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기 칼럼] 소득주도성장에서 외면당한 중소기업
文정부서 중기·대기업 불균형 더 심화
고질적 경제 이중구조 개혁 각오 없이
최저임금·근로단축 강행때 예견된 일
지금이라도 업종전환 지원기금 편성을
다행인지 불행인지 소주성의 경제적 효과에 대한 평가는 이제 무의미해졌다. 따져볼 문제는 소주성을 내건 문 정부에서 중소기업은 더욱 힘들어지고 수출 대기업에는 더 많은 지원이 쏟아진다는 아이러니다. 중소상공인 지원 정책이 없지는 않았지만 모두 최저임금 폭등의 피해와 반발을 완화하려는 응급 처방의 일환이었다. 대규모 산업 정책은 오히려 대기업과 수출 경쟁력 강화에 집중됐고 대통령의 국내외 현장 행보도 주로 대기업을 향했다. 5년 장기 계획인 한국판 뉴딜에서도 중소기업 지원은 구색 맞추기에 불과하다. 오는 2025년까지 88조 원 정도의 국비를 투입하는 디지털 뉴딜과 그린 뉴딜 사업 20개 중 중소기업 사업은 1조 7,000억 원을 책정한 원격 근무 확산과 소상공인 온라인 비즈니스 지원 사업 2개뿐이다. 2019년 각광받던 소재·부품·장비 육성에 관한 관심의 유효기간도 1년뿐이었다. 2021년에는 ‘혁신성장 BIG3 추진회의’라는 특이한 조직까지 만들며 미래차와 바이오·반도체를 집중 지원하기로 했다. 혁신성장 BIG3는 결국 TOP3 그룹에 대한 지원인 셈이다.
역설적으로 2021년은 중소 상공인들에게 각종 부담이 한꺼번에 쏟아지는 불행한 해다. 50인 이상 중소기업들은 올해부터 당장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생산 차질 또는 비용 상승을 감당해야 한다. 주 52시간으로의 전환 비용만이 아니라 법 개정에 따라 민간 기업도 15일의 법정 공휴일을 유급 휴일로 전환해야 한다. 올해는 휴일과 겹치는 3일을 뺀 12일을 휴무로 돌리거나 과거처럼 계속 근무를 시키면 휴일수당까지 포함해 18일분의 임금을 추가로 지급해야 한다. 그동안 유예해왔던 화학물질등록 및 평가법(화평법)과 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도 올해부터 중기를 본격적으로 옥죈다. 2,000종에 달하는 유해 물질의 등록과 화학 물질 관리 시설의 현장 실사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업계는 유해 물질 하나를 등록하는 데 수억 원이 들어가고 화관법의 설비 기준을 갖추기 위해 평균 3,700만 원이 들어간다고 추정한다. 화학 관련 중기에는 엄청난 비용 부담이 문제고 뻔히 예상되는 규제 당국과의 실랑이도 골칫거리다. 지난주 국회를 통과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도 결국 사업주가 대표인 중기에 모든 부담이 쏟아질 가능성이 높다. 50인 이상 기업은 내년 시행에 대비해 인력과 시설을 정비해야 할 것이다. 기업 규모가 작을수록 노동이나 환경 전담 인력을 두기 어려워 예상 밖의 쟁송에 휘말리거나 행정 제재를 당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사업주가 느낄 심리적 부담은 실제보다 더 크기 마련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경제적 피해가 내수와 중소 영세 상공인들에게 집중되고 있는 데다 올해 경기 회복도 부문 간 불균형이 더 커지는 K자형이 예상된다. 정부는 그동안 한국 경제의 이중구조 개혁에 손도 대지 않았기 때문에 임기가 끝날 때쯤 대기업과 중소기업, 수출과 내수 부문의 불균형은 더욱 심화돼 있을 것이다. 이런 결말은 이미 2018년 무턱대고 최저임금을 대폭 인상할 때부터 예견됐다. 영세 자영업과 중소기업 부문의 고질적인 저생산성과 영세성, 만성적인 구인난과 출혈 경쟁 구조를 근본적으로 혁신할 각오도 없으면서 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만 밀어붙일 때 그 결말은 보나마나였다. 이미 늦었지만 회복 불능의 늪에 빠진 중소 영세 상공인들의 업종 전환을 지원하는 산업 합리화 기금이라도 긴급 편성하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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