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공시가 또 반발..과천·강남·서초·동작 등 "낮춰 달라"

박윤선 기자 2021. 1. 12. 17:1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올 표준 단독주택 공시가 10%↑
가파른 상승세에 주민들 '세 폭탄'
아파트 공시가도 큰 폭 인상 예고
정부·지자체 '공시가 마찰' 잇달아
지난해 10월에 열린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수립을 위한 공청회’ 장면./서울경제DB
[서울경제] 표준 단독주택 공시 가격 이의신청 기간이 지난 6일로 종료된 가운데 경기도 과천시와 서울 강남·서초·동작·송파 등 주요 지방자치단체들이 국토교통부에 과도한 공시 가격 상승률을 낮춰 달라고 공식적으로 요청했다. 최근 수년 새 정부가 무리하게 공시 가격을 끌어올리면서 지자체들이 반발해왔는데 올해 역시 똑같은 상황이 나타난 것이다.

문제는 공시 가격에 대한 지자체 반발이 표준 단독주택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단독주택을 시작으로 표준지 공시지가, 그리고 아파트 공시 가격까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표준 공시 가격이 오르면 개별 공시 가격도 덩달아 뛰게 된다”며 “지역 주민들의 민원도 있지만 우리가 보기에도 표준 공시 가격이 너무 높게 산정된 측면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표준주택 공시가 낮춰 달라”···지자체들 반발=12일 서울경제가 조사한 결과 표준 단독주택 공시 가격 상승률이 높은 서울 지자체들이 국토부 산하 한국부동산원에 상승률을 낮춰 달라는 의견을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우선 올해 서울에서 표준 단독주택 공시 가격 상승률이 가장 높은 동작구는 한국부동산원이 산정한 12.86%에서 2%포인트 정도를 하향 조정해 달라고 요청했다. 2%포인트를 낮추면 동작구의 증가율은 서울 평균 증가율(10.13%)을 약간 웃도는 수준으로 조정된다.

마찬가지로 서울 평균보다 증가율이 높았던 서초구와 강남구·송파구 등도 인하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11.93%의 상승률을 고지받은 강남구는 서울 평균 수준으로, 12.19%를 통보받은 서초구는 상승률이 지나치게 높은 일부 표준 주택 사례에 대해 인하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마포구(11.39%), 용산구(11.02%) 등이 상승률 인하 의견을 제출했다. 이들 지자체는 구체적인 인하율을 제시하지는 않았다.

국토부가 지난해 말 발표한 올해 표준 단독주택 공시 가격을 보면 서울은 10.13% 상승해 시도 가운데 유일하게 두 자릿수 상승률을 나타냈다. 서울 자치구 가운데는 동작구가 12.86% 올라 가장 높은 상승률을 나타냈다. 이어 △서초구(12.19%) △강남구(11.93%) △송파구(11.86%) △마포구(11.39%) 순으로 올랐다. 올 표준 단독주택 공시 가격이 크게 오른 서울 지자체 대부분이 하향 조정을 요청한 것이다.

서울뿐 아니라 경기도에서도 공시 가격을 낮춰 달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과천시가 표준 주택 가격 상승률을 도내 평균 상승률(5.97%) 수준으로 하향 조정해 달라고 요구했다. 올해 국토부에서 발표한 과천시 표준 단독주택 가격 상승률은 10.06%로 지난해 8.05%보다 2.01%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경기도 내에서 성남 수정구(13.08%), 중원구(10.65%)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상승률이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지난해에도 공시 가격 상승률 인하를 요청했으나 반영은 되지 않았다”며 “올해 역시 정부 입맛대로 할 가능성이 크다”고 토로했다.

◇해마다 강도 더해가는 ‘공시 가격 반발’=수년 전까지만 해도 부동산 공시 가격에 대해서는 극히 일부의 개별 소유주들만이 이의를 제기했을 뿐 지자체가 의견을 제시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하지만 현 정부가 최근 들어 무리하게 공시 가격을 인상하면서 지자체까지 나서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오는 2030년까지 모든 부동산의 공시가 현실화율을 90%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지자체들도 지난해부터 적극적으로 반발에 가세하고 있다.

올해 역시 공시 가격을 둘러싼 반발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표준지 공시지가 역시 전국이 10.37% 오르면서 1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또 곧 나올 아파트 공시 가격도 크게 오를 것으로 보인다. 주민들은 물론 지자체들의 공시 가격 하향 조정 요청이 표준 단독주택을 시작으로 봇물을 이룰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급격한 부동산 공시 가격 상승에 따른 세 부담 증가가 무엇보다 세입자에게 전가될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대한부동산학회장인 서진형 경인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세금 부담이 커질수록 전세가 보증부 월세로 전환되고 월 임대료가 상승하게 되는 것은 교과서적인 이야기”라며 “공급을 끌어내기 위해 다주택자들을 세금으로 옥죄면 결국 부담을 임대료에 전가하게 된다. 아울러 이들 매물이 매매 시장에 나오더라도 이는 임대 공급 물량이 줄어든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임대료 상승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윤선기자 sepys@sedaily.com

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