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구루' 하워드 막스 "버핏식 가치투자 시대는 갔다"
“가치주와 성장주를 가르는 이분법은 이제 버려야 한다.”
억만장자 투자자인 오크트리캐피털 하워드 막스 회장이 11일 투자자 메모를 통해 워런 버핏으로 대표되는 전통적인 가치 투자의 시대는 끝났다고 주장했다. 부실 채권 투자 전문가인 막스가 발표하는 투자 메모는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버핏도 “통찰력을 챙기기 위해 반드시 챙겨 읽는다”고 밝힐 정도로 시장 영향력이 크다.
막스는 전기차 회사 테슬라 주식이 7.8% 급락하는 등 흔히 성장주로 분류되는 기술주가 대부분 하락한 11일 메모를 발표했다. 그는 “통상적으로 성장주와 가치주는 상반되는 개념으로 여겨졌으며 최근 성장주가 많이 상승하자 이젠 가치주에 투자하면 어떨지를 묻는 이들이 늘었다. 하지만 나는 이토록 빨리 변하는 세상에선 가치 투자의 개념이 변해야 하고 성장주와 굳이 분리할 필요가 없다는 결론을 최근 내렸다”고 썼다. 가치주는 기업의 가치에 비해 가격이 싼 주식, 성장주는 현재보다는 미래의 높은 성장 가능성을 반영해 실적 대비 가격이 비교적 비싼 주식을 통상 일컫는다.
막스는 “버핏과 (그의 스승) 벤저민 그레이엄이 가치 투자로 이름을 날리던 때와 지금은 환경이 완전히 바뀌었다”며 예전 가치 투자가 먹히지 않는 구체적인 이유를 설명했다. 무엇보다 “수많은 정보를 누구나 열람할 수 있게 되면서 ‘저평가된 알짜 가치주’를 찾기가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또 “혁신이 과거 어느 때보다도 빠른 속도로 이뤄지고 있으며 디지털 기반 기업들은 코드(컴퓨터 프로그램)로만 이뤄진 상품을 팔아 비용을 거의 들이지 않고도 무한대로 시장을 확대할 잠재력을 지녔다”는 이유도 밝혔다.
버핏식 가치 투자는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은 기업은 아무리 성장성이 높더라도 투자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했다. 하지만 디지털 시대엔 더 이상 가치 투자가 먹히지 않는다는 것이 막스의 주장이다. 기업의 현재 실적이 미미하더라도 미래 성장 잠재력이 폭발적이라 평가되는 주식은 성장주인 동시에 충분히 매수할 가치가 있는, 또 다른 의미의 가치주일 수 있다고 막스는 설명했다.
반면 기술주가 주도하는 지금의 시장이 1990년대 말 닷컴 거품 때와 비슷해 가치 투자의 시대가 돌아오리라는 전망도 나온다. 역시 투자자 서한으로 이름난 투자계의 ‘큰손’ 제러미 그랜섬(GMO 투자자산운용 창업자)은 최근 “미국 성장주가 달아오른 지난 10년간 가치주와 신흥국 주식은 최악의 시기를 보냈다. 이제 가치주와 신흥국에 베팅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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