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 '치킨 갑질' 논란의 전말

박용필 기자 2021. 1. 12.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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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12일 오전 대한민국 공군의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치킨 환불 논란’ 관련, 조치 현황을 알려드립니다.”라는 글이 올라왔습니다. ‘치킨 환불 논란’이란 지난해 경기도 소재의 한 공군 부대가 인근의 업체에서 치킨을 단체주문했다가 환불한 일을 지칭합니다. 몇 달 전 발생한 일이 갑자기 이슈가 되고 국가 안보에 관한 중대사도 아닌데 공군이 공식 채널에 직접 진행상황을 알리는 일이 벌어진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시작은 한 배달대행 어플의 리뷰 게시판에 올라온 리뷰글이었습니다. 경기도 소재의 한 공군부대 관계자로 추정되는 이가 배달비에 대한 불만을 리뷰로 남깁니다. 그러면서 ‘저번에 단체주문 했을 때에도 닭가슴살만 몇십인분 줘서 환불받았다’는 과거의 악연을 소개합니다.

▶리뷰 아래에 치킨 업체 사장님의 반박이 달렸습니다. 요약하면 ①배달비는 자신과 무관하며 ②과거 단체주문건은 포장실수였고 ③그래서 사과했으며 ④‘닭 한마리+12만원 상당의 치즈볼+콜라 6개’를 더 드렸음에도 ⑤“(군 부대측에서) 본사를 들먹이며 수도 없이 전화하셔서” ⑥결국 환불해드렸다는 내용입니다.

▶또 반박글 말미에, 앞서 공군부대 관계자가 쓴 “호구 잡았다”는 표현을 두고 “125만원어치 닭을 드리고 10원 한장 못받은 제가 호구인가요, 아님 배달료 천원을 낸 공군부대가 호구인가요?”라고 반문했습니다.

▶그런데 이 표현이 넷심에 불을 지릅니다. 각종 커뮤니티에는 ‘125만원어치 치킨 먹고 돈 한 푼도 안 낸 공군 부대’와 같은 글들이 올라왔습니다. 포털 검색어 목록에 ‘공군 치킨’, ‘치킨 환불 논란’ ‘공군 치킨 갑질’ 같은 단어들이 오르내렸습니다. 청와대 국민 청원 홈페이지에는 한때 “125만원어치 치킨 먹튀 갑질한 공군 부대”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오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해당 군 관계자로 추정되는 이들이 재반박에 나섭니다. 요약하면 ①해당 치킨 업체는 본사에서 납품받은 닭을 사용하지 않았고, ②그래서 환불은 본사 측의 동의 하에 문제없이 이뤄진 것이고, ③부대와 업체와의 거리가 1㎞도 안되는데도 배달료 1000원을 추가로 받은 것이며, ④그럼에도 업체 사장님은 부대 앞에서 “공무원이 이래도 되냐” “대대장 어딨냐” “당장 리뷰 지워라”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는 겁니다.

▶⑤환불을 요구한 이유도 “닭가슴살이 많아서가 아니라” “먹을 수 없는 상태”였기 때문이며 ⑥“일부 치킨을 먹었던 병사들이 복통이랑 설사에 시달렸”다고도 했습니다.

▶한편 치킨업체 본사 측은 한 언론에 사제품 닭을 썼다는 내용은 사실이 아니며 본사에서 공급한 닭을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습니다. 환불 또한 나쁜 소문이 날 것을 우려한 가맹점주가 직접 진행했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리고 공군은 이날 저녁 공식SNS를 통해 다시 아래와 같은 입장을 밝혔습니다.


공군이 다시 내놓은 입장에 따르면 치킨이 “먹을 수 없는 상태”였는지, 또 “일부 치킨을 먹었던 병사들이 복통이랑 설사에 시달렸”는 지는 “사실 관계가 확인되지 않”아 아직은 알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누리꾼들이 온라인 공간을 뒤집어놓을 정도로 분노한 건 ①가뜩이나 ‘거리두기’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를 상대로 ②개인도 아닌 ‘공군’이 ③‘125만원어치 치킨 먹고 돈 한 푼도 안 낸’ 갑질을 한 것으로 느꼈기 때문이라는 것은 알 것 같습니다.

공군을 포함한 소비자들도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을 알고, 또 자영업자들도 좋은 품질의 제품으로 소비자들을 위로하며 상생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박용필 기자 phi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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