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토크] 공매도 논란에 난감한 증권맨 출신 與의원들

김명지 기자 2021. 1. 12.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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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 간사인 김병욱 금융투자협회 출신
"불법 공매도 사건 확대 재생산 바람직 안해"
미래에셋증권 사장 출신 홍성국 의원
카카오뱅크 한국투자증권 출신 이용우 의원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12일 금융위원회가 오는 3월 증시 공매도(空賣渡) 재개를 공식화 한 것을 두고 "금융위가 무책임한 선장처럼 얘기한다"고 했다. 박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금융당국이 공매도에 대한) 제도적 손질을 했다고 하지만 현재의 공매도 제도는 불법행위에 구멍이 많은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 이용우 의원, 홍성국 의원/연합뉴스

공매도는 주가 하락이 예상될 때 주식을 빌려서 판 뒤 주가가 떨어지면 싼값에 사서 되갚아 차익을 얻는 투자 기법이다. 작년 3월 코로나 1차 유행으로 국내 증시가 급락하자 금융당국은 한시적으로 공매도를 금지했다. 공매도가 증시 하락을 부추긴다는 이유에서였다. 금융당국은 당초 작년 9월 재개할 계획이었지만 코로나 2차 유행이 맞물리면서 오는 3월로 재개시기를 한 차례 늦췄다.

공매도 재개 시기를 3개월여 앞두고 박 의원 등 민주당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 '공매도 금지' 조치를 연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그런데 주식 시장 과열 우려가 쏟아지면서 전날 저녁 늦게 금융위가 공개적으로 '공매도 재개'를 발표한 것이다. 그러자 박 의원은 "나는 (공매도 재개 여부를 놓고) '공정'을 이야기했는데, 금융위는 ‘행정’으로 동문서답한다"며 "불공정한 제도로 눈물 흘리는 것은 개미투자자들"이라고 반발했다.

'공매도 재개'를 두고 개인투자자와 여당 의원들이 금융당국과 힘겨루기 양상을 보이면서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난감한 표정이다. 정무위의 소관기관은 국무총리실 공정거래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으로 전문성이 요구된다. 민주당은 금융정책 전문성을 살리기 위해 증권계 출신 의원들을 여럿 정무위에 포진시켰는데, 이들은 최근 논란에 말을 아끼고 있다.

미래에셋증권 사장 출신인 홍성국(초선⋅세종갑) 의원이 대표적이다. 민주당 경제 대변인과 원내수석부대표인 홍 의원은 대우증권에서 시작해 30년을 증권업에 몸 담았다. 인터넷은행 '카카오뱅크' 공동대표를 지낸 이용우(초선⋅경기 고양정) 의원도 증권맨 출신으로, 정무위 소속이다. 민주당 정책위원회 상임부의장인 이 의원은 한국투자증권 자산운용본부장(CIO) 등을 지냈다. 정무위 민주당 간사인 김병욱(재선⋅경기 성남분당을) 의원도 한국증권업협회(현 금융투자협회) 출신이다.

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이들 의원은 정치권과 정부의 '줄다리기'에 난처한 표정이다. 공매도 금지 조치는 작년 코로나 사태로 증시가 급락하자 이를 보완하는 차원에서 도입됐다. 전문가들은 시중 유동성이 주식시장으로 대거 몰리면서 증시 과열 우려까지 제기되는 상황에서 공매도 금지를 연장할 명분이 없다고 본다.

금융위는 전날 공매도 재개 발표를 당과 협의하진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상황을 급박하게 봤다는 것이다. 코스피·코스닥 거래대금은 전날 64조8586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내 증시의 일별 거래대금은 통상 30조원 수준이다.

하지만 작년 연말부터 갑자기 증시에 불이 붙으면서 상황이 복잡해졌다. 시장에서는 최근 주가 상승 동력이 거액자산가는 물론 직장인, 주부 학생까지 자산시장에 뛰어드는 패닉 투자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투자 인구가 늘어나면서, 선거 표심에 투자자들의 투자심리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부각됐다. 정치권이 투자자들의 투심(投​心)을 의식할 수 밖에 없게 된 것이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원칙적으로 공매도가 재개되어야 한다는 데는 공감한다"면서도 "하지만, 만약에 3월에 금융위가 공매도를 재개하고 주가가 폭락하기라도 하면 개인투자자들의 원망은 고스란히 현 정권의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했다.

공매도 해제일(3월 16일) 한달 후인 오는 4월 서울시장 부산시장 보궐선거 등이 예정된 것도 신경쓰이는 부분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아무래도 동학 개미라고 불리는 개인투자자에서 서울 수도권 비중이 높을텐데, 선거를 준비하는 정당 입장에서는 이들 입김이 부담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공매도가 일방적으로 개미투자들에게 불리한 제도로 몰아붙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집값 폭등을 두고는 난리를 쳤던 사람들이 주가 이상 급등에 대해서는 아무말도 하지 않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동학개미에 정치권이 올라타는 행위는 적절치 않다"고 했다.

민주당 정무위 간사인 김병욱 의원은 "과거에 일어났던 불법 공매도 사건을 확대 재생산해서 과잉 우려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시장을 관리하는 입장에서는 시장 상황을 최대한 합리적이고 냉정하게 바라봐야 한다"고 했다.

김 의원은 국회가 작년 불법 공매도 처벌 강화 관련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것도 이번 논란으로 퇴색되는 것으로 보여 불만이라고 했다. 김 의원은 "불법 공매도 처벌하는 법적 근거를 만들고 과징금도 강화하는 등 세부 조항들을 만들고 있는데, 대책 마련이 전혀 안된 것처럼 논의를 돌리는 것은 문제"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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