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차이나 제국'의 약자입니까 [ST포커스]

윤혜영 기자 2021. 1. 12.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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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여신강림, 철인왕후

[스포츠투데이 윤혜영 기자] 아무리 자본의 논리로 돌아가는 세상이라지만 해도 해도 너무 한다. CJ가 '이 시국' 도 넘은 차이나 머니 의존으로 '차이나 제국'의 오명을 자초하고 있다.

최근 중국 거대 자본의 한국 문화 침투가 가속화되는 모양새다. 코로나19가 덮친 2020년, 무려 2800억 원(예측치)의 영업이익을 달성한 대기업 CJ ENM(이하 CJ)는 그 선두주자 격으로 풀이된다.

tvN 수목드라마 '여신강림'은 중국 기업 PPL(간접광고)로 극심한 비난에 시달렸다. 특히 7회 방송분은 중국발 PPL의 절정이었다. 여고생들은 편의점에서 훠궈를 먹었고, 중국어가 도배된 버스 정류장이 주인공들의 배경으로 깔렸다. 그래도 명색이 '간접'광고인데 전혀 간접적이지가 않았다. 대놓고 뿌리는 중국 광고 세례에 '중국강림'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는 평가가 나오며 몰입도는 물론 작품성까지 훼손됐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중국 소설 '태자비승직기'를 원작으로 하는 tvN 주말드라마 '철인왕후'는 논란의 수준이 매우 악질적이다. 시작부터 잘못됐다. 원작 작가부터 '혐한' 논란을 품고 있다. 그가 쓴 작품에 한국을 비하하는 내용이 적지 않았다는 증거들이 잇따르며 대체 왜 CJ가 해당 작가의 작품을 사들였는지 의아하다는 반응이 빗발치고 있다.

더군다나 '철인왕후'는 실제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실존인물들을 끌어와 문제를 키웠다. 코믹한 퓨전 사극이라는 미명 하에 '철인왕후'는 조선왕조실록을 '지라시' 취급했고, 종묘제례악을 희화화했다. 허구라면서 실제 역사를 끼얹어 진실을 호도한 격이다. 중국의 원작을 가져와 우리 문화를 스스로 낮잡은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tvN은 상반기, 중국이 제작하는 드라마를 내놓는다. 웹툰 원작의 '간 떨어지는 동거'는 중국 OTT(실시간 동영상 서비스) 기업인 아이치이(iQlYl)가 첫 한국 오리지널로 제작하는 작품이다. 중국이 제작하는 드라마가 한국 메인 스트림에 본격적으로 진출하는 데 CJ가 물꼬를 틔운 셈이다.

CJ 음악 부문에도 중국이 가세한다. Mnet은 중국인 멤버가 포함된 걸그룹을 만든다. Mnet은 11일 "글로벌 무대에서의 활동을 목표로 하는 걸그룹 데뷔를 위해 한국, 중국, 일본의 아이돌 지망생들이 새로운 도전을 펼치는 '걸스 플래닛(Girls Planet) 999'를 론칭한다"고 밝혔다. '프로듀스' 조작 여파로 인한 논란은 차치하더라도 '중국'이 포함됐다는 자체만으로 불만 여론이 나오는 상태다.

이렇듯 중국 자본이 한국 미디어 시장 곳곳을 파고들면서 대중의 거부감도 높아지는 모양새다. 특히나 한국 문화를 주도한다는 대기업이 중국과 손을 맞잡았으니 반감이 더 짙다. 앞서 할리우드가 그랬던 것처럼 중국 눈치 보기가 더 극심해질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문화 궤멸을 우려하는 시선도 적지 않다.

실제 중국은 우리의 역사와 문화를 강탈하려는 시도를 오랜 기간, 꾸준히 이어왔다. 동북공정으로 고구려, 발해 등의 역사를 자국 역사에 편입하려 했고, 6.25 전쟁을 미국에 맞서 조선(북한)을 지원했다는 의미의 '항미원조'라 표현하며 지독한 역사 왜곡을 해왔다.

최근에는 중국의 문화 침탈이 극심해졌다. 김치는 물론 한복까지 자신의 문화라 우기며 이른바 '문화 동북공정'을 시도하고 있다. 이에 중국으로부터 우리의 것을 지키려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여러 K팝 가수들이 시상식 등에서 한복을 입으며 세계에 우리의 한복을 알리는 것도 그런 이유가 뒷받침됐다.

그러나 정작 '문화를 만든다'는 CJ가 앞장서 한국 문화를 지우고 중국 문화를 홍보해주는 형국이다. CJ가 '중국 속국'을 자처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일련의 사태에 중국 시청자들은 고취돼 있다. 소위 '중뽕' 넘치는 반응이 잇따른다. 갖은 한국 비하는 물론이고 한국인들은 해당 드라마를 불매한다면서 왜 시청률이 오르는 것이냐는 조롱까지 내뱉는다.

일각에서는 높은 제작비 탓에 중국 자본 유입이 불가피하다는 볼멘소리를 낸다. 하지만 해당 논리를 CJ에 적용하긴 어려워 보인다. 중국 자본이 없었다면 CJ가 제작비를 마련할 수 없다는 주장에 얼마나 많은 이들이 동의할 수 있을까.

이쯤 되니 CJ의 타깃이 한국 시청자가 맞는지 의문이 인다. 대의를 저버리면서까지 '차이나 머니'로 당장의 돈을 벌어들이는 게 급급하다는 해석이 나올 수밖에 없다. '문화 제국'이라더니 돈이라면 문화적 가치도 팔아버리는 기업이었냐는 불유쾌한 인식은 CJ가 심은 씨앗들이 발화된 결과다.

[스포츠투데이 윤혜영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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