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봉쇄' 영국, 상류층은 명품 사고 저소득층은 빚내서 생활
저소득 가구 돌봄비용 등 부담 늘어
[경향신문]
코로나19 유행 이후 교통비와 외식비가 줄면서 전체 가구의 평균 지출은 감소했지만, 아이가 있는 저소득 가구의 생활비는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싱크탱크인 리솔루션 파운데이션은 코로나19가 확산된 지난해 영국 가정의 지출 및 저축 증감 여부를 조사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11일(현지시간) 밝혔다.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전인 지난해 2월과 비교했을 때 지출이 늘어났다는 응답은 소득 하위 20% 가구에서 가장 많았다. 특히 자녀가 있는 저소득 가구에서 코로나19 이전보다 지출이 늘었다는 응답은 36%로, 지출이 줄었다는 응답(18%)보다 2배 많았다. 재택근무 확산과 학교 폐쇄로 가족이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식비와 전기요금·난방비 지출이 늘어난 탓이다. 원격수업에 따른 돌봄 비용 증가도 지출이 늘어난 원인이다.
반면 소득 중·상위 가구는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오히려 지출이 줄었다. 전체 가구에서 지출은 평균 11% 감소했는데, 가장 큰 폭으로 감소한 지출 내역은 교통비(32%)와 외식비(25%)였다. 자녀가 있는 소득 상위 20% 가구에서는 지출이 줄었다는 응답이 40%로, 지출이 늘었다는 응답(22%)보다 2배가량 많았다. 거리 두기로 인해 사교 모임과 여가 활동에 들어가는 비용이 줄어든 덕에 전체 지출이 감소한 것이다.
보고서는 상류층이 이렇게 절약한 돈을 명품 구매에 사용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반면 저소득 가구는 치솟는 생활비를 감당하기 위해 빚을 내야 했다. 소득 하위 20% 가구 중 신용카드 등을 통해 대출을 받았다는 응답은 54%로 응답자의 절반을 넘었다. 소득 상위 20% 가구의 경우 대출을 받았다고 답한 비율은 31%였다.
연구를 진행한 루스 패트릭 영국 요크대 사회정책학 박사는 영국 가디언 인터뷰에서 “봉쇄(록다운) 조치의 필요성은 분명하지만, 자녀를 키우는 저소득 가정이 직면한 경제적 압박을 해소하기 위한 소득 지원 정책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효상 기자 hs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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