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그라드는 한국, 5000만명 안되는 나라 머지않았다 [저출산의 습격, 인구재난 시작됐다]

정상균 입력 2021. 1. 12.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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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데드크로스의 후폭풍
생산인구 줄고 투자·소비 위축
경제규모 줄어 시장활력 떨어져
복지의무지출 4년간 40조 느는데
세금 낼 사람은 갈수록 줄어들어
연금·보건·의료 복지 재원 메말라
국민연금 2056년이면 고갈 전망
인구재난이 국가경제에 미치는 충격은 막대하다. 생산인구가 줄고 투자·소비가 위축되면 경제성장률은 하락한다. 정부 재정수입도 줄어들면서 공적연금은 물론 보건·의료 복지 재원의 고갈 속도가 빨라진다. 초(超)저출산·고령화로 우리 경제규모 자체가 쪼그라드는 것이다.

■10년 후 국가경제 0%대 후퇴

12일 정부 및 관계기관에 따르면 한국은행은 지난 2017년 666쪽에 달하는 '인구 고령화' 종합보고서를 냈다. 경제·사회 전문가 40여명이 참여해 내놓았는데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당시만 해도 경제호황이었고, 출산율도 떨어지긴 했으나 1명대를 유지했다.

그러나 4년 전 한은이 우려한 인구감소의 충격은 예상을 뛰어넘는다.

한은은 인구감소를 고려해 앞으로 10년 안팎에 우리 경제성장률이 0%대로 떨어질 것으로 봤다. 통계청 인구추계를 반영해 경제성장률이 2016~2025년 1.9%, 2026~2035년에 0.4%로 하락한다는 추정이다. 안병권 한은 강릉본부장(전 거시경제연구실장)은 "인구감소는 인플레이션, 경상수지, 재정 등 거시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데, 특히 시장(경제규모) 자체가 수축돼 경제활력이 떨어지는 것이 큰 문제"라고 했다.

한은의 전망 당시 합계출산율은 1.18명(2016년 기준)이었고, 생산가능인구도 정점(2018년 3746만명)을 찍지 않았다. 현재(합계출산율 0.8명)보다 덜 심각한 수준에서 내놓은 예측치다. 지금과 같은 초저출산·고령화 추세라면 경제성장률이 더 비관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초고령 가속…복지 재정부담 눈덩이

인구재난은 재정부담을 가중시킨다. 오는 2065년 정부의 재정수입이 2015년 대비 72%까지 축소될 것이라는 게 한은 예측이다. 반면 세금지출은 크게 늘어난다. 인구감소로 약 50년간(2016∼2065년) 매년 평균 약 2조8000억원의 재정지출이 발생한다는 추산이다. 세금 낼 사람은 줄어드는데 세금 쓸 일은 훨씬 많아진 것이다.

송호신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연평균 1%의 경제성장을 가정할 경우 사회보호·보건 지출은 연평균 5조6000억원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분석했다. 이 기간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지출 비중 32%를 가정한 것이다. 현재 빠르게 늘고 있는 재정지출 추세(2020년 11월 말 기준 국가채무 826조원)를 감안하면 미래는 이보다 비관적인 시나리오일 수 있다. 정부는 지난해 9월 2020∼2024년 국가재정운용계획을 국회에 제출했는데, 현재 법·제도가 유지된다는 전제하에 복지분야 의무지출 규모가 향후 4년간 40조원가량 증가할 것으로 봤다. 연평균 7.6% 증가폭이다. 국회 예산정책처가 같은 기간 발간한 2020~2070년 장기 재정전망에선 재정 의무지출이 2060년 지난해(256조원)의 6배가 넘는 1637조원으로 급증한다.

■2050년대 초반 국민연금 고갈 위험

2050년대 중·후반 국민연금 등 공적기금도 고갈 위험에 직면한다.

기획재정부 장기재정전망(2019년)에서 국민연금은 2041년 적자로 전환하고 15년 후인 2056년 적립금이 고갈된다. 국회 예산정책처의 국민연금 소진 전망치는 이보다 2년 앞선 2054년이다.

하지만 이런 전망도 해가 갈수록 앞당겨지는데 이미 5년 전 전망치보다 적자전환은 3년, 기금고갈 시기는 4년 빨라졌다. 저출산과 고령화 속도가 지금대로라면 국민연금 고갈이 2050년 이전에 벌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수년째 연금개혁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골든타임만 놓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제도개혁 이후 사회적 합의까지도 많은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한 세대 만에 연금에 기여해 줄 사람(출생아수)이 절반을 넘어 61% 줄어들면 연금제도의 지속 가능성이 의심된다"고 했다. 최진호 아주대 명예교수도 "급속한 고령화로 노인부양 부담은 커지는데, 연금개혁은 계속 미뤄지고 있다. 연금 탈 사람은 많은데 연금 낼 사람은 줄어들면 연금시스템이 지속가능할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인구감소가 멈추지 않는 이상 우리나라 5000만 인구도 유지할 수 없다. 최악의 경우 오는 2034년 인구 5000만명 붕괴도 현실이 될 우려가 있다. 통계청 예상(2060년)보다 빨리 현역병 입영대상자(2050년 14만명), 학령인구(6∼21세)가 40% 안팎으로 줄어드는 현실이 앞으로 40년 이전에 다가올 수 있다. 올해 태어나는 아이들이 마흔살이 되는 해다.

skjung@fnnews.com 정상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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