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 1심 무죄..피해자들 강력 반발
법원 "주원료 위해성 입증 안 돼"
[경향신문]
가습기살균제 제품인 ‘가습기메이트’를 만들어 90여명의 사상자를 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SK케미칼과 애경산업 등 업체 관계자들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주원료 성분과 천식 등 질환 사이의 인과관계가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이 강하게 반발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재판장 유영근)는 가습기메이트를 제조·판매하면서도 안전성을 검증하지 않아 사상자를 낸 혐의(업무상 과실치사)로 재판에 넘겨진 홍지호 전 SK케미칼 대표, 안용찬 전 애경산업 대표 등 관계자 13명 모두에게 12일 무죄를 선고했다. 독성 수치를 숨기고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을 옥시에 공급한 혐의로 기소된 전 SK케미칼 관계자 등 4명도 업무상 과실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SK케미칼과 애경이 제조·판매한 가습기메이트는 옥시의 가습기살균제인 ‘옥시싹싹’ 다음으로 많은 피해자를 냈다.
재판부는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메틸이소티아졸리논(MIT) 성분을 사용한 가습기살균제가 폐질환이나 천식을 유발한다는 인과관계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또 “2년여 동안 심리한 결과 유죄가 선고된 PHMG 등 성분의 가습기살균제(옥시싹싹)와는 위해성에서 많은 차이가 있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검은 “가습기메이트 제조·유통 과정에서 안전 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사실이 확인됐음에도 동물실험과 인체 피해의 차이점을 간과했다”며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가습기살균제참사 전국네트워크는 “증거가 없다는 것은 사법부의 기만”이라며 “피해자들과 함께 다시 싸우겠다”고 밝혔다.
전현진·박채영 기자 jjin2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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