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 끄는 현대차의 'E-GMP'.. "정체가 뭐니?"

박찬규 기자 2021. 1. 12.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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꼼꼼하게 살펴보는 'E-GMP'의 3가지 특징
현대자동차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E-GMP’(Electric-Global Modular Platform)가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사진제공=현대차그룹
현대자동차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E-GMP’(Electric-Global Modular Platform)가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글로벌 완성차업계가 저마다의 플랫폼을 하나씩 소개하며 관심을 모으지만 현대차의 ‘E-GMP’는 유독 화제가 됐다.
마치 ‘레고’ 블록을 다루듯 자유롭고 유연한 설계가 가능해 목적에 맞춘 다양한 차종으로의 확장이 쉬워졌고 한 번 충전으로 서울-부산 편도 주행이 가능해진 점, ‘초급속’ 충전으로 기존 전기차의 한계를 깬 점 외에도 사용자가 전기를 뽑아 쓰는 기술이라던가 고성능을 추구한 하체 구조 설계 등은 현대차가 앞으로 출시할 전기차에 대한 기대를 모으기에 충분하다.


친환경차 의지 보여준 전기차 전용플랫폼 ‘E-GMP’


지난해 현대자동차는 친환경차 시장에서 꾸준히 두각을 나타냈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현대기아차의 전기차(순수전기차+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 판매량은 글로벌 4위였다. 2019년 7위에서 3계단 상승한 것.

특히 현대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도 총 2만4398대(배터리전기차 1만8612대, 수소전기차 5786대)의 판매량을 기록하며 단연 돋보인 실적을 기록했다. 2019년의 총 1만9965대(순수전기차 1만5771대, 수소전기차 4194대)와 비교해 20% 이상 판매가 늘었다.

이 같은 실적은 ‘E-GMP’를 적용한 새로운 전기차에 대한 기대감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그 첫 번째 주자는 ‘아이오닉5’다.

알버트 비어만 현대차그룹 연구개발본부장은 지난해 E-GMP를 소개하는 자리에서 “현대차그룹이 앞서 선보였던 전기차들은 뛰어난 효율로 고객들의 많은 주목을 받아왔다”며 “세계 최고 수준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통해 기존의 우수한 효율성에 더해 다이내믹한 주행성능을 필요로 하는 새로운 차급까지 그 기술 리더십을 더욱 확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E-GMP의 첫 번째 특징: ‘긴’ 주행거리, ‘짧은’ 충전시간


현대자동차에 따르면 E-GMP는 내연기관 자동차의 플랫폼을 활용한 기존 전기차와 달리 ‘전기차만을 위한 최적화 구조’로 설계됐다. /사진제공=현대차그룹
현대자동차에 따르면 E-GMP는 내연기관 자동차의 플랫폼을 활용한 기존 전기차와 달리 ‘전기차만을 위한 최적화 구조’로 설계됐다. 

많은 사람들이 전기차의 불안요소로 ‘주행거리’를 꼽는다. 먼 거리를 이동할 때마다 수시로 충전을 해야 하는 불편을 겪어야 했다. 내연기관차의 플랫폼을 활용한 탓에 더 많은 배터리를 싣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새로운 플랫폼이 적용된 차세대 전기차는 한 번 충전으로 이동할 수 있는 최대 주행 가능 거리가 500km 이상이다. 게다가 800V(볼트) 충전 시스템을 갖춰 초고속 급속충전기 이용시 18분 이내 80% 충전이 가능하다는 점도 강점이다. 단 5분 충전으로 100km를 주행할 수 있는 셈이다.

기존 800V 고전압 충전 시스템 전기차는 시장 보급률이 높은 400V 충전 시스템 급속충전 인프라를 사용하기 위해 별도의 부품이 필요했지만 E-GMP는 이런 단점을 보완해 별도의 부품 없이 초고속 충전기와 기존 급속충전기를 모두 이용할 수 있는 멀티 급속충전 시스템을 탑재한 점이 돋보인다.

이 같은 ‘멀티 급속충전 시스템’은 세계 최초로 E-GMP에 적용된 특허 기술로 차의 구동용 모터와 인버터를 활용해 인프라에서 공급되는 400V 전압을 차 시스템에 최적화된 800V로 승압해 안정적인 충전호환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개발된 점이 특징이다.

주행 성능을 끌어올릴 수도 있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 데 3.5초 미만이 걸리며 최고시속도 260km에 달하는 전기차를 만들 수도 있다. 이는 새로 개발한 차세태 전기 파워트레인 덕분이라는 게 현대차의 설명이다.

주목할 부분은 배터리 모듈을 1종으로 표준화한 점이다. 이 덕분에 각 차종별 콘셉트에 맞춰 필요한 주행거리를 구현하기 위한 배터리 팩 구성도 가능해진다. 모듈형 배터리의 적용으로 배터리팩 전체를 교환하는 것이 아니라 모듈 단위 교체로 A/S도 쉬워진 장점이 있다.


E-GMP의 두 번째 특징: 속 넓은 전기차 나온다


설계가 유연해진 플랫폼 덕분에 실내 디자인도 기대를 모은다. 사진은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이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을 방문,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자율주행 기반 공유형 이동수단 콘셉트카를 시승하고 있다. /사진=뉴스1 유승관 기자
설계가 유연해진 플랫폼 덕분에 실내 디자인도 기대를 모은다. 엔진룸을 비롯해 지금까지 내연기관자동차에서 큰 부피를 차지하던 엔진과 변속기 등 주요 부품 탑재를 고려하지 않아도 되므로 디자인 자유도 또한 높아진 장점이 있다.

E-GMP는 미래 전동화 모빌리티에 적합한 혁신적인 디자인과 공간도 구현할 수 있다. 짧은 오버행(차 끝에서 바퀴 중심까지의 거리), 길어진 휠베이스(앞바퀴와 뒷바퀴 중심의 거리)로 개성있는 디자인이 가능하다.

보다 슬림해진 콕핏(운전석의 대시보드 부품 모듈)은 탑승공간을 확장시켜준다. 더불어 이처럼 길어진 휠베이스는 승차감과 주행안정성을 향상시키는데 도움이 된다.

엔진룸이 없어지면서 앞바퀴와 뒷바퀴 사이 거리(휠베이스)를 늘리기가 쉬워졌고 무게가 많이 나가는 대용량 배터리를 앞-뒤 축 사이에 낮게 배치함으로써 무게중심 또한 안정적으로 바뀐 것. 한마디로 차의 총 길이가 같더라도 실내공간은 이전보다 훨씬 넓어질 수 있으며 탑승자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춘 설계도 가능해진 게 새로운 전용 플랫폼의 장점이다.

새로운 플랫폼에서는 실내가 보다 여유로워진다. /사진제공=현대차그룹
실내가 보다 여유로워지는 건 내연기관 플랫폼에서는 필수로 꼽힌 차체 바닥의 ‘센터터널’을 없애 뒷좌석 탑승공간이 한층 더 넓어지게 된다. 차종에 따라서는 다양한 시트 배치를 연출할 수도 있다.

안전을 위한 신기술도 적용됐다. 현대차 설명에 따르면 차 전방 충돌 에너지 흡수구간은 차체와 섀시 등 구조물의 효과적인 변형을 유도해 충격을 완화할 수 있도록 설계됐고 대시보드 앞부분인 하중 지지구간은 보강구조로 주요 시스템과 고전압 배터리 등이 받는 충격을 최소화했다. 차 하단의 고전압 배터리 보호구간은 초고장력강으로 충돌 안전성을 높였다.
이와 관련해 파예즈 라만 차량아키텍처개발센터 전무는 “ICE 플랫폼은 엔진룸이 매우 큰데 EV에는 엔진룸이 필요 없기 때문에 휠을 차의 구석으로 위치시킬 수 있고 그 결과 완전히 새로운 미래 지향적인 내장 컨셉트를 통해 플랫 플로어, 슬림 칵핏, 유연하고 넓은 캐빈 등의 인테리어 컨셉을 구현할 수 있다. 더 큰 직경의 타이어를 통해 새로운 디자인 프로포션을 구현할 수 있다”고 새로운 플랫폼의 특징에 대해 설명했다.


E-GMP의 세 번째 특징: 이동식 배터리로도 활용 가능해?


E-GMP는 별도의 추가 장치 없이 일반 전원(110V/220V)을 차 외부로도 공급할 수 있다. /자료제공=현대차그룹
지금까지 전기차는 OBC(On Board Charger)를 통해 외부 충전기로부터 차의 배터리를 충전하는 ‘단방향 충전’만 가능했다.

E-GMP는이를 보완한 ‘통합 충전 시스템’(ICCU: Integrated Converter & Charger Unit)과 ‘차 충전관리 시스템’(VCMS: Vehicle Charging Management System)을 통해 별도의 추가 장치 없이 일반 전원(110V/220V)을 차 외부로도 공급할 수 있게 됐다. 현대차는 이를 ‘V2L’(Vehicle to Load) 기능이라고 설명한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마치 커다란 보조배터리와 같은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V2L 기술을 쉽게 설명하자면 일반주택의 공급 계약전력인 3kW보다 큰 3.5kW의 전력을 공급할 수 있고 이는 배터리 용량에 따라 17평형 에어컨과 55인치 TV를 동시에 약 24시간 가동할 수 있는 수준”이라며 “캠핑 등 야외활동에서 전자제품을 쓰거나 다른 전기차를 충전할 때도 활용할 수 있다”고 전했다.
현대차는 우선 ▲준중형 CUV ▲중형 세단 ▲대형 SUV 등 3종의 전용 전기차 라인업을 우선적으로 선보일 계획인 만큼 전기차 분야에서 선도적 위치를 점할 것으로 기대된다. /사진제공=현대자동차

현대차는 그동안 쌓아온 노하우를 바탕으로 최근 자동차 패러다임 변화에 적극 대응할 방침이다. 특히 전기차 시장이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새로운 전동화 아키텍처, 고성능 구동 시스템, 차세대 배터리 등 전동화 기술 역량을 선제적으로 강화해 나갈 방침이다.

이에 따라 현대차는 지난해 8월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가 첫 적용될 예정인 순수 전기차 브랜드 ‘아이오닉’(IONIQ)을 론칭했다. 현대차그룹은 현재 8개 전기차 라인업에서 2025년까지 23개 차종으로 늘리고 글로벌 시장에서 연간 100만대를 판매할 계획이다.

현대차는 우선 ▲준중형 CUV ▲중형 세단 ▲대형 SUV 등 3종의 전용 전기차 라인업을 우선적으로 선보일 계획인 만큼 전기차 분야에서 선도적 위치를 점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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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규 기자 sta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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