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사태 10년..대대적 수사에도 1심 무죄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가습기 살균제 피해 사례가 전국적으로 발견된 지 10년 동안 여러 차례 실험을 거쳤음에도 일부 원료 성분과 관련해서는 법원이 인과 관계를 인정하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유영근 부장판사)가 12일 SK케미칼·애경산업 등 관계자 13명의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
대대적 수사에도 일부 성분 인과관계 확인 안돼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문제가 처음 불거진 시점은 2011년 상반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원인을 알 수 없는 폐 질환으로 사망자가 곳곳에서 발생해 조사 결과 가습기 살균제 흡입이 원인으로 지목됐고, 이후 이는 '사회적 참사'로 규정됐다.
재판부는 "작년 7월 기준 환경부에 피해를 신고한 사람이 6천817명이며 이 가운데 사망자가 1천553명"이라며 "이는 신고한 사람 기준이고 정확한 피해 규모는 알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가습기 살균제 참사'로 묶여 인식되지만, 실제 가습기 살균제의 성분은 크게 2가지 계열로 나뉜다. 클로로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CMIT)과 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MIT),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과 염화에톡시에틸구아니딘(PGH)이다.
CMIT와 MIT는 SK케미칼과 애경산업이 주로 생산·판매한 가습기 살균제 성분이고, PHMG·PGH는 이미 유죄 판결을 받은 옥시·롯데마트·홈플러스 등이 주로 생산·판매했다.
수사 끝에 검찰은 사건 발생 5년 만인 2016년 옥시·롯데마트 등 제조사 관계자들을 속속 업무상 과실치사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이들 중 신현우 전 옥시 대표가 징역 6년의 실형을 확정받는 등 대다수가 유죄 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대대적인 수사에도 검찰은 CMIT·MIT 성분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판매한 이들은 재판에 넘기지 못했다. 이 성분이 폐 질환과 직접 관련돼 있다는 근거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추가 실험 끝에 기소…1심 "인과관계 없다" 판결
이후 CMIT·MIT가 폐질환과 천식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하기 위해 2016∼2017년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이, 2017∼2019년에는 국립환경과학원이 각각 실험을 진행했다.
검찰은 이 같은 연구 결과들을 토대로 CMIT·MIT 성분의 위험성이 확인됐다고 보고 2019년 관계자들을 차례로 재판에 넘겼다. 2016년에는 기소하지 못했던 이들이 재판을 받게 된 것.
검찰에 따르면 CMIT·MIT 제품을 사용한 이들 중 공소시효가 남은 피해자는 모두 98명이다. 이 가운데 4명은 CMIT·MIT 제품만 사용했고, 94명은 PHMG·PGH 성분 제품도 함께 썼다.
기소된 30여명의 관계자 중 핵심 관계자들의 사건을 병합해 13명에 대해 판단한 재판부는 약 2년에 걸쳐 총 46차례의 공판을 진행했다. 이 기간 생성된 공판 기록은 44권 3만3천쪽, 증거기록은 10만쪽에 달하는 등 방대하다.
장기간의 심리 끝에 1심 재판부는 검찰이 근거로 제시한 모든 연구 결과와 실험을 수행한 전문가들의 증언을 종합해봐도 CMIT·MIT 성분은 사망·상해와 인과 관계가 밝혀지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예를 들어 국립환경과학원이 2017년 8월부터 1년 동안 실시한 '가습기 살균제 건강피해 규명을 위한 독성시험'의 경우도 CMIT·MIT 함유 제품과 폐 섬유화의 관련성이 관찰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실험은 CMIT·MIT 함유된 제품의 권장 사용량 833배를 4주 동안 하루 20시간, 주 7회 노출하는 '반복 흡입독성 시험'으로 이뤄졌다. 연구 책임자는 법정에서 "CMIT·MIT는 PHMG와 달리 폐 섬유화와 관련 없다고 보는 게 맞다"고 증언했다.
결국 법원은 무죄를 선고하면서 "2년여 동안 심리한 결과 CMIT·MIT 성분 가습기 살균제는 앞서 유죄 판결을 받은 PHMG·PGH 성분 가습기 살균제와 성분이나 위해성에 많은 차이가 있다"고 결론 내렸다.
다만 검찰이 "정확한 판결 이유를 확인해 항소 이유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힌 만큼 상급심에서 판단이 달라질 여지가 남아 있다.
jae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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