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철우의 과학풍경] 지구촌에 드리운 '거대한 백신 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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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 어떻게 보도할 것인가를 주제로 열리는 세계과학저널리스트대회(WCSJ)에 몇번 참석한 적 있다.
"2021년 새해는 2020년 못잖게 도전적인 해가 될 것이다. 우리 편집인과 기자들은 언제나 그곳에 있을 것이며 거대한 백신 격차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전할 것이다."
아프리카판 기자는 불균등한 백신 공급이 팬데믹에 맞선 지구촌 싸움에 상처를 줄 것이라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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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우의 과학풍경]
오철우 ㅣ 서울과학기술대 강사(과학기술학)
과학을 어떻게 보도할 것인가를 주제로 열리는 세계과학저널리스트대회(WCSJ)에 몇번 참석한 적 있다. <네이처> <사이언스> 같은 이름난 과학매체 기자들이 늘 주목받지만, 아프리카, 아시아, 중동에서 온 기자들의 열성적 참여도 못잖게 두드러졌던 걸로 기억한다. 그중에서도 ‘사이데브’(SciDev.net)라는 뉴스 사이트의 기자들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아프리카, 아시아, 중동, 남미 개발도상국의 기자와 편집인, 커뮤니케이션 활동가가 네트워크를 이뤄 개도국 그들의 시선에서 지속 가능 발전과 과학기술의 뉴스와 분석을 보도한다.
코로나19 팬데믹 시대에 백신 접종의 희망으로 떠들썩한 요즘, 개도국의 그들은 어떤 소식을 전하고 있을까? 모처럼 찾아본 사이데브에 실린 새해맞이 사설의 제목은 의미심장하게 “2021년 전망: 거대한 백신 격차”(Great vaccine divide)였다. “코로나19 백신 접종 프로그램이 일부 선진국에서 시행되지만, 지구 남반구 사람들은 접종 시행까지 1년 이상 기다려야 할지 모른다.” 팬데믹 영향으로 지속 가능 발전의 지원 프로그램은 줄어들었고 식량과 물 부족, 환경파괴 같은 상황은 더 나빠졌다. 백신 접종은 먼 나라 이야기다. “2021년 새해는 2020년 못잖게 도전적인 해가 될 것이다. 우리 편집인과 기자들은 언제나 그곳에 있을 것이며 거대한 백신 격차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전할 것이다.”
백신 승인과 접종 개시로 기대가 부풀었던 지난달, 아시아판 사이데브의 기자는 세계백신면역연합(GAVI) 등이 백신 균등 공급을 위해 추진하는 코백스(COVAX) 사업이 고소득 국가의 백신 입도선매 탓에 쉽잖은 상황에 있음을 전했다. 아프리카판 기자는 불균등한 백신 공급이 팬데믹에 맞선 지구촌 싸움에 상처를 줄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국 듀크대 국제보건혁신센터의 집계자료(launchandscalefaster.org/covid-19)를 보면, 현재 125억회 접종 물량이 예매되었는데 대부분이 고소득 국가와 일부 중소득 국가에 팔렸거나 협상 중이라고 한다. 개별 국가가 사들이는 물량이 많아지면 코백스가 확보할 물량은 줄어든다.
새해가 어떤 나라들에선 팬데믹에서 서서히 벗어나는 희망의 해이지만 어떤 나라들에서는 그렇지 못해 거대한 백신 격차의 해가 되리라는 우려가 크다. 지구촌 차원에서 팬데믹은 계속되고 세계 경제 회복도 그만큼 늦춰질 수 있다고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같은 전문지는 경고한다. 각국이 겪는 상황이 저마다 심각해 눈을 지구촌으로 넓히기는 쉽지 않겠지만 백신 격차를 줄이려는 여러 시도에 지금보다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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