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평선] 평형수와 생태계 교란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편집자주<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한국일보>
감염원을 추적한 방역당국은 방글라데시 콜레라균을 이동시킨 게 평형수(ballast water)라고 지목했다.
□이란이 핑계 삼긴 했지만 사실 평형수는 해양 생태계를 교란하는 침묵의 밀항자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1991년 1월 페루에 갑자기 콜레라가 발생했다. 콜레라는 남미 인접국으로 번져 수년간 1만여명을 희생시켰다. 감염원을 추적한 방역당국은 방글라데시 콜레라균을 이동시킨 게 평형수(ballast water)라고 지목했다. 한국 화학운반선 케미호를 나포한 이란이 느닷없이 이 평형수를 거론했다. 무단으로 평형수를 버려 해양오염을 일으켰다는 주장이다. 2013년에도 이란은 인도 유조선을 같은 이유로 나포한 적이 있다.
□이란이 핑계 삼긴 했지만 사실 평형수는 해양 생태계를 교란하는 침묵의 밀항자다. 화물을 내려 가벼워진 선박은 균형을 잡거나 추진력을 얻기 어렵다. 그래서 가령 울산항의 유조선은 바닷물을 좌우에 주입하고 항해, 페르시아만에선 이를 빼낸 뒤 원유를 선적한다. 여기서 주입, 배출하는 바닷물이 평형수인데 문제는 이때 동해의 조류 패류 어류와 페르시아만의 바닷물이 뒤섞인다는 점이다. 국제해사기구(IMO)는 연간 평형수가 100억톤을 넘고 매시간 7,000여 해양생물이 뜻하지 않게 이동하는 걸로 추정한다.
□평형수의 교란은 코로나19가 인간에게 팬데믹을 일으키는 과정과 유사하다. 경쟁이 치열한 생태계에 적응한 종은 작은 생태계에선 석권하는 경향이 있다. 유럽산 엉겅퀴가 찰스 다윈이 놀랄 만큼 신대륙에서 엄청난 기세로 성장하고, 아즈텍의 100만 군대가 코르테스에 정복당한 배경에 천연두 바이러스가 있던 것과 마찬가지다. 실제로 동아시아의 미역, 다시마는 평형수에 섞여 미국 프랑스 호주 등 전 세계에 퍼져 있다. 무성생식과 유성생식으로 적응력이 뛰어난 탓에 각국은 손쓸 틈조차 없다.
□북미 오대호의 토종 홍합이 유럽산 얼룩무늬담치에 밀려나고, 북미 해파리가 북유럽 연안을 오염시키고, 중국 참게가 북미와 유럽 생태계를 위협하는 것도 평형수 때문이다. 다행히 2004년 평형수 관리를 위한 국제협약이 발효되고, 우리도 엄격한 선박평형수관리법이 마련돼 있다. 그래서 설령 케미호가 평형수를 방류했다면 방제선부터 출동해야 하는데 그런 조치도 없었다는게 선사 측 반박이다. 이란이 재론하지 않는 걸 보면 나포 목적은 석유대금 70억 달러 등 따로 있는 게 분명하다.
이태규 논설위원 tglee@hankookilbo.com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사과하고, 경질하고, 호응하고…'정치인' 문 대통령이 변했다
- [단독] "그런 사실 없습니다" 윤석열, 국정농단 보도 관여설 첫 입장
- "노바백스 백신 1000만명분 추가 도입"... 우리 국민 다 맞고도 남는다
- "특혜" "시대착오"…나경원·박영선 예능출연 '시끌'
- "XX 어디서 말대답하냐" 갑질에 영혼 잃는 '경비실 노동자들'
- 한국산 ‘레드백 장갑차’ 독일 제치고 20조 계약 따낼까
- 혈세로 산 방한용품 되팔려던 무안군 환경미화원 '덜미'
- 조응천 "강성 지지층에 영합하면 민주당 나락에 빠져"
- '누가 호구 잡혔나' 군 부대와 치킨집 배달비 논란
- [Q&A]'소상공인 버팀목자금' 첫날 1.4조 지급… 문자 못 받았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