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먹거리 그냥드림 코너.."묻지도 않고 다 준다더니 사실이네"

유재규 기자 2021. 1. 12.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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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 통조림, 목욕용품 등 생필품·식료품 담긴 봉지 두 손 가득
이재명 지사 언급대로 경제적 어렵다면 언제든 수령 가능
경기 성남시 분당구 야탑동 소재 탄천종합운동장 내 지하 2층의 성남열린푸드마켓에 '경기 먹거리 그냥드림 코너'가 있다.© 뉴스1 유재규 기자

(성남=뉴스1) 유재규 기자 = "식료품과 생필품 등 넉넉하지 않지만 이렇게라도 물품을 지원 받을 수 있어 참 다행이에요."

12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야탑동 소재 탄천종합운동장 내 지하 2층에는 경기도가 지난해 말부터 실시한 '경기 먹거리 그냥드림 코너'가 운영 중이다.

우산을 지팡이 용도로 사용해 이곳까지 힘겹게 왔다는 이모씨(81·여)는 도가 무상으로 제공하는 식료품 및 생필품을 지원받기 위해 오전 일찍부터 집을 나섰다.

그는 "쌓여있는 눈과 (건물로)들어오는 일부 출입문들이 닫혀 이곳(그냥드림 코너)까지 진입하기 매우 힘들었지만 그래도 지원물품을 받으러 왔다"며 "식료품과 생필품은 다소 부족하지만 이거라도 받으니 얼마나 좋으냐"고 말했다.

지원물품을 받는 시민들은 이씨처럼 고령층이 다수였지만 중년층의 시민들도 눈에 보였다.

장모씨(52)는 "제 식구가 4명인데 (지원물품이)부족한 건 어쩔 수 없다"면서 "그래도 이렇게나마 받을 수 있어 너무 다행이다. 무엇을 더 바라겠느냐. 지원을 해주는 자체가 우선 감사할 뿐이다"고 전했다.

또다른 시민 김모씨(62·여)는 "얼마 전까지 다니던 일반음식점이 폐업해 일자리가 없어 생계가 막막했는데 정말 다행한 일"이라며 "당장에 굶어죽지는 않더라도 마음 한켠으로 든든해 심적으로 큰 위안이 된다"고 했다.

이씨와 장씨, 김씨뿐만 아니라 이곳을 찾은 모든 시민들의 두 손에는 도가 제공한 지원물품으로 가득찬 하얀 비닐봉지로 각각 들려 있었다.

그냥드림코너에 진열된 물품은 라면 1봉지(5개 묶음), 황태통조림 1개, 음료수 2개, 즉석밥 1개, 즉석죽 1개, 마스크 3개(KF94), 파스타용 면 300g 1개, 케이크 1개, 목욕용품 1개 그리고 소량의 과자 등이다.

지원물품을 받은 시민들은 "다소 부족하다"면서도 누구하나 불평하지 않고 감사의 인사로 그 마음을 대신했다.

먹거리 그냥드림 코너는 탄천종합운동장 내 '성남열린푸드마켓'의 공간이 활용돼 운영되고 있으며 이곳에는 (사)열린복지회 직원 4~5명이 상주하고 있다.

이들 직원들은 찾아오는 시민들에게 지원물품을 전달하면서 일일이 "동사무소에서 또다른 복지혜택을 뭘 받을 수 있는지 한 번 알아보세요"라고 여러번 강조했다.

자신이 거주하는 동사무소의 연락 또는 언론을 통해 이 소식을 접한 시민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것은 '중복으로 지원물품을 받을 수 있는가'였다.

규정상 '1인 1회 제공'이 맞지만 시민들의 잇단 질문에 직원들은 "부족하면 언제든 와서 받아도 된다"고 밝은 미소로 답했다.

성남열린푸드마켓에 진열된 '경기 먹거리 그냥드림 코너' 물품.© 뉴스1 유재규 기자

조해정 열린복지회 상임이사는 "물론 생활형편이 비교적 괜찮은 사람도 수령할 수 있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면서 "하지만 이곳은 '사람의 마음이 모이는 장소'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 "여전히 대한민국 사람들은 정이 많기 때문에 누군가에게 물품을 지원하면 그만큼 업체 또는 익명의 기부자들이 후원을 해줘서 너무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인력이 부족해 찾아오는 시민들이 혹여나 불편을 겪지 않을까하는 걱정도 우려했다.

먹거리 그냥드림 코너가 운영됐던 지난해 12월 말부터 전날(12일)까지 성남열린푸드마켓을 찾은 시민들은 약 250여명으로 파악됐다. 일평균으로 치면 대략 60~70명 정도다.

그는 "우리 같은 사람들의 업무가 사람들을 돕고자 하는 것이지만 인력이 부족한 건 어쩔 수 없는 실상이다"며 "기존의 복지관련 업무를 할 수 없는데다 또 후원물품 수령을 위해 직원 1~2명이 더 빠져 버리면 곤란해지는 상황에 직면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코로나19로 많은 사람들이 사회적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작게나마 위안을 받는 장소로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해 11월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자신의 SNS를 통해 코로나19가 장기화 되는 상황에서 늘어나는 '생계형 범죄'를 예방하고자 이같은 지원정책을 시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지원정책을 '먹거리 공간조성'과 '생계지원' 등 두 개 분야로 나눠 총 6개 지원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먹거리 공간조성 분야는 Δ푸드마켓 내 '경기 먹거리 그냥드림 코너' 운영 Δ복지시설 내 '경기 먹거리 그냥드림 코너' 설치·운영 Δ노숙인 시설 '경기 먹거리 그냥드림 냉장고' 시범 운영 Δ'경로식당 활용' 급식 지원 등 4가지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21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경기도청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0.12.21/뉴스1 © News1 조태형 기자

현재 성남지역을 비롯, 광명과 평택지역 등 도내 3곳에서 '먹거리 그냥드림 코너'가 운영 중이다.

먹거리 그냥드림 코너를 방문한 시민들의 동의에 따라 직원들이 해당 읍·면·동 행정복지센터에 명단을 통보,추가 복지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연계할 예정이다.

이 지사는 또 지난 5일 SNS에서 "여기(먹거리 그냥드림 코너) 오실 때는 모두 내려놓고 그냥 오시면 된다. 아무것도 필요 없다. 신원확인도 하지 않는다"며 "자주 찾아오셔도 모른 척 다 드리자는 말을 현장 담당자에도 전달했다"며 이용을 독려했다.

이어 "(형편이 어렵지 않은 사람들의)일부 악용사례를 걱정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간단한 신원확인을 하자는 의견도 있었다"면서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겠다. 정말 절박한 이들이야말로 누구보다 존엄해지기를 열망한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ko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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