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민 교수의 펀한 기술경영]<248>혁신의 실패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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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성은 마치 수수께끼 같다.
종종 예상치 못한 결론에 다다른다.
결과는 예상외로 나타났다.
활황을 예상하면 어느 기업이든 투자를 늘리기 마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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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성은 마치 수수께끼 같다. 종종 예상치 못한 결론에 다다른다. 창의성과 끈덕짐의 관계도 그렇다. 상호 간의 궁합은 둘째치고 반대를 향해 선 듯하다.
누군가 시험해 봤다. 우선 첫 10분 동안 아이디어를 최대한 내놓도록 한다. 언뜻 끝난 듯한 시험은 실상 이제부터 시작이다. 참가자들에게 10분을 더 준다면 아이디어를 얼마나 더 내놓을 수 있냐고 묻는다. 그런 후 10분을 더 주고 다른 아이디어를 써 보게 한다. 결과는 예상외로 나타났다. 많은 참가자가 자신이 가능하다고 생각한 개수보다 더 많은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창의성은 끈덕짐과 무관하지 않은 셈이다.
혁신에서 실패만큼 매력을 끄는 주제도 없다. 예전엔 실패를 그뿐으로 여겼다. 지금 실패는 혁신 통로로 여기기도 한다. 성공의 만능열쇠는 아닐 터다. 그러나 미로를 걸러내는 역할은 분명하다.
거기다 실패는 원하는 결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판단을 말한다. 그러니 판단 기준이 달라지면 결론은 영 달라질 수 있다. 이 묘한 물건을 다룰 줄 아는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엔 결국 차이가 나기 마련이다.
한때 P&G는 표백제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었다. 탈색도 덜 되고 찬물에도 잘 풀리는 제품을 준비됐다. 소매 유통망에 샘플 제품과 쿠폰, 거기에 TV 광고까지 짜 놓았다. 성공의 모든 준비가 된 듯 보였다.
비비덴트란 새 브랜드를 붙이고 소비자 테스트만 남겼다. 경영진은 고민 끝에 미국 메인주 포틀랜드를 장소로 정한다. 미국 동부 끝자락을 택한 이유도 있었다. 시장 강자인 크로락스의 감시망을 피하고자 했다. 그러니 크로락스 본사가 있는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의 정반대편으로 정한 셈이었다.
그러나 정작 반응은 크로락스에서 먼저 나온다. 포틀랜드의 모든 가정에 1갤런짜리 표백제를 공짜로 나눠 준다. 그러니 이곳에선 누구도 몇 달 동안 표백제를 구입할 일은 없어졌다. 거기다 추가 할인 쿠폰까지 한껏 나눠 줬다. 크로락스는 어떤 일이든 감수할 생각임이 분명했다. 시작도 하기 전에 손을 들어야 했다.
반전은 몇 년 후 찾아온다. 소비자는 세탁세제에 표백제까지 섞어서 사용하지 않던가. P&G는 표백제를 세탁세제에 넣은 제품을 출시하기로 한다. 거기다 비비덴트 기술은 찬물에도 잘 풀리고 탈색도 덜 되지 않는가. 이렇게 '타이드 위드 블리치'란 제품이 탄생하고, 최고조 때 판매 5억달러를 넘긴 상품이 된다.
거기다 크로락스가 세제 시장에 뛰어들려 할 때 똑같은 방법으로 되돌려준다. 어떤 비용을 치르든지 시장을 내줄 생각이 없다는 시그널을 분명히 했다. 결국 크로락스는 생각을 접는다. P&G는 브랜드 시장을 어떻게 지켜야 하는지도 덤으로 배운 셈이었다.
얼마 전 세미나 도중에 반도체 가격이 출렁거리는 현상을 다루게 됐다. 활황을 예상하면 어느 기업이든 투자를 늘리기 마련이었다. 그러나 어느 시점에 수요가 꺾이면 가격은 폭락하고 투자 수익은 예상만큼 못하기 일쑤이다.
그러나 다른 셈법으로 따지면 이 현상은 필연이다. 활황과 불황 확률이 반반이면 이 시장에서 선택은 투자여야 한다. 불황을 예상하고 투자를 미뤘다가 자칫 수요가 늘어나면 손해는 날린 수익뿐만이 아니다. 고객도 뺏길 테고, 명성도 물론이다. 거기다 자기 시장을 예측하지도 못하고 예비책마저 부실한 기업을 어떻게 신뢰할 수 있겠는가. 실패를 셈할 때는 다른 주판이 필요한 법이다.
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jpark@konk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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