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궈진 코스피, 감도는 공포.. 美 양적완화 축소 시그널도

강창욱,조민아 2021. 1. 12.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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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지수와 암호화폐 비트코인 등 자산 가격이 숨 가쁘게 질주하자 자산시장 과열에 대한 경고음이 높아졌다. 금융 당국은 물론 ‘강세장 지속’ 전망을 유지하는 증권가도 단기 조정 가능성에 대한 언급을 늘리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은 ‘제로금리’ 기조를 거듭 재확인하면서도 긴축 조치인 채권 매입 테이퍼링(점진적 규모 축소) 카드를 슬쩍 내보이고 있다.

이재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12일 “코스피 RSI(상대강도지수)가 86으로 직전 과열장이었던 지난해 8월을 상회한다”며 “단기적으로 거래대금 폭증에 따른 과열을 식힐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RSI는 주가의 상대적 상승·하락압력을 판단하는 투자 보조지표로 보통 70 이상이면 과열로 판단하고 매수보다는 매도에 무게를 싣는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시장에 낙관적 기대가 상당 부분 선반영돼 있고 밸류에이션(평가가치) 부담도 높아 조정 압력이 잠재돼 있다”며 “과거 사례를 보면 코스피가 9주 이상 오른 뒤에는 단기 조정이 있어야 중·장기 상승 추세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공포 지수’로 불리는 변동성지수 VKOSPI는 전날 35.65로 마감하며 7개월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가파른 상승 랠리 후 조정 장세 돌입 전인 지난해 8월(27.3)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전날부터 이날까지 이틀 간 코스피 시장에서 기관·외국인투자자가 6조8000억원어치를 쏟아낸 기록적 매도세는 한껏 누적된 ‘과열에 대한 부담’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개인투자자는 전날 4조5000억원을 순매수한 데 이어 이날도 2조3000억원어치를 사들였다.

이날 코스피는 전날보다 22.50포인트(0.71%) 내린 3125.95에 장을 마쳤다. 지난해 12월 15일 이후 처음으로 이틀 연속 하락세다. 장중에는 기관과 외국인의 쌍끌이 매도에 3047.56까지 밀렸다가 개인의 꾸준한 매수세로 급락은 면했다.

이달 초 3만 달러를 넘어선 지 1주일도 안 돼 4만 달러를 돌파한 비트코인 시세도 자산시장 과열의 한 풍경으로 꼽힌다. 비트코인 가격은 최고가 기록 후 사흘 만인 11일에는 장중 한때 3만1000달러까지 26% 급락하며 단기 급등에 대한 피로감을 노출했다.

당국은 연일 금융권에 고강도 대출 관리를 주문하고 있다. 도규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이날 금융리스크 대응반 회의에서 “최근 과도한 레버리지(대출)를 활용한 자산 투자에 대해 우려의 시각이 공존한다”며 “최근 급증했던 고액 신용대출, 특히 긴급생활·사업자금으로 보기 어려운 자금대출에 대해서는 은행권의 특별한 관리 강화를 당부한다”고 했다. 전날 금융감독원은 주요 은행 여신담당 부행장들과의 화상회의에서 연간 가계대출 총량 관리를 강조하면서 올해는 월별 관리계획을 제출하도록 요구했다.

금융투자업계는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자산 매입 규모를 축소하며 시중 유동성 조절에 나설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올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새롭게 투표권을 행사하는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11일(현지시간) 원격 질의응답 행사에서 강한 경기 회복 전망을 전제한 뒤 “2021년 채권 매입 축소 아이디어가 여전히 열려있다”고 말했다. 지난 4일에는 찰스 에반스 시카고 연은 총재가 “실질금리 상승을 원한다”며 “연초에 테이퍼링을 할 수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

테이퍼링은 전문가들이 예상해온 시나리오 중 하나다. 연준이 2023년까지 제로금리를 유지하겠다고 못 박은 만큼 기준금리는 인상하지 않되 상황에 따라 채권 매입 규모를 조절하는 식으로 유동성을 축소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최근 테이퍼링과 물가 압력에 대한 언급이 잦아지고 있다”며 “물론 연준은 시장에 충격을 주지 않도록 최대한 소통하겠지만 연준 긴축은 어쩔 수 없이 ‘밸류에이션’에 충격을 줄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미국이 자산 매입 축소에 나서면 다른 주요국도 뒤따를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부담이다.

다만 이 연구원은 “고용이 다시 악화되고 조 바이든 정부가 추가 부양책을 준비 중인 상황에서 연준이 긴축을 결정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창욱 조민아 기자 kcw@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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