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아래요" 놀리고 손가락질..편견 가득한 이 장면 내가 다시 그린다면?

최미랑 기자 · 최유진 PD 2021. 1. 12. 19:0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경향신문]


매년 2500명이 넘는 보호종료아동이 보육원과 공동생활가정, 위탁가정에서 나와 자립을 시작합니다. 당사자들 얘기를 들어보면 편견 때문에 보육원 출신임을 드러내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고 합니다.

경향신문은 지난해 9월 아름다운재단과 함께 40여편의 영화와 드라마에 등장한 ‘고아’ 설정의 인물을 분석했습니다. ‘사이코패스’ ‘범죄자’ ‘불륜녀’ ‘복수에 집착하는 야망가’ 등 부정적 이미지로 그려진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같은 인물 설정에는 결혼한 부모와 이들의 자녀로 구성된 가정만 ‘정상가족’으로 보는 미디어의 시각이 담겨있습니다. 다른 환경에서 자라온 이들에 대해서는 부정적 편견과 선입견을 확대 재생산하는 잘못된 관행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습니다.

[인터랙티브 콘텐츠]캔디, 야심가, 사이코패스…미디어는 그들을 어떻게 그리는가

이후 아름다운재단의 보호종료아동 인식 개선 캠페인 ‘열여덟 어른’의 당사자 캠페이너로 활동한 손자영씨와 23명의 동료들은 드라마나 영화에서 불편했던 장면을 일러스트로 다시 그려보는 작업을 했습니다. 다수의 보호종료아동이 바꾸고 싶은 장면으로 보육원에 사는 어린이가 고아라고 놀림받거나 차별받는 장면을 선택했습니다. 아름다운재단은 일러스트들을 책자에 담아 미디어 제작자들에게 전달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영상 콘텐츠]드라마 주인공은 왜 고아가 많을까

자영씨가 펼친 캠페인 콘텐츠를 보고 그가 보호종료아동임을 처음으로 알게 된 친구들은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요? 자영씨는 콘텐츠를 잘 봤다고, 자영씨의 활동을 “멋지다”고 응원하는 메시지를 보내준 친구들의 “아무렇지 않은” 반응이 고마웠다고 합니다. 동정하거나 위로하지 않고 자영씨가 하는 일 자체에 주목해주었다고요. “가족관계가 어떻든 사람마다 다 다른 경험이 있고, 시설에서 자란 보호종료아동의 경험도 그 다양성의 일부로 인정된 것 같았다”고 했습니다.

성급하게 건넨 위로의 말이나, 나의 얕은 경험이 전부인 양 여기고 생각 없이 던진 말들이 상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당사자의 경험이 알려줍니다. 동료 보호종료아동들은 자영씨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의 상황에 대해 이야기 했을 때, ‘너가 되게 밝고 성격도 좋고 즐거운 아이라서 유복한 가정에서 사랑받으며 자랐을 줄 알았는데, 밝게 자랐구나’ 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 ‘보호종료아동이라면 어둡고 좀 다르지 않을까’라고 생각한 것 같아. 그런 것이 편견 아닐까?”(보호종료아동 A씨)

“사회에서 ‘잘 컸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던 것 같아. ‘시설에서 자란 아이인 줄 몰랐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 옛날에는 내가 먼저 나의 가정환경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는데, 지금은 거의 하지 않아. 굳이 그런 것을 이야기해서 동정을 사거나 그런 느낌을 받는 것이 편치 않아서.”(보호종료아동 B씨)

“나랑 친했던 친구에게 ‘고아’임을 말했을 때, 다른 친구가 와서 나를 안아줬어. 근데 그때 느낌이 싸했어. ‘아, 이 친구가 날 동정하고 있구나’ 라고 느꼈지. 당황스럽고 폭력적인 포옹이라고 느껴졌어. 포옹만 받고, 나의 입장을 이야기하지 못하고 가만히 있었어. 몹시 불편했는데 왜 불편한지 제대로 말하지도 못했어.”(보호종료아동 C씨)

직접 목소리를 내는 캠페이너로의 참여는 자영씨에게도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습니다. 당사자들의 다양한 삶이 많이 알려져야 편견도 덜해질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기에 선택할 수 있는 일이었다고 합니다. 보호종료아동 당사자들은 <여름아 부탁해>의 여름이, <이태원 클라쓰>의 오수아에게 전하고픈 말도 있다고 합니다. 자영씨와 동료들이 희망을 담아 바꿔낸 장면들을 이런경향 영상에서 만나보세요.

height="315" src="https://www.youtube.com/embed/8ovHjRaFa1s" frameborder="0" allow="accelerometer; autoplay; clipboard-write; encrypted-media; gyroscope; picture-in-picture" allowfullscreen>

최미랑 기자 · 최유진 PD rang@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