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먹은 치킨 60마리 환불?.. 공군부대 관계자 "딱딱하고 잡내 심해서"

현화영 2021. 1. 12.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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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주 "봉사활동 했다 생각하고 잊고 있었는데.." / 공군 공식입장 "원만한 문제 해결 위해 사실관계 확인 중"
본 기사와 무관한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한 공군부대가 부대 인근에 있는 치킨집을 상대로 치킨 60마리를 환불하고 배달 애플리케이션 별점 테러를 남기는 등 ‘갑질’을 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치킨집 업주의 폭로에 부대 관계자 징계·처벌을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제기했다.

12일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 ‘125만원어치 치킨 먹고 한 푼도 안낸 공군부대’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퍼졌다.

해당 게시물은 유명 배달앱에 올라온 리뷰를 갈무리(캡처)한 것으로, 부대 관계자로 추정되는 이용자는 해당 업체에 별점 1점을 주고는 “지역 배달비 2000원이라고 명시돼 있는데 군부대라고 현금 1000원을 더 달라고 했다”면서 “계좌이체로 1000원을 보내긴 했는데 어이가 없어서 화가 난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부대가 도심 근처라 추가 배달비를 받을 이유가 없다고 주장한 그는 “1000원 때문에 잠재고객들 다 잃었다고 생각하시라. 저번에 단체주문 했을 때도 닭가슴살만 몇십인분 줘서 결국 부대 차원에서 항의하고 환불받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번에도 군부대라고 호구 잡는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인터넷 커뮤니티 갈무리.
 
그러자 업주도 가만있지 않았다.

업주는 댓글을 통해 추가 배달료 사건에 관해선 “배달기사가 바빴는지 잊고 말씀드리지 않아 주의드리겠다고 재차 사과한 바 있다”고 우선 해명했다.

이어 그는 ‘치킨 60마리 환불’ 사건에 관해 “몇 달 전 주문한 순살치킨 60마리는 많은 양을 조리해야 했고, 인수한 지 얼마 안 돼 순살에 들어가는 가슴살과 엉치살 네다섯 조각 구분을 잘못해 포장에 미흡했던 점은 인정한다”고 했다.

하지만 업주는 “죄송하다고 거듭 사과드렸고, 양도 1마리당 750g인데 850g 이상 채워넣었다. 60마리 주문에 61마리를 보냈고, 치즈볼도 120개 서비스로 드렸다”면서 “2마리당 1병씩 나가는 콜라도 36개나 보냈다”라며 서비스에 특히 신경썼다고 밝혔다.

그는 “(군부대 측에서) 뻑뻑해서 못 드셨다던 치킨은 단 한 마리도 수거하지 못한 상태에서 60마리 전액 환불조치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직업군인 남동생이 있는지라 열심히 나랏일 하시는 분들 힘내시라고 더 많이 드리려고 노력하고 새 기름으로 갈아서 4시간 반 동안 데여가며 땀흘려 정성껏 조리해드렸던 노고가 너무 비참하고 속상했다”고 했다.

업주는 “지난 일이니 봉사활동했다 치려했는데 이렇게 다시 들춰내시니 평소 달지 않던 리뷰 댓글을 처음으로 달게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공무원이라는 분들이 이 일로 본사를 들먹이며 협박하듯 전화를 수도 없이 했다”라면서 “호구 잡았다고 하셨나? 대체 누가 호구인가요? 125만원어치 닭을 드리고 10원 한 장 못 받은 제가 호구인가? 배달료 1000원을 낸 공군부대가 호구인가?”라고 반문했다.

업주는 “앞으로 공군부대 주문은 일체 받지 않도록 하겠다”고 다짐하며 글을 마쳤다.

해당 게시물은 온라인 공간에 확산하며 ‘공군 갑질’ 사건으로 비화되고 있는 양상이다. 현재 ‘별점 1점 테러’ 이용자 리뷰 글은 삭제된 상태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125만원어치 치킨 먹튀 갑질한 공군부대’라는 제목의 청원까지 올라왔다.

공군 공식 인스타그램 갈무리.
 
논란이 커지자 부대 관계자로 추정되는 한 누리꾼은 “순살치킨 60여 마리를 주문했을 때 업체 측의 실수로 인해 씹지도 못할 정도의 딱딱한 치킨이 배송돼 본사 측에 항의, 전액 환불받은 사실이 있다”고 인정했다.

그는 “또 주문을 하게 됐을 때 배달앱에 명시된 배달료 외에 배달기사가 추가로 현금 1000원을 요구해 황당해 하며 계좌이체로 1000원을 추가로 지불했다”고 해명했다.

또 그는 “잘못된 제품 배송으로 인해 환불받은 사건을 업주가 피해를 입은 양 포장하고 있다”라며 “배달앱을 통해 약속된 가격에 거래를 했는데 추가 금액을 요구하는 것은 업체의 잘못이 아니고, 잘못된 제품을 배송해 환불받은 것은 군부대의 갑질이라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다른 누리꾼도 SNS에 “(지난해 여름) 복날 단체주문한 치킨에서 심한 잡내와 지나치게 많은 닭가슴살이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얼마 먹지도 못한 채 환불을 부탁드렸다”면서 “치킨을 먹은 일부 병사들은 복통과 설사에 시달렸고, 사장님이 사과를 하신 것처럼 댓글에 적어놨지만 일절 사과받은 적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배달료 1000원 때문에 갑질한다고 하는데 부대에서 1㎞도 안 되는 거리에 있는 가게”라며 “추가 배달료를 받았을 때에는 단체주문이 아니라 일반주문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업주가) 리뷰를 보고 내려달라며 군부대 앞에서 소리 지르며 대대장 나오라며 막말을 퍼부었고, 경찰을 부르겠다고 하자 그때서야 돌아갔다”고도 했다.

공군 측은 공식 인스타그램에 ‘진상 조사’를 약속하는 입장문을 게재했다.

공군은 12일 ‘치킨 환불 논란 관련, 조치 현황을 알려드립니다’라는 제목의 게시물에서 “해당 부대는 원만한 문제 해결을 위해 사실관계 확인 중에 있다”면서 “이후 해당 부대를 통해 적절한 조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어 “코로나19로 인해 모두가 어려운 시기에 조속히 치유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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