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길서 여성 뒤쫓는 남성' 이런 광고라니
"성범죄 피해자를 비난했다"
누리꾼 구매 보이콧 움직임
[경향신문]
중국의 한 여성용품 회사가 성범죄 책임을 여성에게 돌리는 것으로 인식될 수 있는 광고를 내보냈다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결국 광고를 삭제했지만 불매운동이 이어졌다.
12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여성용품 등을 판매하는 중국 기업 퍼코튼(Purcotton)은 지난주 ‘더우인’(틱톡 중국 버전)에 26초 분량의 동영상 광고를 올렸다. 화장을 지울 때 쓰는 ‘클렌징 티슈’ 제품 광고였다.
광고는 마스크와 모자를 눌러쓴 남성이 혼자 밤길을 걷는 여성을 뒤쫓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잔뜩 겁먹은 여성이 클렌징 티슈를 꺼내 화장을 지우고는 뒤로 고개를 돌리자 전혀 다른 맨얼굴이 나타나고 이를 보고 놀란 남성이 달아난다는 설정의 광고였다.
이 광고가 공개된 뒤 온라인상에서는 비판이 쏟아졌다. 야간에 여성을 상대로 이뤄지는 범죄를 연상시키는 데다 그 책임이 짙은 화장을 한 여성에게 있는 것처럼 비춰질 수 있는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누리꾼들은 “여성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상황을 광고의 소재로 삼고, 성범죄 피해자들을 비난했다”며 격분했다. 여성단체는 “여성은 소비자이지 소비재가 아니다”라며 “광고가 편견과 악의, 무지로 가득 차 있다”고 비판했다.
회사 측은 “제품의 기능을 강조하기 위해 창의적인 광고를 제작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논란이 가라앉지 않자 결국 일주일도 안 돼 광고를 삭제해야 했다. 회사 측은 광고 제작 경위를 조사하고 재발 방지 대책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광고 삭제 후에도 온라인상에서는 해당 회사 제품에 대한 보이콧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한 여성단체 관계자는 “반성 없는 회사 측의 불성실한 사과가 문제를 더 악화시켰다”고 말했다.
이종섭 기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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