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그릇 투쟁사 - 톈위촨 [장재진의 내 인생의 책 ③]
[경향신문]
인류의 조상들이 싸움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밥그릇 싸움이었다고 한다. 그만큼 생존을 위해 먹고산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님을 보여주는 말이다. “인간의 시비는 끝이 없다”는 장자(莊子)의 말에는 먹고사는 문제가 저변에 깔려 있을 것이다.
우리 사회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다양한 이슈들이 시시비비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대부분이 밥그릇 싸움에서 기인한다고 말하면 과장된 표현일까? 시시비비에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항상 아전인수(我田引水)의 해석이 따른다. 자신들의 입장에서 보면 무엇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이 있겠는가.
지금도 사회 곳곳에서 밥그릇 싸움이 지속되고 있다. 조선 시대에 발생한 당쟁도 이조 전랑직이라는 밥그릇 싸움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원래 생존을 위한 최소 단위의 의미로 사용되었던 ‘밥그릇’이 권세와 명예와 재물이 따라붙는 의미로 확장되어 절대 빼앗길 수 없는 소유의 그릇이 되어버렸다.
산업자본주의의 과도한 성장과 인구 증가에서 발생하는 경쟁체제는 세계 정세에 또 다른 변화를 가져왔다. 이렇게 형성된 근대문명이 오히려 사회를 위협하는 계기가 됐다. 무소유를 지향해야 하는 종교계나 백성을 위해야 하는 정치계가 밥그릇에 대한 시시비비의 투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보인다. 개혁(改革)과 혁신(革新)이 항상 이 밥그릇 싸움 때문에 성공하지 못했다.
“백성은 나라의 근본이요, 먹는 것이 백성의 하늘이다(民惟邦本 食爲民天)”라는 <서경(書經)>에 나오는 구절이 생각난다. 세종은 백성들이 굶어 죽게 된 것이 자신의 부덕함이라고 말하고 관리들에게 힘껏 구제하라고 지시했다. 솥을 더 크게 만들면 밥그릇 싸움이 그칠까.
장재진 | 동명대 글로벌문화콘텐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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