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이 나무 [정동길 옆 사진관]

이준헌 기자 2021. 1. 12.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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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정인이는 아프게 죽었습니다. 부검 결과 후두부, 좌측 쇄골, 좌·우측 늑골, 우측 척골, 좌측 견갑골, 우측 대퇴골 등 이름도 생소한 곳이 적어도 한번 이상 부러졌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전신이 부러졌었단 뜻입니다.


어린이집 CCTV에 녹화된 죽기 전날의 정인이 모습을 본 한 의사는 통증이 너무 심해 모든 것을 포기한 상태로 보인다고 했습니다. 특히 정인이가 사망할 당시에는 정인이 신체에 강한 둔력이 가해졌고, 췌장이 절단되는 등 복부 손상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대체 왜 그렇게 때렸을까요? 16개월 아기가 뭘 얼마나 잘못했길래 주먹만 한 얼굴에 비비탄 총을 쏘아대며 동영상을 찍었을까요?


13일 정인이를 학대해 사망케 한 양부모에 대한 재판이 열립니다. 현재 정인이의 양부모는 아동학대치사와 학대와 방조 등의 혐의를 각각 받고 있습니다. 그마저 양아빠는 불구속 상태입니다. 양엄마는 변호인을 통해 “학대 사실은 인정하지만 살해할 의도는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달 검찰은 전문가들에게 정인이의 사인에 대한 재감정을 의뢰했습니다. 재감정에 함께한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의견은 ‘살인의 고의성이 충분하다’였습니다. 74쪽 분량의 의견서에서 ‘췌장 손상은 외력이 한 방향으로 집중돼야 생긴다’며, ‘지속적인 상처로 절단된 장기 역시 살인의 고의성으로 봐야 한다’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검찰이 살인죄를 공소 사실에 추가할지 아직 알려진 바는 없습니다.


정인이 수목장이 치러진 경기도 양평의 묘지에 다녀왔습니다. 참 많은 분이 와 계셨고, 정인이 나무 주변에 놓인 선물을 보니 많은 사람이 다녀갔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많은 가족이 이 곳을 다녀갔습니다. 대부분 어린 아이와 함께 온 젊은 부부들 이었습니다. 정인이 나무 앞에서 부모들은 울었고 아이들은 나무를 향해 손을 흔들었습니다.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 얼어버린 하천에서 부모님과 신나게 놀고 있는 아이들을 만났습니다. 엄마와 아빠들은 자신이 넘어지건 말건 아이들의 썰매를 밀어주고 있었고 아이들은 말 그대로 최선을 다해 놀고 있었습니다. 아이라면 당연히 누려야 했을 행복을 누리지 못하고 간 정인이가 슬프고 안타깝습니다. 분명, 우리나라 어딘가에선 지금, 이 순간에도 아동 학대가 이뤄지고 있을 겁니다. 파렴치하고 사람 같지도 않은 자들이 살아갈 수 없게 우리가 잘 둘러보며 살았으면 합니다.

이준헌 기자 ifwedon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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