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된 산재 양형기준, 중대재해법에도 영향

박은하·정대연 기자 2021. 1. 12.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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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재 반복·피해 클 땐 형량 가중..현장실습생도 피해자 포함
기업보다 안전조치 실무 담당 중하위 노동자 처벌 위주 지적

[경향신문]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위반 범죄에 대한 대법원의 새 양형기준안이 발표되면서 산업재해 사고가 발생한 사업장의 사업주나 도급자의 처벌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달라진 산안법 위반 범죄 양형기준이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법) 양형기준에도 영향을 미치며 중대재해법 시행 전까지 징검다리 역할을 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산재 솜방망이 처벌’ 문제를 해결하려면 벌금형 강화를 비롯해 산재 사고에서 기업 책임을 강화하는 내용의 보완책이 있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12일 발표한 산안법 양형기준안을 보면 권고 형량의 강화가 눈에 띈다. 유사한 사고가 반복적으로 발생하거나, 다수 피해자가 발생한 경우를 특별가중인자로 두어 선고 형량을 높이도록 했다.

기본형량 범위는 1년~2년6개월이지만, 특별가중인자가 2개 이상 존재하는 경우 7년까지, 특별가중인자가 2개 이상 존재하는 상황에서 재범의 경우 최대 징역 10년6개월까지 선고하도록 했다. 사업주가 산재 발생 후에도 시정조치를 취하지 않아 또다시 다수 사망자가 발생하는 일이 5년 이내 재차 일어날 경우 선고 형량의 하한은 징역 3년이다. 징역 3년 미만일 경우에만 할 수 있는 집행유예 선고를 막기 위한 조치다.

양형기준을 도급인에게도 적용할 수 있도록 한 점도 눈에 띈다. 업계에서 재하청이 관행으로 자리 잡은 점을 반영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피해자를 노동자로 한정해 현장실습생 사고에 대한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도 반영해 ‘현장실습생 치사’ 및 ‘현장실습생 안전보건의무조치 위반’에도 양형기준을 적용하도록 했다. 사업주가 일정 금액을 공탁하더라도 형량을 감경하지 못하도록 했다. 사고가 발생한 뒤 돈을 써서 빠져나가는 구멍을 막기 위한 조치다. 사업주가 피해 회복을 위해 노력할 수 있도록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을 경우 형을 깎아줄 수 있다는 기준은 유지됐다.

새 양형기준안은 중대재해법 양형기준안 마련에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권오성 성신여대 교수는 “종래 산안법 위반죄는 과실범이라는 이유로 징역형을 선고하는 경우가 많지 않았는데 양형위가 산안법 위반죄에 대해 일반 과실치사상에 비하여 상당히 무거운 기준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된다”며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을 처벌하는 것이 취지인 중대재해법의 경우에는 양형이 이보다 강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중대재해법은 산재 사고로 노동자가 숨지면 해당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를 1년 이상 징역이나 10억원 이하 벌금으로 처벌하도록 한다. 노동자 사망 사고에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한 산안법보다 처벌 수위가 높다.

반면 전형배 강원대 교수는 “기업에 대한 양형은 개별 법관이 관행에 비추어 알아서 하라는 신호밖에 안 돼서 기업범죄인 산안법 위반 특징을 반영한 양형기준이 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이날 논평을 내고 “여전히 ‘솜방망이 처벌’이 가능하도록 했다는 점에서 분명한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양형위 관계자는 “기업에 대한 처벌인 벌금형 양형기준 자체가 전반적으로 마련되지 않아 산안법에만 벌금형 양형기준을 마련하기는 어려운 면이 있었다”며 “최근 대법원이 벌금형 양형기준 마련 논의에 착수했다”고 말했다.

박은하·정대연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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