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사망사고 사업주, 최대 징역 10년6개월
5년내 재범때 특별가중처벌
또 기업인들 향해 압박 강화
◆ 산업안전법 양형 강화 ◆
사업주가 안전·보건 조치 의무를 위반해 사망사고가 발생하면 최대 징역 10년6개월을 선고할 수 있도록 양형 기준이 대폭 강화된다. 유사한 사고가 반복되거나 다수 피해자가 나올 때에는 가중 처벌된다.
12일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과실치사상·산업안전보건범죄의 양형 기준 수정안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수정안에 따르면 안전·보건 조치 의무 위반으로 근로자가 사망할 때 사업주를 처벌할 수 있는 기본 형량 범위가 기존에는 징역 6개월~1년6개월이었지만 수정안은 징역 1년~2년6개월로 엄격해졌다.
다수범이거나 5년 내 재범을 저지렀다면 최대 징역 10년6개월까지 선고가 가능하다. 형량을 높일 수 있는 '특별가중인자'로 다수 피해자가 발생할 때와 유사한 사고가 반복적으로 일어날 때가 추가되면서 처벌이 대폭 강화된 것이다. 이와 함께 사업주뿐만 아니라 도급인에 대한 안전·보건 조치 의무 위반에도 양형 기준을 적용하게 했으며 현장실습생이 사망한 경우를 포함시켰다.
양형위는 이번 수정안에 대해 다음달 5일 비대면 영상회의 방식으로 공청회를 연 뒤 오는 3월 29일 전체회의에서 최종 의결할 계획이다. 이르면 4월부터 실제 재판에서 적용될 예정이다.
이에 대해 산업계는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한 중소기업 대표는 "엄벌주의를 채택하지 않고도 훌륭한 안전 성적을 거두고 있는 독일 일본 북유럽 등은 전혀 언급하지 않고 처벌 강화만이 유일한 답인 것처럼 생각하는 것은 균형 잡히거나 종합적인 접근이라고 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이어 "강한 제재에 의존하는 것은 산업재해 감소에 기여하는 순기능을 하지 못하고 영세 소기업 등 사회적 취약자에게 과잉 처벌이 집중되는 등 역기능이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특히 강화된 양형 기준을 적용한 산업안전보건법 처벌 수위는 최근 국회를 통과한 중대재해처벌법과 별반 다를 바 없다. 이 때문에 중대재해법 입법이 '보여주기식'이라는 비판이 계속 제기되는 상황이다.
[한우람 기자 / 정희영 기자]
중대재해법 국회통과 5일만에
산업안전법 양형 기준도 강화
산안법 안전의무조항 1222개
촘촘한 규제에 과도한 처벌까지
상의 "선의의 기업 피해없게
합리적인 형량기준 만들어야"
'산업재해사고 형량기준 상향'
이재갑, 작년 양형위에 요청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과실치사상·산업안전보건 범죄 양형 기준을 사망 사고의 경우 사업주에게 최대 징역 10년6월을 선고할 수 있도록 정했다. 이 양형 기준이 적용되는 산업안전보건법에 명시된 법 조항의 최대치다. 지난 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과 중복되는 엄벌이다. 경영계에서는 "이럴 거면 중대재해법을 뭐하러 만들었느냐"는 탄식의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중대재해법으로 오너나 최고경영자(CEO) 등 경영 책임자가 처벌받고 산안법으로 안전보건 관리 책임자까지 처벌받게 될 경우 되레 현장에서 안전관리 공백이 발생하는 역설도 우려되고 있다. 12일 대한상공회의소는 "법원은 산업재해 예방을 위해 노력하는 선의의 기업들이 과도한 처벌을 받지 않도록 합리적인 양형 기준을 마련해달라"는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전인식 대한상의 고용노동정책팀장은 "산업 현장에 안전사고를 획기적으로 줄여나가기 위해서는 처벌 강화보다 사전 예방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대법원 양형 기준 강화는 중대재해법 입법과 맞물려 법인사업자에 커다한 타격이 예상된다. 산안법 처벌 대상은 사업주와 안전관리 책임자 등 사고 관련 의무 현업 책임자다. 개인사업자의 경우 '사업주=개인'인 반면 법인사업자의 경우 '사업주=법인'이다. 이 때문에 사업주 징역형은 개인사업자에게만 해당된다. 개인사업자는 산안법이든 중대재해법이든 법적 처벌 유효성은 동일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법인사업자는 다르다. 산안법상 법인사업자의 징역형 대상은 현장 책임자다. 사망 사고를 두고 산안법에서 현업 책임자를 처벌하는 한편 중대재해법을 통해 오너나 CEO 등 경영 책임자까지 처벌한다. 산재 사망 사고가 나면 '회장님, 사장님, 부장님'이 줄줄이 처벌을 각오해야 한다. 현장 공백의 정도가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중소기업은 더 당혹스럽다. 사고 대처 능력이 대기업보다 뒤떨어지는 데다 오너 CEO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인천 남동공단에서 금속가공업을 하는 B업체 대표는 "중소기업의 경우 사고 처리와 경영 재개를 대표와 책임자가 해야 하는데, 조사받고 징역까지 살게 되면 그 회사는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중기업계에서는 산업 현장 안전에 대한 정부와 국회의 엄벌주의에 대해 경영 활동을 심각하게 위축시킬 것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현실을 외면한 과도한 처벌이라는 것이다.
중기업계에 따르면 현행 산안법상 산업안전 의무 조항은 총 1222개에 이른다. 이동현 법무법인 율촌 노무사는 "산안법은 일반적인 법률과 달리 시행령과 시행규칙 말고도 안전보건 기준에 관한 규칙이 따로 있고, 이 규칙이 673개 조문으로 구성돼 있다"면서 "산업안전 의무 조항이 1000개가 넘는다는 것은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노무사는 "그 내용을 보면 작업 환경, 작업 행동, 유해위험물질 등에 대해 아주 세세하게 규정돼 있는데, 현업에서는 너무 광범위하고 의무 사항이 많아 지키기 어렵다는 하소연이 많다"면서 "작년 산안법 개정에 이어 중대재해법이 올해 초 통과되면서 관련 문의가 늘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양형위 논의는 지난해 6월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김영란 위원장을 만나 산업재해 사고 양형 기준 상향을 요청한 데 따른 것이다. 이 장관은 "충분히 예방할 수 있었던 사고가 난 경우 등에는 엄정한 처벌을 받아야 안전 문제에 대한 경각심이 제고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형위는 이를 받아들여 지난해 7월부터 산안법 양형에 대해 의견을 모아왔다.
[한우람 기자 / 안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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