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 비보이' 홍텐 "브레이킹은 내 인생.. 2024 올림픽 금메달 도전"

최동순 2021. 1. 12.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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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크 프리 월드와이드 어워즈' 3관왕 수상
"브레이킹, 예술이자 스포츠 ..꼭 갇힐 필요 없다"
" '비보이=노는 애' 편견 바꾸는 게 마지막 목표"
비보이 홍텐은 지난해 12월 31일 미국 텍사스주에서 열린 '브레이크 프리 월드와이드 어워즈 2020'에서 대상 격인 ‘올해의 브레이커’상을 비롯해 3관왕을 차지했다.

그 시절 교실 바닥은 어린 춤꾼들에게 더할 나위 없는 연습실이었다. 1998년, 밀레니엄이 오면 Y2K로 모든 것이 망할 것이라는 괴담과 함께 전국 학생들 사이에선 만화책 ‘힙합’(비보잉에 대한 만화·김수용 저)의 인기가 들풀처럼 퍼졌다. 단돈 300원에 등굣길 책방에서 빌려, 헤질 때까지 돌려봤다. 쉬는 시간이나 점심 시간에는 어김없이 교실 뒤편에서 춤판이 벌어졌다. 우리 반에서 누가 ‘나이키’를 가장 잘하는지, 몇 반의 누가 ‘헤드스핀’이나 ‘윈드밀’에 성공했는지가 가장 큰 관심사였다.

비보이 홍텐(36·본명 김홍열)도 그런 아이들 가운데 한 명이었다. 브레이크 댄스가 유행이던 중학교 때 춤을 알게 됐다. 으스대며 솜씨를 뽐낸 친구의 춤 기술이 집에서 몇번 해보니 곧잘 됐다. 더 잘 추고 싶었다. 녹화된 비보잉 비디오를 몇 번이고 돌려봤다. 춤 추는 게 PC방보다 좋았다. 동네 공원이나 지하철역이나, 널찍한 바닥이 있는 곳은 어디든 그의 무대였다. 춤을 잘 추는 친구가 있다면 다른 학교까지 찾아가 배틀(춤 대결)을 했다.

그렇게 춤의 맛을 알게 된지 벌써 23년째다. 그는 춤에 좀 관심이 있다면 모르는 이들이 없는 세계 최정상의 비보이다. 서른 중반을 넘었지만, 아직도 춤을 춘다. 지난달에는 미국 텍사스주에서 열린 ‘브레이크 프리 월드와이드 어워즈 2020’에서 대상 격인 ‘올해의 브레이커’ 상과, ‘올해의 퍼포먼스’ 상, ‘올해의 배틀’ 상까지 휩쓸며 개인 부문 3관왕을 차지했다. 홍텐은 최근 본보와의 통화에서 “당연히 너무 좋다. 그런데 코로나 시국으로 1년간 백수였고 다른 친구들도 일을 하지 구하지 못하는 상황이어서 기분이 좀 애매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홍텐이 2016년 12월 3일 일본 나고야의 아이치현 경기장에서 열린 레드불 비씨원 월드파이널에서 춤 경연을 진행하고 있다. 레드불 제공

홍텐이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것은 2002년부터다. 춤을 시작한지 4년만에 처음 가본 유럽에서, 그는 반향을 일으켰다. 독일에서 열린 ‘배틀 오브 더 이어’에서 팀이 챔피언을 차지했고, 영국에서 열린 ‘UK 비보이 챔피언십’에선 팀 우승과 함께, 솔로부문 2위를 차지했다. 이후 세계적으로 가장 권위 있는 비보이 대회로 평가되는 ‘레드불 비씨원 월드파이널’에서 2006년과 2013년 두 차례나 우승 벨트를 거머쥐었다.

최근 들어선, 춤과는 거리가 멀었던 사람들까지 홍텐에게 관심이 많다. 브레이킹이 2024년 파리 올림픽의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면서, ‘올림픽 효자종목’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올림픽은 홍텐에게도 꿈의 무대다. 2024년이면 한국 나이로 마흔 한살이다. 하지만 그는 “나이가 좀 많더라도 올림픽에는 꼭 나가보고 싶다”고 했다. 더 큰 영화를 바라서라기 보단, “세상의 시선을 스스로 바꿔보고 싶기 때문”이다. 세계 최고에 올랐고, 벌써 여러 해 동안 그 명성을 지키고 있는 홍텐이지만, 그를 향한 시선은 부모님조차 곱진 않다. “몸이 망가질까 걱정된다”부터 “그래서 직장은 언제 구할거냐”까지, 표현은 다르지만 모두 춤을 직업으로 삼아온 그를 부정한다. “사람들은 아직 비보이들을 ‘그냥 노는 친구들’로 봐요. 올림픽에 나가는 것 자체만으로, 이제는 저희를 한가지 스포츠를 열심히 하는 사람들로 보이지 않겠어요? 올림픽은 저와 모두에게 좋은 기회에요.” 홍텐은 2024년 파리 올림픽을 자신이 비보이로 참여하는 마지막 대회로 삼았다.

홍텐이 2018년 10월 27일 미국 펜실베니아주 필라델피아 2300아레나에서 열린 실버백 오픈 챔피언십에서 참가해 경연에 나서고 있다. 실버백 오픈 제공.

이번 기회에 브레이킹이 ‘스포츠’로 자리매김 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아직 올림픽을 위한 규칙도 정해지지 않았다. 국내에선 관련 연맹과 협회가 우후죽순 생겨났다. 춤추는 사람들 내부에서도 브레이킹이 ‘예술’을 넘어 ‘스포츠’가 되는 게 바람직한지를 두고 의견이 갈린다. 홍텐은 “자기를 표현한다는 면에선 예술이지만 배틀이라는 형태로 표현돼 왔다는 면에서 볼 땐 스포츠”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브레이킹이 꼭 어느 한 곳에만 머물러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며 “스포츠든 예술이든, 브레이킹은 내가 자신을 표현하는 수단이자 살아가는 인생”이라고 말했다.

2000년 초반부터 세계 정상급 자리를 지켜온 한국은 이른바 ‘98년 비보이 붐’ 세대가 은퇴하면서 점점 그 자리를 다른 나라에 내주고 있다. 홍텐은 사회의 색안경부터 벗어야 한다고 했다. “가까운 중국이나 일본에만 가도, 부모와 별다른 갈등 없이 춤을 선택한 비보이들이 많아요. 우리나라는 아직 춤을 춘다고 하면 논다고만 생각하죠. 물론 지금은 우리나라가 메달을 딸 가능성이 높지만, 이런 식이라면 그 다음 LA올림픽 때는 실력이 크게 뒤쳐지게 될 거에요.”

최동순 기자 doso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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