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배상 판결 후 한일 EEZ 대치.. 2018년 레이더 갈등 재연 우려

김회경 2021. 1. 12.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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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양국이 12일 제주도 동남쪽 우리 측 배타적경제수역(EEZ)에서 벌어진 일본 해양보안청 선박의 측량 활동을 두고 이틀째 대치했다.

일본 정부는 나가사키현 고토(五島)열도 남서쪽 메시마(女島) 서쪽 139㎞ 해역에서 측량조사 활동 중이던 자국 해양보안청 선박에 한국 해경 경비함이 접근해 조사 중단을 요구한 것과 관련해 외교 경로를 통해 한국 정부에 항의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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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이틀째 EEZ 중첩수역 조사 두고 대치
韓, 日 측량선 접근해 "즉시 조사 중단" 요구
日 "정당한 조사 활동.. 韓측 요청 수용 못해"
12일 제주지방해양경찰청 소속 경비함정의 중단 요구에도 일본 해상보안청 소속 측량선 '쇼요'가 제주도 동남쪽 해상의 우리 배타적경제수역에서 조사를 계속하고 있다. 제주지방해양경찰청 제공

한일 양국이 12일 제주도 동남쪽 우리 측 배타적경제수역(EEZ)에서 벌어진 일본 해양보안청 선박의 측량 활동을 두고 이틀째 대치했다. 한국은 우리 EEZ에서 조사 활동을 즉시 중단할 것을 요구했고 일본은 자국 EEZ라며 조사를 계속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다. 앞서 8일 일본 정부의 위안부 피해자 배상 책임을 인정한 한국 사법부 판결로 양국 관계가 민감해진 가운데 해상 대치가 새로운 악재로 돌출한 형국이다. 특히 2018년 12월 동해상에서 벌어진 일본 항공자위대의 '레이더 조사(照射·비추어 쏨)' 갈등 당시와 비슷한 수순을 밟을 수 있어 일본의 해양 조사 의도에 의문이 제기된다.

일본 정부는 나가사키현 고토(五島)열도 남서쪽 메시마(女島) 서쪽 139㎞ 해역에서 측량조사 활동 중이던 자국 해양보안청 선박에 한국 해경 경비함이 접근해 조사 중단을 요구한 것과 관련해 외교 경로를 통해 한국 정부에 항의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제주지방 해양경찰청 경비함은 11일 오전 3시25분쯤 일본 측량선 '쇼요'에 접근해 "한국 관할수역에서 과학 조사를 실시하려면 한국 정부의 사전 동의가 필요하다"며 오전 9시20분까지 조사 중단을 요구했다. 이후 임무를 교대한 다른 해경 경비함이 오후 12시5분쯤부터 오후 5시까지 중단 요구를 반복했다. 그럼에도 일본이 12일 조사를 계속하자, 제주해경은 이날 오후 4시까지 경비함을 보내 조사 중단 요구와 경비 활동을 병행했다.

일본의 주장은 "일본 EEZ에서 정당한 조사 활동"이라는 것이다.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 관방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외교 경로를 통해 '해당 조사는 우리나라(일본)의 EEZ에서 이뤄지는 것으로 한국의 중단 요구는 수용할 수 없다'고 전달했다"며 "예정대로 조사를 계속하고 있다"고 했다. 일본은 내달까지 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이에 우리 외교부는 "국제법 및 관련 법령에 따라 관할수역에서 정당한 법 집행을 한 것"이라며 "일본 선박의 조사 활동 위치가 우리 측 EEZ에 해당한다"고 강하게 반박했다. 제주해경이 이틀째 일본 측량선과 일정 거리를 유지하며 조사 중단을 요구하는 배경이다.

양국이 갈등을 벌이는 해역은 서귀포 남동쪽 130㎞ 지점으로, 한일 양쪽 연안을 기점으로 200해리(370.4㎞) 이내의 EEZ에 포함된 '중첩수역'이다. 이 경우 인접국 간 상호 협의로 수역을 정하지만, 한일은 독도 영유권 등의 문제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지난해 8월에도 일본 측량선 '헤이요'가 해당 해역에서 조사 활동을 벌였고 해경 경비함이 활동 중단을 요구한 이후 두 번째다.

EEZ 중첩수역을 둘러싼 갈등이 이례적인 것은 아니다. 그러나 한일관계가 악화한 시기에 발생해 일회성 충돌로 그치지 않을 수 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배상 판결 직후로 가뜩이나 악화한 한일관계에도 불똥이 될 가능성이 크다. 2018년 10월 일본 기업에 강제동원 피해 배상을 명령한 대법원 판결 이후에도 유사한 사례로 상당한 파장이 계속됐다. 판결 2개월 뒤 동해에서 북한 선박에 대한 구조 활동 중이던 해군 구축함에 일본 항공자위대 초계기가 저고도 비행으로 접근하면서 발생한 '레이더 조사' 갈등으로 양국 간 불신의 골이 깊어졌다.

도쿄= 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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