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에 빠진 피해자들 "증거인멸 판결 나왔는데 증거가 없다니..숨이 멎을 것 같다"
[경향신문]
인체에 독성이 있는 성분으로 가습기살균제를 만들어 판매한 혐의로 기소된 SK케미칼과 애경산업 전직 임직원이 무죄를 선고받자 피해자들은 “납득할 수 없는 판결”이라며 반발했다.
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가습기넷)는 12일 서울중앙지법이 SK케미칼과 애경산업 전직 임직원들에게 전원 무죄를 선고한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있을 수 없는 판결”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법원은 “가습기살균제 성분과 폐질환·천식 발생·악화 간 인과관계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홍지호 전 SK케미칼 대표, 안용찬 전 애경산업 대표 등 SK케미칼과 애경산업 임직원 17명에게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장동엽 가습기넷 상임간사(참여연대 간사)는 “가습기살균제 성분인 메틸이소티아졸리논(MIT)과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의 독성에 대해서는 이미 학계에서 충분한 근거가 나왔고 의학적으로 피해자들을 검증하는 방법도 있다”며 “증거가 없다는 것은 사법부의 기만”이라고 말했다.
장 간사는 “재판 과정에서 고광현 전 애경산업 대표와 양모 전 애경산업 전무는 증거인멸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았다. 증거가 인멸되는 사이에 국가와 검찰은 무엇을 했나”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법이 개정되면서 가습기살균제 진상규명 활동이 종료됐다. 법을 개정해서라도 다시 진상규명을 해야 한다”며 “끝까지 싸워서 항소심에는 다른 결과를 받아내겠다”고 밝혔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조순미씨도 울분을 감추지 못했다. 조씨는 “숨이 멎을 것 같다. 가습기살균제로 제대로 생활을 못하고 사는데 우리는 어디 가서 뭐라고 말해야 하느냐”고 했다. 그는 “증거인멸 행위가 밝혀졌는데 증거가 없다는 판결은 납득할 수 없다”며 “여기서 주저앉지 않고 그들이 죄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박채영 기자 c0c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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