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재개, 3월엔 꼭" 정부 방침에도 선거 앞두고 '글쎄'

조아름 2021. 1. 12. 19:3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금융위 "예정대로 3월 재개" 입장 발표
정치권 등 강력 반발..정부 한발 빼기도
여당 밀어붙이면 이번에도 '항복' 불가피
코스피가 전 거래일보다 22.50포인트(0.71%) 내린 3,125.95에 거래를 마친 12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한 딜러가 자리로 향하고 있다.연합뉴스

올해 코스피가 예상보다 빨리 '3,000 시대'에 안착하면서 오는 3월로 다가온 공매도 재개를 두고 논란이 재차 달아오르고 있다. 최근 금융당국은 재개를 두 달여나 앞둔 시점에 "금지 연장은 없다"며 재개 의사를 비교적 분명히 밝혔다. 지난해 공매도 금지를 한 차례 연장하는 등 동학개미들의 거세진 입김에 한발 물러섰지만, 이번만큼은 재개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에 힘을 실은 것이다.

하지만 개인 투자자들은 물론 이들의 반대 여론을 의식한 정치권까지 공매도 금지 재연장을 촉구하고 나서면서 상황은 또 알 수 없게 됐다. 오는 4월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표심(票心)을 잡아야 하는 정치권이 '반대' 목소리를 높일 경우 공매도 재개 제동이 걸릴 가능성도 없지 않아서다. 실제 여론과 정치권 움직임이 심상치 않자 금융당국은 "공매도 재개를 추진하지만,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라며 한 발 빼는 듯한 모습도 보였다.


정부 "공매도 재개" 입장 밝히자, 정치권 강력 '반발'

금융위원회는 지난 11일 "한시적 공매도 금지 조치는 오는 3월 15일 종료될 예정"이라며 "공매도 재개를 목표로 제도 개선을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공매도 재개를 두 달 앞두고 최근 정치권 안팎에서 "금지 조치를 연장해야 한다"며 공매도를 정치 쟁점화하자, 이에 대한 선 긋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가 비교적 선명하게 공매도 재개 방침을 밝히자 정치권은 이에 강하게 반발했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2일 페이스북에 '공정을 요구하니 행정을 대답하는 동문서답 금융위'란 제목의 글을 올려 "불공정과 제도적 부실함을 바로잡지 못한 채 공매도를 재개하는 건 금융당국의 책임 방기"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양향자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아예 동학개미를 '애국자'라고 치켜세웠다. 양 위원은 이날 YTN라디오 인터뷰에서 "개인들의 삼성전자 주식 매수는 자본시장에도 애국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라며 "정치도 해외자원으로부터 개인을 지켜줄 울타리를 만들어줘야 한다"며 공매도 금지 연장을 주장했다.

정부 방침 발표 후 개인 투자자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한 개인 투자자는 "코스피가 3,000선 고지를 밟은 것은 공매도 금지 효과가 컸다"며 "공매도가 재개되면 증권시장은 다시 외국인과 기관들의 놀이터로 전락하고 지수도 큰 폭의 하락세를 피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미묘한 입장변화...3월 공매도 재개 안갯속

정부의 공매도 재개 방침에 정치권과 여론이 강하게 반발하자 증시에 대형 악재로 여겨지는 3월 공매도 재개 여부는 다시 안갯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전일 공매도 재개 의사를 명확히 밝혔던 정부도 여론과 정치권을 의식한 듯 이날 "아직 결정된 게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금융위 관계자는 "정부 기본 방침은 공매도 재개가 맞다. 그러나 실제 재개하기까지는 여러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확정된 게 없는 것 또한 사실"이라고 말했다.

정치권과 관가에서는 재보선을 앞둔 여당이 여론을 의식해 금융위를 강하게 압박하면, 이번에도 정부는 '공매도 재개 금지'라는 백기를 흔들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지난해에도 여론에 떠밀린 여당의 압박에 정부는 대주주 기준과 주식 양도세 기준을 대폭 완화시키며 기존 원칙을 지키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다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시기야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공매도 재개는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최근 주가가 단기 과열 구간에 들어선 만큼 '거품(버블) 억제'란 공매도의 기능이 필요한 시점이란 것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증시가 과열 국면에 접어들었을 가능성이 높아 공매도 재개를 통해 조정기간을 갖는 게 중요하다"며 "기업의 본질 가치, 즉 가격(주가)이 효율적으로 반영되기 위해선 버블을 사전에 차단하는 공매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조아름 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김정현 기자 virtu@hankookilbo.com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