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스트 조성진, 누가 될까"..콩쿠르 도전 나선 韓연주자들

오현우 입력 2021. 1. 12. 17:22 수정 2021. 1. 13. 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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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무대 설 기회 줄자
전세계 피아니스트들 콩쿠르 몰려
쇼팽·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예선
모두 통과 한국인 연주자 8명
평론가들, 러 유학파 이혁 주목


독일 베를린필하모닉은 지난 1일 열린 신년음악회 협연자로 피아니스트 조성진을 선택했다. 연주자들에게 ‘꿈의 무대’로 불리는 공연. 베를린필의 협연자 선정은 까다롭다. 지금까지 베를린필과 협연한 한국 피아니스트는 조성진이 유일하다. 그는 2015년 쇼팽콩쿠르에서 우승하면서 세계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2017년 베를린필의 아시아투어에서 처음 협연한 이후 이제는 독일 현지에서 먼저 찾는 연주자가 됐다.

‘제2의 조성진’을 꿈꾸는 젊은 피아니스트들이 올해 세계적인 피아노 콩쿠르에 잇달아 도전한다. 지난해로 예정됐다가 코로나19 사태로 연기된 쇼팽 콩쿠르와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가 올해 열리기 때문이다. 쇼팽 콩쿠르는 오는 4월 2차 예선을 거쳐 10월에 본선을 치르고, 퀸 엘리자베스는 5월 2주간의 합숙 후 12명의 결선 진출자가 결선무대를 통해 우승을 다툰다. 3년마다 열리는 영국 리즈 콩쿠르도 4월로 예정돼 있다.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열리는 쇼팽 콩쿠르는 세계 최고의 권위를 자랑한다. 5년에 한 번씩 17~28세 연주자들이 쇼팽의 작품으로만 경연을 치른다. 마우리치오 폴리니(1960년), 마르타 아르헤리치(1965년), 크리스티아 짐머만(1975년) 등의 대가들이 이 콩쿠르에서 우승해 명성을 얻었다.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는 쇼팽 콩쿠르, 차이콥스키 콩쿠르와 함께 세계 3대 콩쿠르로 불리는 대회다. 성악·첼로·바이올린·피아노 등 네 개 부문별로 4년마다 대회가 열린다.

코로나19로 연기된 두 콩쿠르에 대한 관심과 열기는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올해 쇼팽 콩쿠르 지원자는 500여 명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2015년(330여 명)에 비하면 배 가까이 늘었다. 지난해 영상 심사로 1차 예선을 통과한 160명이 4월 바르샤바로 건너가 2차 예선을 치른다. 그중 16명이 한국 피아니스트다.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도 한국 피아니스트들이 대거 1차 예선을 통과했다. 전체 74명 중 17명이 한국인으로, 국가별 최다 기록을 세웠다.

두 콩쿠르 1차 예선을 모두 통과한 국내 연주자도 여럿이다. 유세형(31) 김홍기(30) 김수연(27) 신창용(27) 김혜림(25) 박진형(25) 이혁(20) 예수아(20) 등 8명이 두 마리 토끼를 잡으러 나선다. 두 콩쿠르에 모두 지원한 이유가 뭘까. 기대주로 꼽히는 이혁은 “가장 권위 있는 콩쿠르를 통해 무대 경험을 늘리기 위해서 지원했다”고 밝혔다. 그는 “다양한 레퍼토리를 소화하며 개성을 선보일 수 있는 무대”라며 “쇼팽이 남긴 레퍼토리와 현대음악을 동시에 연구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신창용도 “쇼팽 콩쿠르에선 섬세한 연주가 필수이고, 퀸 엘리자베스에선 연주자만의 개성이 드러나야 한다”고 설명했다.

예선을 통과한 국내 연주자들이 많은 게 다른 나라에 비해 지원자가 많아서는 아니라고 한다. 연주 수준이 상향 평준화됐다는 설명이다. 김대진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의 예비심사를 맡아 보니 국내 연주자들의 실력이 월등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이 한국 연주자들의 수상 가능성을 높게 점치는 이유다.

코로나19로 인해 신인들이 설 무대가 사라진 점도 작용했다. 한정호 음악평론가는 “코로나19로 양극화가 심해져 이름 있는 연주자에게만 공연 요청이 쏠리고 있다”고 했다. 황장원 음악평론가도 “현재 국내 클래식 시장은 수요에 비해 공급이 넘치고 있다”며 “콩쿠르 우승 경력이 없으면 원하는 대로 음악활동을 이어가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와 쇼팽 콩쿠르에서 준우승 이상의 성과를 내면 병역 면제를 받을 수 있는 점도 연주자들이 콩쿠르에 몰리는 이유로 작용한다. 이미 음반을 발매하고 독주회도 열어 프로 연주자로 인정받고도 콩쿠르에 지원하는 ‘재수생’ 피아니스트가 나오는 이유다. 한 평론가는 “콩쿠르 경력이 없으면 인정해주지 않는 풍토를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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