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수단에 남겠습니다..더 멋진 전역을 위해"
[경향신문]
코로나19로 부대 교대 늦어지자
3명 전역 늦추고 7명은 휴가 포기
“내가 자리 비우면 부대원들 고생
고대했던 꿈이지만 임무 완수”
아프리카 중부 남수단에서 유엔 평화유지활동(PKO)을 하는 한빛부대(남수단 재건지원단) 병사 10명이 자발적으로 휴가를 포기하거나 전역을 연기했다. 코로나19로 인해 후임 부대와의 교대가 늦춰지자, 부대에 남아 임무를 마치겠다고 한 것이다.
12일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6월부터 남수단에서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한빛부대 12진 병사 3명이 전역을 연기하고 7명이 휴가를 포기했다. 이들은 지난해 11월19일과 12월3일 다른 병사 60여명과 함께 귀국할 예정이었지만, 부대 잔류를 선택했다.
휴가를 포기하거나 전역을 연기한 이유는 코로나19로 인해 한빛부대 13진과의 교대가 늦춰졌기 때문이다. 한빛부대가 속한 유엔 남수단임무단(UNMISS)은 현지 격리시설이 부족해지자 병력을 파견한 모든 국가들의 교대를 늦추도록 했다. 이에 따라 13진과의 임무 교대 날짜도 지난해 12월3일에서 오는 27일로 늦춰졌다. 한빛부대원 12진 270여명 중 60여명은 지난해 11~12월 귀국했고, 90여명은 이날 귀국했다. 나머지 부대원들은 임무 교대를 마치고 다음달 초 한국으로 돌아온다.
54일간의 휴가를 포기한 윤세환 병장은 전역 때까지 태권도교실의 조교 임무를 계속 수행한다. 그는 “남수단에 다시 올 기회는 없을 것 같다”며 “기회가 있을 때 부대원들과 함께 이곳에서 전역까지 함께하고 싶다”고 말했다.
전역을 17일 연기한 운전병 송정준 병장은 “전역은 고대하던 꿈이었다. 하지만 국제평화 유지라는 임무를 완수하고, 동고동락한 부대원들을 위해 조금 늦어도 더 멋지게 전역하고 싶다”고 말했다. 58일간의 휴가를 포기한 조리병 정현엽 병장도 “내가 자리를 비우면 200여명의 식사를 매일 책임져야 하는 우리 조리팀이 힘들까봐 걱정이 되기도 한다”며 “조금이라도 더 남아 부대에 이바지하고 싶다”고 말했다.
휴가를 포기하거나 전역을 늦춘 이들에게 군이 제공하는 보상은 없다. 한빛부대장 최재영 대령은 “12진 부대원 모두 자랑스럽고, 특히 어려운 결정을 내려준 10명의 용사에게 고마움을 전한다”고 말했다.
한빛부대는 2011년 수단으로부터 독립한 남수단을 지원하기 위해 2013년부터 파견됐다. 유엔군의 주보급로 1000㎞ 등 내전으로 황폐해진 도로·교량 등을 건설·보수한다. 직업학교 운영과 교육물자 지원 등 난민 보호 임무도 수행한다. 한빛은 ‘세상을 이끄는 환한 큰 빛’이라는 순우리말이다.
2015년 8월 비무장지대(DMZ)에서 목함지뢰가 터졌을 당시 병사 수십명이 전역을 연기했다. 2015년 연평부대 병사 3명도 대비태세기간에 전우들과 함께 있겠다며 전역을 늦춘 바 있다.
곽희양 기자 huiya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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