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랏빚 127조 늘었는데..여야는 선거용 돈풀기 골몰

우상규 입력 2021. 1. 12.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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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불 켜진 재정건전성
코로나 올 연말까지 지속 전망
정치권, 4차 재난지원금 논의 솔솔
홍남기 "국가 재정 화수분 아냐"
전문가 "재난금, 경기부양과 별개
제조업 지원 등 산업 살릴 문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나라 재정도 멍들고 있다. 코로나19에 대응하느라 4차례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하면서 지난해 11월 기준 중앙정부 채무는 826조2000억원으로 2019년 결산(699조원)보다 127조2000억원이나 불어났다.

문제는 코로나19 사태가 여전히 진행 중이어서 재정건전성 악화 상황이 개선될 기미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게다가 새해가 시작한 지 며칠 되지도 않았는데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4차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추경 얘기가 나오고 있다. 경제 전문가들은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정책 대응은 불가피하지만 선거를 의식한 현금 살포 유혹에 빠져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12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3차 재난지원금 지급이 전날 시작됐다. 설 연휴 전까지 90%를 지급하는 게 정부 목표다.

이제 막 3차 재난지원금이 지급되기 시작한 상황인데, 여당을 중심으로 정치권에서는 벌써 4차 재난지원금 논의가 달아오르고 있다. 4차 재난지원금 지급이 필요한지 따져보는 단계는 이미 건너뛴 듯한 분위기다. 지난해 1차 재난지원금(14조3000억원) 때처럼 전 국민을 대상으로 지급할지, 2차(7조8000억원)나 3차(9조3000억원) 때처럼 피해계층을 선별해 지급할지가 쟁점이 된 모양새다. 모두 국채 발행으로 충당해야 하기 때문에 나랏빚이 그만큼 늘어나게 된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10일 페이스북 글을 통해 3차 재난지원금이 충분하지 못할 것이라며 “신속하고 유연하게 추가 지원방안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전 국민 지원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야당은 ‘선거용 돈 풀기’라며 반발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역부족이다.
정부는 4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지금 논의하는 것은 너무 이르고, 만약 지급하게 되더라도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 10일 TV프로그램에 출연해 “정부 재정은 화수분이 아니므로, (지급하더라도) 피해 계층을 선별해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여당이 ‘전 국민 지급’을 밀어붙일 경우 홍 부총리가 소신을 지킬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지난해 5월 지급된 1차 재난지원금 때도 홍 부총리는 재정건전성 등을 이유로 선별 지급을 주장했지만 결과는 전 국민 지급이었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달 ‘1차 긴급재난지원금 정책의 효과와 시시점’ 보고서를 통해 재난지원금 투입재원 대비 매출증대 효과는 26.2∼36.1%라는 분석 결과를 제시한 바 있다. KDI는 “감염병 확산 상황에서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통한 가구소득 보전만으로는 피해가 큰 사업체의 매출을 확대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피해업종 종사자에 대한 직접적인 소득지원이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경제 전문가들은 재정건전성이나 실효성을 고려할 때 4차 재난지원금 지급에 대해 부정적이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이야기한다는 것은 재정건전성에 대한 의지가 없는 것”이라며 “선거용으로밖에 비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재난지원금이라는 부분은 위로의 성격이고, 경기부양과는 별개”라며 “재난지원금 지급의 원칙은 피해에 비례해야 하는 것이고, 경기 부양은 산업 활력을 키우기 위한 제조업 지원 등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코로나19가 올해 말까지 지속되는 등 추가적으로 하반기에 재정을 투입해야 할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 상반기에 재정을 투입하게 되면 재정의 여력이 떨어지고, 경기를 살릴 수 있는 정책수단이 제한되기 때문에 (재난지원금 지급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어 “재난지원금은 목적을 어디에 두느냐가 중요한데, 규제로 인한 피해계층을 지원한다면 선별 지원이 맞고, 경기부양 목적이라면 전 국민 지원이 맞다”며 “다만 경기부양을 위해 전 국민에게 지원할 경우 소비보다는 저축 등에 사용한다는 연구결과 등이 나와 있고, 재정의 부담이나 효과에 대한 부분도 신중히 고려돼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우상규·박영준 기자 skw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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