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발 이익공유제에 '코로나 특수' 기업들 "내용 뭐냐" 촉각
전자·IT·온라인 유통 플랫폼 분야 눈치보며 전전긍긍
"경기전망 불확실, 재투자 위축 기업 성장 저해" 반발도
[경향신문]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운을 띄운 ‘코로나 이익공유제’에 경제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이익을 많이 올린 기업들이 피해가 심각한 업종을 돕자는 것이 기본 취지다. 하지만 여권이 구체적으로 어떤 그림을 그리고 있는지 명확지 않아 이를 파악하기 위한 기업들의 물밑 움직임이 분주해지는 모습이다.
■ 눈치보는 ‘코로나 특수’ 기업들
이 대표는 지난 1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코로나19로 많은 이득을 얻은 계층이나 업종”을 콕 집어 ‘코로나 이익공유제’의 주 대상으로 언급했다. 그러자 당장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경제’가 확대되며 매출과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성장한 업종과 기업 이름이 구체적으로 거론되기 시작했다. 최근 지난해 실적(잠정치)을 발표한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반도체·가전업종과 네이버와 카카오 등 정보기술(IT) 기업, 배달의민족과 쿠팡 등 온라인 유통 플랫폼·서비스업체 등이 거명된다.
이들 기업의 실적은 수치로 금방 확인된다. 지난 8일 삼성전자가 발표한 2020년 잠정 실적에 따르면 연간 영업이익은 35조9500억원으로 2019년에 비해 29.5% 증가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2.5% 증가에 그쳤지만 각국의 봉쇄령으로 반도체 업황이 개선되며 영업이익 증가율이 30%에 육박했다. LG전자도 같은 날 발표한 지난해 실적 잠정치에서 3조1918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집콕’으로 억눌린 수요가 생활가전 부문의 판매 성장을 이끌었다.
2월까지 이어지는 지난해 4분기 실적 발표 시즌에는 영업이익이 급등한 기업들이 줄을 이을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코스피 상장사 164곳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32조7094억원에 이른다. 기업 1곳이 한 분기에 평균 2000억원을 벌어들인 셈인데, 전년 동기 대비 52.3% 늘어난 수치다. LG화학 4220.6%, 금호석유 1119.9% 등 석유화학업체가 저유가에 힘입어 특히 이익을 많이 낼 것으로 전망됐다. 대표 IT기업인 네이버도 같은 기간 245.4%, 카카오는 80.5%의 영업이익 증가율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으며, 제약회사인 셀트리온도 114.0%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시중에서 ‘코로나 수혜주’로 언급되는 기업들이 실제로도 그만큼 많은 이익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 일각 반발 속 ‘설계도’에 관심
해당 기업들은 공식 반응을 자제하면서도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재계 서열 상위권 그룹의 한 임원은 “구체적으로 어떤 제도를 하겠다는 것인지 궁금하다”며 “여권과 사전 협의는 전혀 없었으며, 알려진 기본 취지 이외에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아직은 모호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대기업의 고위 임원은 “사내에 관련 기사를 공유한 것 이상의 논의는 없었다”며 “강제로 하는 것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동참을 권한다고 했는데, (기업이) 먼저 움직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IT기업 관계자도 “상황을 좀 봐야 할 것 같다”며 “언택트 기업이 코로나로 혜택을 입은 것은 맞지만, 구체적인 정책이 나와야 준비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발도 감지된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몇 년 전부터 준비해 선방한 것과 코로나의 혜택을 입었다는 것을 어떻게 구분하겠느냐”며 “같은 업종 내에서도 희비가 엇갈리고, 같은 회사 안에서도 부문별로 성과가 다른데 실효성이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 인터넷몰 관계자는 “경기전망이 불확실하고 매출이 늘어도 적자인 경우가 허다하다”며 “재투자를 가로막아 기업성장을 저해할까 우려된다”고 했다.
‘일단 지켜보자’는 기류 속에 관심은 어떤 형태의 제도가 도입될지에 쏠린다. 홍익표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12일 KBS라디오에서 “대기업이나 일부 금융 쪽에서 펀드를 구성하고, 펀드가 중소기업이나 사회적으로 어려운 계층에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사업 기획을 적극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업의 자발적 참여와 기금 조성·금융 지원에 초점을 둔 것으로 풀이된다.
한 은행 관계자는 “자발적으로 이익공유에 참여한 기업에 대해 대출 한도를 늘려주거나 금리를 낮춰주는 방법이 있을 것”이라고 했고,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가 방침을 정하면 은행이 거절하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정환보·조미덥·정원식 기자 botox@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한동훈 “정치 개같이 하는 사람이 문제”···선거운동 첫날 돌발 이슈
- ‘테슬라 스펙’ 맞먹는 샤오미 첫 전기차···빅테크 성공·중국 패권 ‘두 토끼’ 잡을까
- 한소희, 혜리에 “뭐가 재밌었냐” 공개 저격→“성격 급했다” 빛삭
- 신라시대 철갑기병, 3800장 미늘 엮은 갑옷·투구로 중무장
- [김광호 칼럼] ‘한동훈 정치’의 네 장면
- [단독]‘유사모’ 뜨자···방통위 “주진형·송은이 등 유명인 사칭 광고 차단을” 긴급 공문
- 되살아난 윤석열 정권 심판 바람…전문가 예측 총선 판세도 뒤집혔다
- ‘윤 대통령 대파값 875원’ MBC 보도, ‘파란색 1’ 2탄 되나
- 이수정, 38억 강남 아파트 2채 “저축해 모아···대전 선산 있다고 대전 출마하나”
- “민주당이 못했던 것, 조국이 그냥 짖어불고 뒤집어부러라”···광주 르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