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찾아 떠나는 새해맞이 여행-치유와 성찰의 여행지

2021. 1. 12.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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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가 턱밑까지 엄습한 세밑의 풍경은 실로 아슬아슬하다. 예년 같으면 새해의 소원을 비는 일출 여행으로 설레던 시기였지만 지금은 새로운 희망을 기원하기조차 어려운 상황. 그야말로 ‘비대면’만이 유일한 해답이 된, 극단적 뉴노멀의 시대다. 살기 위해선 더 버텨내고 견뎌야 한다. 더욱 단단한 나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되는 곳들을 소개한다.

▶나를 돌아보다 공주 수리치골 성모성지

공주에는 천주교 성지가 많다. 천주교 박해가 심했던 조선 후기 충청도 지방 천주교도 300여 명이 순교했던 곳도 바로 공주다. 그래서 공주 지역 최초의 천주교 성당이었던 중동성당에서 충청감영터와 교동성당을 거쳐 황새바위성지, 수리치골 성모성지에 이르는 천주교 순례길도 조성되어 있다. 그 가운데 한 곳인 수리치골 성모성지는 19세기 중반 천주교 박해 때 신자들이 숨어 살았던 곳으로, 박해와 고난의 역사를 증명하듯 언제나 고요하고 적막하다. 하지만 풍광은 신자가 아닌 일반 여행자들마저 매료시킬 만큼 특별하다. 산골짜기 깊은 곳에 숨겨지듯 세워진 성당과 수녀원 건물은 마치 중세 유럽의 수도원 분위기를 연상시킬 만큼 경건하면서도 고고한 위용을 갖췄다. 넓게 조성된 성모광장에 들어서면 그 옛날 역사의 시간으로 이끌리지만 마음이 깨끗이 정화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예수의 고난 과정을 형상화한, 1터에서 14터에 이르는 십자가의 길은 순례자 누구에게나 무한한 성찰과 가르침을 전해준다. 이곳은 꼭 천주교 신자가 아니어도 들러볼 만하다. 치유와 성찰의 공간으로 여겨져 공주를 여행하는 사람들 가운데 이곳을 가장 인상적인 여행지로 꼽는 사람들이 많다. 성지 주변에는 순례길과 등산로가 조성되어 있어 차분히 명상과 산책을 할 수 있는 최상의 힐링 공간이다. 위치 충남 공주시 신풍면 용수봉갑길 544

▶눈길을 걷다 평창 선자령

눈이 내린 겨울날 선자령 길을 걸어 보았는가. 바라만 봐도, 혹은 얘기만 들어도 환상적인 설원 풍경이 가슴을 설레게 하는 곳이다. 그리고 그곳에 핀 서리꽃을 한 번이라도 본 사람이라면 겨울의 선자령을 잊을 수 없다. 날 좋고 한적한 시간을 골라 그곳에 오르면 짙푸른 동해바다와 꿈틀대는 백두대간의 정기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해발 1157m 선자령 정상에 서면 남쪽으로 발왕산, 서쪽으로 계방산, 서북쪽으로 오대산, 북쪽으로 황병산이 펼쳐져 새해 소망을 기원하기에 이보다 더 좋은 장소는 없다. 선자령은 평창과 강릉을 잇는 고개로 대관령마을휴게소에서 6㎞ 남짓. 경사가 완만해 누구나 쉽게 오를 수 있는 길이다. 선자령 눈꽃 트레킹 코스 역시 10.8㎞ 정도로 보통 4∼5시간 정도면 다녀올 수 있다. 정상으로 오르는 길은 능선길과 계곡길 두 개. 능선길은 완만하지만 장쾌하고 계곡길은 아늑하다. 선자령 곳곳에 놓여진 풍력발전기의 위용과 양떼목장이 어우러진 풍경은 서정적이면서도 이국적인 풍모로 최고의 포토 존이 된다. 위치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면 횡계리

▶풍경 속에 머물다 태안 무이림

태안 대소산 절벽 위에 자리한 무이림(無以林)은 마치 선계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정경이다. 이런 곳에 잠시라도 머물 수 있다면! 그런 생각이 절로 나는, 고요함에 푹 빠져 머물 수 있는 특별한 장소다. 공간의 콘셉트는 『장자』의 소요유(逍遙遊)편 ‘무위이무불위’라는 말에서 찾았다. ‘하는 것은 없지만 이루지 못하는 것도 없다’는 뜻. ‘비움의 지혜로 일상의 짐을 내려놓고 스스로 행복해지는 법’을 말한다. 결국 무이림은 ‘자연에서 비우다’라는 의미로 장자의 ‘무(無)’로 정의되는 공간을 통해 ‘비움을 통한 진정한 쉼’의 가치를 추구하는 공간이다. 삼면이 바다와 절벽에 둘러싸인 요새 같은 곳. 그 위에는 오랜 세월 자리를 지켜온 소나무 숲과 야생식물이 훼손되지 않고 온전히 원림을 보존하고 있으며 그 속으로 난 산책로 그리고 바다 정원인 해원 등 절제된 최소한의 자연으로 꾸몄다. 숙소는 딱 열 채. 객실 당 최대 투숙 인원이 2인이며 아이를 동반할 수 없는 것도 특징이다. TV도 없고 와이파이도 제공되지 않는다. 오로지 ‘쉼’만을 위한 무이림의 원칙이다. 생각만으로도 그간 쌓인 피로와 스트레스가 말끔히 해소되는 느낌이다. 특별한 공간인 만큼 그곳에서의 쉼을 원하는 사람들이 많고 그만큼 예약 전쟁도 치열하다. 위치 충남 태안군 소원면 대소산길 350-87

[글 이상호(여행작가) 사진 이상호, 평창군, 무이림]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762호 (21.01.12)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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