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성원전 방사능 유출.."멸치"인지 '고래'인지 따져봅시다

김정수 2021. 1. 12.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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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경주 월성원전 방사능 누출 사고가 탈원전 정책을 반대하는 찬핵진영의 물타기 공세 속에 '주민건강'이라는 본질에서 벗어나고 있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삼중수소는 생체 세포와 결합해 유전자 이상을 유발할 수 있는 방사성 물질로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다. 노후한 월성원전의 방사능오염 규모와 원인, 관리부실 여부를 전면 조사해야 한다"고 했다.

이해 당사자라 할 월성원전 주변 주민 등은 말싸움 대신 실태조사부터 하자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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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언론·야당 "멸치에도 삼중수소"
과장된 위험이라 주장하며 본질 흐려
원자력안전법 '원전 내 측정기준' 없어
"누출 범위·원인 확인 민관합동조사를"
경북 경주시 월성 원전에서 규정된 방사성 물질 배출경로가 아닌 지하로 삼중수소가 누출돼 논란이 일고 있다. 월성 원전 앞 바닷가에 ‘지진해일 대피 안내판’이 서 있다. 경주/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경북 경주 월성원전 방사능 누출 사고가 탈원전 정책을 반대하는 찬핵진영의 물타기 공세 속에 ‘주민건강’이라는 본질에서 벗어나고 있다. 보수언론과 보수야당은 누출돼서는 안 되는 곳에서 고농도의 삼중수소가 발견됐다는 사실은 외면한 채 ‘멸치·바나나에도 삼중수소는 존재한다’는 식의 주장을 편다. 지역 환경단체 등은 소모적 정치공방을 멈추고 민관합동 조사를 통해 누출 범위와 원인부터 확인하자고 요구했다.

더불어민주당은 12일 월성원전 부지 지하수에서 방사성 물질인 삼중수소가 검출된 것과 관련해 “국회 차원의 조사 필요성도 면밀히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삼중수소는 생체 세포와 결합해 유전자 이상을 유발할 수 있는 방사성 물질로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다. 노후한 월성원전의 방사능오염 규모와 원인, 관리부실 여부를 전면 조사해야 한다”고 했다. 이낙연 당대표도 전날 “월성원전 지하수에서 방사성물질이 검출됐다는 사실 자체가 충격적”이라고 밝혔다.

이에 국민의힘은 관련 상임위 소속 의원들을 중심으로 월성원전 조기 폐쇄와 관련한 검찰 수사를 방해하기 위해 “과학적 사실이 아닌 일부의 주장을 침소봉대하고 있다”며 맞대응했다. 이들은 “검출된 삼중수소는 원전시설 내 특정 지점에서 일시적으로 검출된 것이다. 외부로 유출되지 않았고 회수해 처리됐다. 바나나 6개, 멸치 1g 수준의 삼중수소를 괴담으로 유포하는 저급한 술수를 멈춰야 한다”고 했다.

지난해 말 <한겨레>, 최근 <문화방송>(MBC) 등은 한국수력원자력의 ‘월성원전 부지 내 지하수 삼중수소 관리 현황 및 조치 계획’ 보고서 내용을 잇달아 보도했다. 2019년 4월 월성원전 3호기 터빈 건물 지하수 배수로 맨홀의 고인물에서 리터 당 71만3000Bq(베크렐)의 삼중수소가 검출됐다는 내용이다. 검출 지점은 방사성 물질이 발견돼서는 안되는 곳이며, 검출 농도 역시 원전에 허용된 배출 기준(4만Bq/L)의 17.8배에 이르는 고농도라는 점이 문제였다. 반면 <조선일보> <한국경제> 등은 원자력 전문가와 한수원 관계자 입을 빌어 상대적으로 높을 수밖에 없는 원전부지 내 방사능 농도(원전 내 측정기준)를 외부 배출시 허용되는 농도와 비교해 위험을 과장했다고 말한다. 보수야당의 반론도 이를 근거로 했다.

하지만 원자력안전 관련 법령 어디에도 ‘원전 내 측정기준’이라는 것은 없다. 원전 지하는 규정된 배출 경로가 아니며, 원전 지하로 방사성 물질이 지속적으로 유출되는 것은 결코 일어나선 안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원전 내 기준치가 없기 때문에 대신할 참고치로 배출 기준을 제시한 것인데, 마치 별도 기준이 있는 것처럼 사실을 호도한 것이다. 오염된 지하수가 원전 외부에까지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있지만 한수원과 규제 당국은 누출 원인과 규모, 영향을 정확히 파악하지 않고 있다.

이해 당사자라 할 월성원전 주변 주민 등은 말싸움 대신 실태조사부터 하자고 제안했다. 탈핵경주시민공동행동은 12일 기자회견에서 “한수원의 선의에 맡겨선 절대 사태를 해결할 수 없다”며 주민 등이 참여하는 민관합동조사위원회 구성을 요구했다. 이들은 “어디에서 얼마나 새는지, 지하수를 타고 어디로 흐르는지, 한수원도 모르고 원자력안전위도 모른다. 아무것도 알 수 없는 상황이 우리를 더욱 두려움과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고 했다. 환경운동연합도 전날 “문제의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민관합동조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김정수 선임기자, 송호진 박기용 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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