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희롱·차별 논란 '이루다' 한 달도 안돼 은퇴 위기
남궁훈 "현존하는 혐오와 차별 노출된 것" 반성 촉구
[경향신문]
출시되자마자 큰 인기를 끌었던 인공지능(AI) 챗봇 ‘이루다’(사진)가 한 달도 되지 않아 ‘은퇴 위기’를 맞았다. ‘AI에 대한 성희롱’이란 생소한 문제로 시작해 동성애·장애인 혐오 및 성차별 논란, 개인정보 유출 문제까지 불거지자 이루다의 개발사인 스타트업 스캐터랩은 지난 11일 밤 ‘입장문’을 통해 ‘잠정 휴식’을 알렸다. 이어 12일 오전 신규 가입 절차를 중지했고 오후에는 서비스를 완전히 중단했다. 지난달 23일 서비스를 시작한 지 21일 만이다.
아직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에 대한 조사와 피해자들의 소송이 남았지만 이루다로 인한 논란은 일단락되는 분위기다. 다만 이를 계기로 법적 문제와 별개로 ‘AI 서비스의 사회적 책임’과 ‘한국사회에 만연한 혐오 분위기’에 대해 본격적으로 논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재웅 전 쏘카 대표는 이루다 서비스 중단이 발표된 직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AI를 공공에 서비스할 때의 사회적 책임, 윤리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고 여러 가지를 재점검하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며 “더불어 이러한 문제가 회사의 지배구조의 다양성 부족이나 회사 구성원의 젠더감수성이나 인권감수성의 부족에서 온 것은 아닌지 한 번 더 점검하고 보완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이루다를 계기로 AI 챗봇, 면접/채용, 뉴스 추천 등이 인간에 대한 차별, 혐오를 하거나 조장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사회적으로 점검하고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등을 통해 AI를 학습시키는 우리 인간들의 규범과 윤리도 보완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 전 대표는 이루다 서비스 중단에 대해서는 ‘잘한 결정’이라며 “이루다로 입증된 훌륭한 기술력을 가지고 있는 회사여서 조만간 보완되고 개선된 서비스를 선보일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남궁훈 카카오게임즈 대표는 ‘현 사회가 먼저 반성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남궁 대표는 지난 11일 오전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이 캐릭터(이루다)가 현세대와 동떨어진 이야기를 하면 모르겠지만 사실은 현세대에 분명히 현존하는 혐오와 차별이 노출되었을 뿐”이라며 “오히려 문제라면 이 AI가 현세대를 통해 학습되었기 때문에, ‘현세대가 가지고 있는 혐오와 차별이 문제’인 것이다. 반성을 해야 한다면 AI가 반성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현 사회가 반성을 해야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남궁 대표는 이번 논란으로 AI 산업이 정체되는 것도 우려했다. 그는 “모처럼 일어난 AI에 대한 사회의 관심을 긍정적 방향으로 이끌어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이제 시작일 뿐인 이 산업, 매우 매력적인 시작으로 보이는 이 캐릭터에 엉뚱한 규제로 혁신을 또 가둬두지 않을지 걱정스럽다. 그리고 혁신적 서비스를 출시한 회사에 박수를 보낸다”고 밝혔다.
홍진수 기자 soo4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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