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굿바이' 마지막 매듭을 묶는 따스한 손
사람들은 죽음의 순간에 가서야 진심을 털어놓는다. 생의 마지막에 가서야 부질없어지는 과거의 과오들, 관 속 얼굴을 향해 늦게나마 보내는 후회 어린 애정 고백. 제81회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한 ‘굿바이’는 죽은 자들의 옷을 마지막으로 묶어 주는 ‘염습사’라는 직업을 다룬다. 고인을 염하고 남아 있는 이들에게 이별을 고하게 하는 주인공의 마지막 인사는 삶과 죽음의 의미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2008년 개봉 당시 아카데미 외에도 몬트리올영화제 그랑프리와 홍콩금상장영화제 아시아영화상을 수상한 ‘굿바이’는 “죽음은 헤어짐이 아니라, 다음 세상으로 나아가는 문”이라는 영화 속 화장업자의 대사처럼, 고인의 마지막 순간을 배웅해 주는 ‘납관’이라는 소재를 통해 죽음의 의미를 성찰하게 만든다. 영화를 위해 직접 장례 지도 수업을 받은 다이고 역의 모토키 마사히로는 사체를 염하는 과정에서 마치 춤추듯 유려한 동선을 선보이고, 극 중 모든 첼로 연주까지 직접 소화한다. 그의 연기도 훌륭했지만, 시종일관 무표정으로 도통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이쿠에이 역의 야마자키 츠토무는 조용하지만 묵직한 존재감으로 ‘죽음’을 대하는 자세를 보여준다. 외도로 가정을 버린 아버지를 상처로 간직한 다이고처럼 9년 전 사별한 아내를 직접 단장하고 염습사가 된 대표 이쿠에이, 연인 때문에 자식과 남편을 버린 직원 유리코(요 키미코) 모두 상처가 있다. 이들은 죽은 이들을 함께 수습하며 자신들의 결핍도 추스른다. 아이부터 노인, 트랜스젠더에 이르기까지 납관 과정을 통해 생전에 죽은 이의 과거를 이야기하며 울기도 웃기도 하고, 고인의 죽음 앞에서도 변하지 않는 가족 간의 갈등을 보여 주기도 한다. 다이고가 어린 시절 아버지와 나눈 ‘돌 편지’에 얽힌 추억, 추억이 담긴 동네 목욕탕 주인의 죽음 등 여러 이야기가 평이할 수 있는 이야기 구조를 풍성하게 엮는다. 감독은 곳곳에 적절하게 유머를 안배해, 자칫 어둡기만 할 수 있는 소재를 밝고 따뜻하게 그려낸다.
누구나 맞게 되는 죽음. 생의 마지막에 서면 상처와 잘못 모두 작아 보인다. 일본 특유의 장례 문화와 함께, 인생의 끝이라고 여겨지는 ‘죽음’에 대해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웰메이드 영화다. 팬데믹으로 인한 전 지구적인 슬픔 앞에 눈물과 신파 없이 ‘생의 마무리’를 짓는 이들의 일상은 새롭게 다가온다. 영화 음악의 거장, 히사이시 조가 맡은 OST와 함께, 아름다운 야마가타의 풍광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주인공 다이고의 첼로 연주 장면은 영화의 백미다. 주인공의 아내 미카 역의 히로스에 료코의 리즈 시절은 덤. 러닝 타임 130분.
[글 최재민 사진 ㈜에이원엔터테인먼트]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762호 (21.01.12)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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