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수사권 박탈 난리, 긴장 안하나" 이용구 몰아붙인 민주당
“정체성을 수사로 생각하는 검사에게 ‘수사하지 말라’고 하기는 어렵다.”(이용구 법무부 차관) “국민에 대한 인식이나 이해도가 조금 더, 이렇게 긴장을 안 하셨는지 걱정이 된다.”(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12일 국회에선 더불어민주당 검찰개혁위원회(위원장 윤호중) 소속 의원들이 이용구 법무부 차관을 몰아붙이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검찰개혁위는 4차 회의 자리에 이 차관과 김남준 전 법무부 산하 법무·검찰개혁위원장을 불러들였다. 그간의 개혁 진척 상황을 점검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회의에서 검사의 수사권을 서둘러 박탈하라는 취지의 막무가내성 주장이 쏟아졌다.
질의응답 과정 중 이 차관이 꺼낸 “검사들은 수사하러 들어왔고 그게 현실”이라는 말에 날선 반응이 튀어나왔다. 이 차관은 “(검사가) 수사하러 (검찰에) 들어왔는데 ‘당신 이제 수사하지 마시오. 이제 6대 범죄 밖에 수사 못 하고 수사총량을 유지해야 하니 수사하지 마시오’라고 얘기하는 게 간단하지 않다”며 “전환이 필요한데 교육으로 하든지, 다른 정체성을 심어가면서 조직문화를 개선해야 하는지 등이 저의 고민”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판사 출신 이수진(서울 동작을) 의원은 “검찰 수사권를 폐지해달라고 (국민들이) 굉장히 국회의원들에게 문자를 보내고 있다”며 “난리 난 상태에서 ‘수사검사들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 차관이 이렇게 말하는 것은 아직도 바깥에 계신 국민 인식에 대해 이해도가 아직 조금 더 (부족하다)”고 말했다. 그러자 이 차관은 “수사를 잘하는 사람을 존경하는 식으로 수사검사를 뽑아왔고 그런 정체성을 가진 검사들에 대한 전환 과정이 정말 쉽지 않은 과제라는 걸 말씀드리고 싶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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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탈원전 수사까지 꺼낸 여당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조기 분리해 ‘공소청’을 만들자는 법안을 낸 김용민 의원은 라임자산운용 사건에 대한 직접 수사를 문제 삼았다. 김 의원은 “최근 라임 사건을 보면 직제개편을 해서 (검찰이) 직접수사를 못 하게 하는 게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듯하다”며 “대검 내부규정에 따르면 서울 남부지검에서 직접수사의 필요성이 있으면 대검에 보고하고 반부패부장을 경유해서 (총장에) 보고하고 승인받은 뒤 직접 수사할 수 있게 돼 있지만 라임 사건은 그렇게 안 돌아갔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5월 서울 남부지검이 라임 사건에 연루된 야권 인사 수사 상황을 추 장관의 핵심 참모인 심재철 당시 대검 반부패부장(현 법무부 검찰국장)을 건너뛰고 윤석열 검찰총장에 직보한 점을 상기시킨 것이다. 당시 “윤 총장의 야당 인사 봐주기 수사”라며 달아오른 여권의 분위기는 결국 검찰총장 수사지휘권 박탈(지난해 10월)로 이어졌다.
이에 이 차관이 “검찰청 사무기구 규정에 (검사장 지정 사건에는) 직접수사 가능성이 남아있다”고 답하자 김 의원은 “검찰 직접수사를 줄이라고 했는데 여전히 규정상 남아있다고 하면 제도 운영에서 국민들이 바라보는 시선과 다른 게 아닌가 싶다”고 다그쳤다. 이날 자리에 참석한 심재철 검찰국장은 “형사부가 직접수사를 못 하는 내용의 법 개정을 해야 한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경찰 출신 황운하 의원은 “검찰권 축소는 뭐니뭐니해도 직접수사 축소”라며 “탈원전 수사를 대전지검 형사5부가 하고 있는데 예전 이름은 공공수사부였다. 이름만 바꿔 달았지 하는 일은 똑같지 않냐”고 물었다.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조작 의혹을 받는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을 대전지검이 구속·기소한 건을 검찰 수사권 박탈의 필요성을 보여주는 근거로 내세운 것이다.
검사장 출신 김회재 의원만이 신중론을 제기했다. 김 의원은 “직접수사하고 그걸 기소까지 하는 것은 우려가 크지만 실무를 해본 저로서는 기우”라며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수사와 기소 기능을 같이 준 건 복잡한 사건은 두 가지를 분리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이어 “수사검사와 기소검사를 분리하면 공소유지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대형 로펌 변호사 출신인 오기형 의원은 회의 후 “민주당과 법무부 간 검·경 수사권 즉각 분리에 대한 이견이 있는 거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수사·기소분리 원칙에 대한 이견이 아니다. 어떤 경로로 (분리)해야 되는가에 대한 논의를 축적하고 있고, 그 논의를 구체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효성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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