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선공약 한전공대, 결국 전기료 끌어다 세운다

안준호 기자 2021. 1. 12.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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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3월 개교 예정인 전남 나주 한전공대 조감도.

정부가 문재인 대통령 대선 공약인 한전공대 설립·운영 비용을 사실상 ‘준조세’라고 할 수 있는 전력산업기반기금에서 지원·충당할 수 있도록 관련 법령을 개정했다.

정부는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전기사업법 시행령 일부 개정령을 12일 공포했다. 개정된 시행령 34조(기금의 사용)는 ‘전력산업 및 전력산업 관련 융복합 분야 전문인력의 양성 및 관리’에 기금을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한전공대는 차기 대선(2022년 5월) 2개월 전인 내년 3월 개교를 목표로 설립을 추진 중이다. 설립 및 운영에는 1조6000억원이 소요될 예정이다. 한전은 한전공대 설립에 필요한 비용을 한국수력원자력을 비롯한 발전 자회사 6곳 등 전 그룹사에 분담 출연시킬 계획이다. 전라남도와 나주시도 매년 200억원씩 10년간 2000억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그러나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부채가 131조여원에 달하는 한전이 한전공대 설립 및 운영 비용을 감당하기엔 역부족이다. 이 때문에 이번 시행령 개정을 통해서 정부가 전력산업기반기금을 한전공대 지원에 사용할 수 있는 길을 터놓은 것이다.

전력산업기반기금은 국민이 내는 전기요금의 3.7%를 떼어내 조성하는 기금이다. 2001년 설치된 전력기금은 당시 정부가 한전의 민영화 작업을 추진하면서 한전이 기존에 담당하던 전력 산업 발전, 도서·벽지 전력 공급 지원 등 각종 공적 사업을 유지하기 위해 만들었다. 모든 국민이 내는 전기료에서 일부를 떼어내 조성하는 일종의 ‘준조세’에 해당한다. 징수는 한전이 맡지만, 실제 기금을 운용하는 주체는 산업통상자원부다.

국민의힘 한무경 의원은 “이미 카이스트 등 이공계 특성화 대학이 5곳이 있고, 대학 진학 인구도 줄어드는 상황에서 국민 동의도 없이 전기료에서 당장 급하지도, 꼭 필요하지도 않은 대학을 대통령 대선 공약만이라는 이유로 설립하는 것이 과연 옳으냐”며 “정부가 전력기금을 쌈짓돈처럼 사용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산업부 관계자는 “이번 시행령 개정은 지원 근거를 마련한 것일 뿐 실제 기금을 사용하려면 기획재정부와 협의해야 하고 국회 심의도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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