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사망사고 낸 사업주 처벌 기준 높였지만..실효성엔 의문

이영재 2021. 1. 12.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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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형위, 양형 기준 상향 조정..노동계 "솜방망이 처벌 우려 여전"

(서울=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위반 범죄에 대한 양형 기준을 상향 조정한 것은 후진국형 산업재해를 더는 그대로 둘 수 없다는 국민적 공감대를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노동자 사망사고를 낸 사업주가 산안법 위반으로 징역형을 선고받는 사례가 드문 현실에서 산업 현장의 산재를 줄이는 데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산업재해(CG) [연합뉴스TV 제공]

산안법 위반 양형 기준 상향 조정

12일 대법원에 따르면 양형위원회는 전날 전체회의를 열어 산안법 위반 범죄의 형량 범위 상향 조정을 포함한 양형 기준 수정안을 의결했다.

양형 기준은 법관이 합리적이고 적정한 형량을 도출하는 데 참고할 수 있도록 양형위가 설정한 기준을 가리킨다.

산안법의 양형 기준은 사업주가 법에 규정된 안전 조치 의무를 위반해 노동자의 사망을 초래한 사건에 적용된다.

산안법 제167조는 사업주가 법 위반으로 노동자의 사망을 초래한 경우 7년 이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한 현행 양형 기준은 기본이 징역 6개월∼1년 6개월이고 감경 또는 가중 요인이 적용되면 각각 4∼10개월, 10개월∼3년 6개월이다.

양형위 수정안은 기본 범위를 1년∼2년 6개월로 상향 조정하고 감경 또는 가중 요인을 적용한 범위를 각각 6개월∼1년 6개월, 2∼5년으로 높였다.

현행 양형 기준은 산안법 위반 행위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의 원인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고용노동부 연구용역 결과에 따르면 2013∼2017년 산재 사건 하급심 피고인 2천932명 가운데 징역 또는 금고형을 선고받은 사람은 86명(2.9%)에 불과했다. 집행유예와 벌금형은 각각 981명(33.5%), 1천697명(57.3%)이었다.

징역 또는 금고형을 선고받은 피고인의 형량은 6개월 이상 1년 미만(43명)이 가장 많았다. 피고인의 절반이 기본 양형 기준의 하한선에 가까운 처벌을 받은 것이다.

산안법 위반에 대한 처벌 수준이 낮으면 사업주는 산재 위험이 있어도 산재 예방에 대한 투자를 소홀히 하는 유인이 생길 수 있다.

2018년 12월 충남 태안 화력발전소에서 발생한 고(故) 김용균 씨 사망사고를 계기로 산안법이 전면 개정돼 처벌 수위가 높아졌음에도 양형 기준은 바뀌지 않았다.

이에 따라 산안법 개정 취지에 맞게 양형 기준도 상향 조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이재갑 노동부 장관도 지난해 6월 김영란 양형위원장을 직접 만나 양형 기준 상향 조정을 요청했다.

이재갑 장관, 김영란 양형위원장과 면담 (서울=연합뉴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오른쪽)이 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양형위원회를 방문해 김영란 양형위원장에게 양형기준 조정에 대한 협조를 요청하고 있다. 2020.6.3 [고용노동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노동계 "여전히 집행유예 가능…벌금형 양형 기준도 없어"

양형위의 이번 조치는 이 같은 사회적 분위기를 뒤늦게 반영한 것이지만, 노동계의 기대에는 못 미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이날 논평에서 양형위 조치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기본 범죄의 징역 형량도 1년∼2년 6개월로, 여전히 전체 형량에 대해 집행유예가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산재를 낸 사업주의 다수가 집행유예로 풀려나오는 현실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한 것이다. 징역 3년 이하의 형량은 집행유예 선고가 가능하다.

산재 사건 피고인이 징역형을 선고받는 경우가 극히 드물다는 점도 양형 기준 상향 조정의 실효성에 의문을 낳는 대목이다.

이 장관은 김 위원장 면담 당시 벌금형에 대한 양형 기준도 필요하다고 강조했지만, 아직 반영되지 않았다.

민주노총은 "실제 재판에서 징역형이 아닌 벌금형을 택하면 그만"이라며 "(이런 경우) 오늘 발표한 양형 기준은 아무 의미가 없다"고 비판했다.

양형위가 '상당 금액 공탁'을 형량 감경 요인에서 삭제하기로 하고 자수와 내부 고발 등을 특별 감경 요인으로 두기로 한 데 대해서는 노동계도 대체로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양형위는 이번에 의결한 수정안에 대한 공청회 등을 거쳐 오는 3월 최종 결정을 내릴 예정이다.

ljglor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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