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VS 기관' 2라운드 끝에 3100선..2600 시나리오까지
고공행진을 이어오던 코스피가 급브레이크를 밟았다. 외국인과 기관의 동반 매도에 이틀 연속 약세 마감했다. 2조원이 넘는 개인 순매수 덕분에 3100선을 지켜낸 게 위안거리다.
개인은 이틀간 7조원에 가깝게 순매수하며 기관의 5조원 규모 순매도에 맞섰다. ‘삼천피 시대’ 안착을 두고 개인과 기관간 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12일 코스피는 전일 대비 22.50포인트(0.71%) 내린 3125.95에 마감했다. 장중 코스피지수는 3047.56까지 하락했으나 개인 순매수 덕분에 3100선을 회복했다.
코스피시장에서 개인은 2조3128억원을 사들였다. 전날 역대 최대 순매수(4조4921억원)에 이어 이틀 연속 역대급 순매수 행진이다. 개인투자자가 이틀동안 사들인 금액은 자그마치 6조8049억원에 달한다.
업종별로는 대부분 약세인 가운데 종이·목재가 유일하게 3%대 강세였고, 의료정밀, 건설업 등이 1% 넘게 올랐다. 증권, 운송장비, 철강·금속 등은 1~2% 내렸다.
시가총액 상위주는 업종·순위 가릴 것 없이 모두 흘려내렸다. 대장주인 삼성전자(-0.44%)를 비롯해 SK하이닉스(-3.01%), LG화학(-3.61%), 삼성바이오로직스(-3.31%), NAVER(-1.62%) 등이 모두 급락했다.
특히 자율주행 전기차 '애플카'와의 협업 기대감에 2거래일동안 30% 가까이 올랐던 현대차와 부품 계열사 현대모비스는 각각 2.43%, 5.82% 내렸다.
하락장에서도 셀트리온과 삼성SDI는 2%대 강세였다. 카카오와 기아차는 강보합세였다.
코스닥지수도 2.91포인트(0.30%) 내린 973.72에 거래를 마쳤다. 그러나 통신주 등의 활약에 코스피에 비해 선방했다.
개인은 2603억원을 사들였고,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878억원, 1537억원을 순매도했다.
업종별로는 통신방송서비스와 오락·문화, 출판·매체복제가 2~3%대 강세였고, 음식료·담배, 섬유·의류 등도 강보합세였다. IT부품,반도체, 운송장비·부품 등은 약보합세였다.
시총 상위주 가운데는 CJ ENM(5.69%), 펄어비스(2.68%), 스튜디오드래곤(4.33%) 등이 올랐다. SK머티리얼즈는 5% 넘게 떨어졌고, 에코프로비엠도 3%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이날 하락장을 코스피의 ‘숨고르기’ 단계라고 진단했다. 미국 채권금리 급등, 비트코인 폭락, 테슬라 등 미 기술주 급락 등이 계기가 됐다.
서상영 키움증권 투자전략부장은 “최근 주식시장의 가장 큰 화두는 차익실현”이라며 “비트코인이 20% 넘게 무너지면서 기업가치를 따지기보다 수익이 올라왔던 모든 상품의 매물이 시장 전반에 걸쳐 나오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오현석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 대선 이후 세 달도 채 안 되는 기간에 코스피지수가 35% 이상 올랐는데 이는 10년에 한 번 나올 만한 랠리”라며 “과속으로 급체했던 주가가 제 속도로 돌아오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단기 조정 성격이 크지만 조정 기간이 생각보다 오래 갈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3000선 밑도 염두에 둬야 한다는 조언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코스피가) 3개월 동안 쉬지 않고 최대 1000포인트 올랐다”며 “밸류에이션 등을 고려할 때 2600선까지 빠질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1월 말~2월초 올해 실적 가이던스가 가시화될 때 기대치가 높아진다면 시장이 안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낙폭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긍정적 시각도 있다. 든든한 개인 자금이 주된 이유다.
한대훈 SK증권 연구원은 “개인 투자자가 주도하는 시장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며 “단기 과열과 막대한 증시 대기자금 간 공방이 펼쳐질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언제든지 변동성 장세가 연출될수 있겠지만 증시 대기자금이 있어 낙폭은 크지 않을 전망”이라고 예상했다.
눈여겨봐야 할 변수는 미국 국고채 금리 추이다. 저금리 기조로 비롯된 개인투자자의 매수 동력이 금리 상승으로 약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지난 4일 이후 일주일 만에 0.917%에서 1.144%로 0.227%포인트 올랐다. 지난해 6월 이후 최대 주간 상승폭이자, 코로나19(COVID-19) 사태와 초저금리가 본격화된 지난해 3월 이후 최고치다.
특히 12월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 의사록에서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이 언급되며 내년 하반기 금리인상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상황은 시장에 부담이다.
이 팀장은 “빠르고 강한 경기 회복이라는 전제가 있어 올해 안에 통화정책 스탠스가 전환될 가능성은 낮다”면서도 “인플레이션 부담과 맞물려 투자자들의 불안심리를 자극하기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그간 올랐던 반도체·2차전지·자동차 등 성장주보다는 가치주가 선방할 것으로 기대된다.
서 부장은 “그동안 수급에 의해 무조건 올라왔다면 이제는 기업가치나 실적 등 실질적인 흐름을 봐야할 때”라며 “그동안 많이 올랐던 종목은 매물이 나올 여지가 있지만, 경기민감주, 금융주 등 금리 상승 수혜 종목은 방어적 성격에서 견고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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