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세계사? 누르면 나와" ..지상파 섭렵한 뇌섹 입담꾼

박성기 2021. 1. 12.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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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동기 게임방송 게스트로 나오다
40대에 직장 잃고 독립채널 만들어
다양한 이슈, 한 시간 '썰풀기' 기본
"명문대서 개그 배웠나" 구독자 감탄

'아재 유튜버'들은 흔히 연륜에서 나오는 전문성과 진중함을 어필하곤 한다. 치열하게 살아낸 젊은 시절을 디딤돌로 인생 목표를 차곡차곡 달성해온 성실한 삶을 은연중에 자랑하면서. 그런데 이 아재 유튜버는 조금 다르다. 아니, 많이 다르다.

12년 동안 '게임 폐인'으로 살다보니 대학 졸업도 남들보다 늦었고 취직도 서른을 한참 넘겨서야 했다. 대학 동기가 진행하던 게임 방송에 재미삼아 게스트로 출연하다 어느날 친구의 부재로 홀로 방송을 진행했고 이를 계기로 독립 채널을 만들게 됐다.

취미생활이던 방송에 점점 구독자가 늘어나자 겸업을 곱게 바라보지 않던 회사에서도 잘렸다. 40대에 직업을 잃은 백수가 됐다. 그제서야 본격적으로 크리에이터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길이 항상 막혀 옆길로만 돌아오다 보니 어느새 여기까지 왔다"고 본인의 인생을 요약한다.

유튜버 '슈카'(본명 전석재)의 이런 아재스럽지 않은 별난 이력이 구독자 100만명을 자랑하는 금융·경제분야 인기 채널 '슈카월드'를 건설하는 바탕이 됐다.

보이스오브유가 국내 인플루언서들을 다각도로 평가하여 랭킹화한 IMR(Influencer Multi-Platform Ranking)에 따르면, 슈카월드 채널의 구독자 수는 지난해 12월 42만명에서 일년만에 무려 2배 이상 급격히 증가해 올해 12월 100만명을 달성했다. 누적조회수는 1억만 회를 훌쩍 넘겼다.

키워드 검색량 분석 플랫폼 '블랙키위'의 권기웅·나영균 대표는 "지난 1년간 '슈카', '슈카월드' 등 관련 키워드 검색량이 매월 최소 1만 건에서 최대 3만 5000건을 기록했는데, 이는 꾸준히 많은 관심을 받아왔다는 증거"라며 "특히 지난 6일 MBC '라디오스타' 출연 이후 검색량이 하루 44만건으로까지 폭증한 바 있다"고 덧붙였다.

사실 슈카는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후 증권 펀드매니저, 채권 프랍트레이더 등으로 활동한 금융권 출신 경제 전문가다.

현재 182만회로 가장 많은 조회 수를 기록하고 있는 '쿠팡 1조원 적자에도 멈출 수 없는 이유', 138만회 조회 수를 자랑하는 '세계 최대급 파산 리만 브라더스 사태 쉽게 이해하기' 등의 영상은 이런 화려한 경력이 있어 탄생이 가능했다.

시청자들은 "이 시대의 금융 계몽가다", "드디어 12년만에 리만 브라더스 사태를 이해하게 됐다"며 경험이 묻어나는 그의 지식을 높게 평가한다.

슈카의 지식은 경제 분야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그는 부동산, 경기, 세계정세를 넘어서 역사와 신화, 게임까지 '세상의 모든 이야기'를 다룬다. 이 때문에 경제 채널로 널리 알려진 슈카월드는 시사 분야, 역사 분야, 게임 분야 등에서도 인기 채널로 종종 언급된다. 실제 '징기스칸과 지옥에서 온 군대, 학살을 시작하다', '멕시코 비극의 원인. 마약왕과 카르텔들의 역사' 등의 세계사 콘텐츠 영상들은 경제 콘텐츠 영상에 못지않는 100만회 이상의 조회 수를 기록했다.

슈카는 재미없거나 어렵다고 느껴지는 다양한 이슈들을 예능처럼 재미있게 풀어낸다. 대부분의 방송이 게스트 없이 진행되고 1시간을 훌쩍 넘기지만 시청자들은 '썰'을 푸는 그의 화려한 언변에 홀려 지루할 틈이 없다.

왠만한 코미디언보다 재미있다는 평을 듣는 그는 '똑똑한 만담꾼'으로 통한다. '입덕 영상'으로 불리는 '전설의 주총꾼썰', '트레이더의 세계', '20년을 버틴 리니지의 위대함을 알아보자' 등에서 슈카는 아무런 이미지나 자료 없이도 홀로 30분 가량 썰을 푼다.

"명문대에서 공부를 배운건지 개그를 배운건지 모르겠다", "이렇게 맛깔나고 찰지게 썰을 푸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등 그의 입담에 감탄이 쏟아진다.

그의 썰에는 재미와 정보만이 있고 아재 유튜버 특유의 '라떼는 말이야(나 때는 말이야)'가 없다. 이렇게 재테크를 해야 부자가 될 수 있다고 직접 가르치려 들지 않는다. 재테크를 잘 하기 위해 알고 있어야 할 온갖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중립적으로 전달하는데 주목한다. 그래서 그는 경제 유튜버들에게 흔히 따라다니는 '사기꾼' 꼬리표가 붙어 있지 않는 많지 않은 사람 중 한 명이다.

'본캐' 전석재는 흘러가는대로 인생을 살아 왔을지라도 '부캐' 100만 유튜버 슈카는 막강한 무기인 '썰'을 장착한 채 새로운 길을 개척해나가는 중이다. 최근에는 워런 버핏, 조지 소로스와 함께 세계 3대 투자가 중 하나인 짐 로저스를 단독 섭외하고 인터뷰 해 큰 주목을 받았다. 세상 이야기가 바닥날 때까지 멈추지 않을 그의 썰. 그를 어디까지 데려갈지 주목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박성기 기자 watney.par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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