 체제 전환을 위해서는 선결 과제가 있다.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현대카드, 현대캐피탈 등 금융 계열사를 포기해야 하는 만큼 섣불리 추진하기 어려운 시나리오다.

한편에서는 현대건설, 현대엔지니어링 등 건설 계열사를 활용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정 회장은 비상장사 현대엔지니어링 지분 11.72%를 보유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을 상장해 지분을 현금화하면 수조원대로 예상되는 지주사 지분 취득, 증여세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 합병 가능성이 거론된다. 현대건설은 현대엔지니어링 지분 38.62%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두 회사가 합병하면 정 회장이 보유한 현대엔지니어링 지분 11.72%는 합병사 지분으로 바뀌고 지분 교환이나 현금화가 한층 용이해진다. 재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 입장에서는 지주사 전환이나 현대모비스, 글로비스 합병이 여의치 않을 경우 현대엔지니어링 상장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현대건설이나 현대로템과 합병하는 식으로 덩치를 키우는 방안도 염두에 둘 것”이라고 귀띔했다.

[김경민 기자 kmkim@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92호 (2021.01.13~2021.01.1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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