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의 속도-눈 맞추고 발 맞춰 걸어요
우아한, 여유로운, 차분한 산책 따윈 우리 사전에 없다. 현관문을 나서자마자 고속 질주하는 수리를 쫓아 허둥지둥 달리는 나. 겨우 5.3㎏인 10살 개 어르신을 따라잡느라 내 몸의 균형은 속절없이 무너진다. 산책 후반에야 수리의 걸음은 느려지고 나는 쑤신 허리를 두드리며 불평한다. “처음부터 이렇게 걸으면 얼마나 좋아!”

다행히 전문가들은 산책 때 흥분도가 높아지는 반려견에 필요한 훈련법들을 알려준다. 먼저 집 안에서 하는 교육이다. 리드줄을 하고 실내 여기저기를 돌아다녀 본다. 그 상태로 앉아 텔레비전을 보거나 잠깐 자는 것도 괜찮단다. 줄만 매면 자동적으로 튀어나가는 반려견의 흥분도를 낮추려는 의도다. 보행 중 멈추는 훈련도 해 보자. 거실 가운데 책을 놓고 반려견과 함께 걷다가 책 옆에서 걸음을 멈춘다. 따라 걷던 반려견의 발이 책 위로 올라가면 칭찬하고 간식으로 보상한다. 이것이 어느 정도 가능해지면 책 네 권을 동서남북 방향으로 놓고 원을 그리며 같은 방식으로 연습한다. 처음에는 책 앞에서 ‘앉아’를 시키고 익숙해지면 명령어를 생략하면 된다.
이제 밖으로 나가 보자. 집 안에서 훈련이 잘되었더라도 밖에 나오면 반려견의 흥분 게이지는 수직 상승한다. 지나가는 개 고양이, 각종 탈것들 소리, 풀 냄새 등 엄청난 자극들이 훅 들어오기 때문이다. 이건 본능이자 무조건적 반응이니 조금 전의 특훈을 떠올리며 자제하기란 불가능하다. 우리가 할 일은 이런 외부 자극을 뒤로하고 반려인에 우선 집중하게 만드는 훈련이다. 일단 조용하고 자극이 적은 환경을 택해 산책을 시작한다. 반려견이 앞서 나가면 걸음을 멈추고 잠시 기다린다. 리드줄이 당겨지고 반려견이 돌아보면 몸을 돌려 방향을 180도 바꾸어 걷는다. 이러면 자연스럽게 반려견이 뒤를 따라오는 모양새가 된다. 반려견이 옆에 오면 간식으로 보상하고, 다시 나를 앞질러 걸으면 또 멈췄다가 눈이 마주치면 턴. 이 훈련을 반복하다 보면 반려견은 반려인 곁에 가면 보상이 있음을 알아챈다. 그러면서 반려인에게 집중하는 시간이 길어지고, 앞서 나가다가도 반려인의 신호에 금방 되돌아올 수 있다고. 훈련을 거듭하면서 보상 텀을 늘리거나 랜덤으로 제공하는 방식으로 습관을 유도하면 좋다.
턴 훈련에는 앞고리 하네스가 도움이 된다. 몸 앞쪽에 리드줄이 연결돼 있어 반려견이 앞서 걸으면 리드줄을 따라 자연스럽게 몸이 뒤로 돌려진다. 반려인으로서는 큰 힘을 들이지 않고 반려견을 돌릴 수 있고, 반려견은 당겨지는 자극이 적어 스트레스를 덜 받는다. 리드줄 사용에도 요령이 필요하다. 개들은 본능적으로 균형을 맞추려 한다. 리드줄이 팽팽하면, 즉 반려인이 뒤에서 줄을 당기면 그와 균형을 맞추기 위해 반대쪽인 앞으로 나가려 하는 것. 따라서 산책 훈련을 할 때는 리드줄을 느슨하게 쥐는 편히 훨씬 효과적이다.
한때는 서열을 분명히 하기 위해서라도 반려견이 앞서 걷는 것을 금하라고들 했다. 그러나 미국 반려견트레이너협회는 이를 서열 문제보다 의사소통이 부족해서 벌어지는 문제라고 분석했다. 신호가 분명하고 반려견이 그것을 이해한다면 충분한 신뢰 속에 ‘나란한 산책’이 가능하다는, 반가운 소리다.
[글 이경혜(프리랜서, 댕댕이 수리맘) 사진 언스플래시]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762호 (21.01.12)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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