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 기댄 일탈 창구..성매매·동물학대 등 범죄온상 된 오픈채팅방

권구성 2021. 1. 12.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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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서 야생동물을 잔인하게 죽이거나 학대하는 영상이 공유돼 경찰이 수사에 나선 가운데 오픈채팅방 관리 실태가 도마에 올랐다.

지난해 'n번방' 사건이 발생하는 등 익명성이 보장된 채팅 애플리케이션(앱)들이 범죄 창구가 되고 있어 강화된 규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12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성동경찰서는 최근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고어전문방' 참여자들의 신원을 특정하기 위해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하는 등 강제수사에 착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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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증 절차 없이 누구나 방 개설
최근 동물학대 '고어전문방' 적발

금전거래도 활발.. 사기업체 활개
유해단어 등 금칙에도 관리 구멍
'표현의 자유 억압' 반대 목소리도
최근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서 야생동물을 잔인하게 죽이거나 학대하는 영상이 공유돼 경찰이 수사에 나선 가운데 오픈채팅방 관리 실태가 도마에 올랐다. 지난해 ‘n번방’ 사건이 발생하는 등 익명성이 보장된 채팅 애플리케이션(앱)들이 범죄 창구가 되고 있어 강화된 규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일각에서는 표현의 자유를 억압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12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성동경찰서는 최근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고어전문방’ 참여자들의 신원을 특정하기 위해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하는 등 강제수사에 착수했다. 앞서 시민단체 동물자유연대는 동물보호법·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해당 채팅방 참여자들을 경찰에 고발했다. 이 채팅방에서는 덫에 걸린 길고양이에게 휘발유를 부어 불로 태워 죽이거나 활로 쏘는 영상 등 동물을 잡아 신체 부위를 자르고 학대하는 영상이 공유된 것으로 확인됐다. 영상물의 상당수는 채팅방 참여자들이 찍은 것으로 알려졌다. 동물권단체들은 ‘동물판 n번방 사건’이라며 강력한 처벌을 주장하고 있다.

해당 채팅방은 ‘익명’이라는 오픈채팅방의 특성을 악용했다는 점에서 오픈채팅방 규제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많다. 오픈채팅방은 대부분 별도의 인증절차 없이 누구나 쉽게 개설하고, 익명의 다수와 소통할 수 있어 이용자도 증가세다. 그러나 이 같은 ‘익명 보장’ 규정이 사건·사고를 방조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오픈채팅방은 범죄 통로로 이용되고 있다. 특히 미성년자들과도 쉽게 접촉할 수 있어 미성년자 관련 성범죄나 성매매 수단으로도 쓰인다. 지난달 인천지법은 지적장애 3급의 13세 청소년을 상대로 성관계를 맺어 임신시킨 혐의(미성년자의제강간)로 기소된 A(21)씨에게 징역 2년6개월,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이들은 오픈채팅방을 통해 처음 만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사회적 공분을 산 n번방 사건에서 불법 성착취물이 공유된 창구 역시 익명성이 보장되는 텔레그램이었다.
음성적인 금전거래도 활발하다. 대출업자들은 오픈채팅방을 통해 돈이 필요한 이들과 접촉하고, 법정 한도를 뛰어넘는 금리를 요구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주식투자 열풍을 이용해 높은 수익률을 제시하는 금융투자업 위장업체들도 활개치고 있다. 하지만 익명성으로 통제가 어려운 것은 물론 피해발생 때 구제조차 쉽지 않다.

이처럼 오픈채팅방 관련 논란이 커지고 있지만 선뜻 통제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다는 반론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여성가족부는 2019년 오픈채팅방 내 불법촬영물을 집중 단속하겠다고 밝혔다가 ‘지나친 검열’이란 비판에 시달렸다. 당시 여가부는 “불법촬영물이 집중 공유되는 오픈 채팅방만이 단속 대상”이라고 해명했지만, “지나친 빅브러더(시민을 감시하는 전체주의적 권력)”라는 여론의 질타가 이어지면서 결국 단속 계획을 접었다.

오픈채팅방을 운영하는 카카오는 모니터링을 통해 논란의 소지가 있는 채팅방을 관리한다는 입장이다. 성매매나 조건만남 등의 유해단어를 금칙어로 설정하고, 신고가 접수되면 해당 이용자의 계정을 정지하거나 검색에서 배제하는 등의 조치도 병행하고 있다. 다만 이 같은 관리는 오픈채팅방 목록에서 보이는 기본 정보와 이용자의 신고를 기반으로 하는 것이어서, 이미 불법적인 대화가 이뤄진 뒤 단속하는 것이란 한계가 있다.

이웅혁 건국대 교수(경찰학)는 “익명 채팅앱을 통한 범죄가 점차 증가하는 만큼 적절한 장치가 필요하다”며 “표현의 자유를 지키면서도 범죄 악용을 제어하는 방안들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구성 기자 k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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