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백신 접종 간격 연장 두고 의견 갈린 과학계

김우현 기자 2021. 1. 12.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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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를 유발하는 바이러스(SARS-CoV-2)의 입체 구조.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 확산세가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백신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영국을 포함한 일부 유럽 국가들이 백신의 1, 2차 접종 간격을 늘려 1차 접종 대상을 확대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의 평가는 엇갈리고 있다. 

영국 정부는 지난달 "더 많은 사람들이 더 빨리 보호를 받도록 해야한다"며 화이자의 백신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접종 간격을 기존 3~4주에서 12주까지 연장했다. 덴마크도 화이자 백신의 접종 간격을 최대 6주까지 늘리기로 했고 독일 정부 역시 화이자 백신의 접종 간격을 6주로 늘리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접종 간격을 늘린 이유는 백신 물량이 부족한 상황에서 코로나19 확산세를 꺾어보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소수의 사람에게 2번 접종하는 것보다 많은 사람에게 1번씩 접종해 급한 불을 끄고, 2번째 접종 전까지 추가 물량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미국 식품의약국(FDA)을 비롯해 세계보건기구(WHO)와 유럽의약품청(EMA) 같은 기관들은 다소 부정적인 입장을 내놓고 있다. 스티븐 한 FDA 국장은 4일 성명을 통해 "이런 결정은 임상 시험을 통해 평가하고 고려해야 한다"며 "지금 백신의 투약 용량과 일정을 변경하는 것은 시기상조이고 뒷받침할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알레한드로 크레비오토 WHO 면역전문가전략자문그룹(SAGE) 회장은 8일 "영국이나 다른 나라의 결정을 비판하는 것은 아니다"며 "다만 접종 간격이 6주를 넘지 않도록 한 WHO의 주장은 명확한 증거에 근거했다"고 말했다.

화이자 백신의 접종 간격으로 42일을 권장하고 있는 EMA는 더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EMA는 5일 로이터를 통해 "백신에 관한 사항을 변경하려면 더 많은 임상 데이터와 승인 절차가 필요하다"며 "그렇지 않으면 ‘허가 외 사용’으로 간주된다"고 말했다.

○ 접종 간격 연장,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겐 약 될 수도

일부 백신 전문가들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과 스푸트니크V 백신처럼 ‘바이러스 벡터’를 사용하는 백신은 접종 간격을 연장하는 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바이러스 벡터 백신은 전달체 역할을 하는 바이러스의 유전자에 코로나19 바이러스 표면 항원 유전자를 넣어 만든 백신이다. 코로나19의 유전자를 담은 바이러스가 사람 세포에 유전자를 집어 넣으면 세포가 항원 단백질을 만들어 코로나19를 공격하는 항체 생성을 유도한다. 이때 전달체 또한 항체의 공격을 받는데 이 항체들이 없어지기 전 2차 접종을 하면 전달체가 유전자를 넣기 전에 중화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힐데군트 에르틀 미국 필라델피아 위스타연구소 연구원은 “영국과 인도 등에서 수행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임상시험에서 접종 간격이 1~3개월이었고 이때 면역 반응이 개선됐다는 데이터도 있다"며 "영국이 1, 2차 접종 간격을 연장해 다행이다”고 말했다.

접종 간격 연장이 전령RNA(mRNA)를 이용해 만든 화이자, 모더나 백신에 어떤 영향을 줄지는 미지수다. 전령RNA 백신은 코로나19의 스파이크 단백질의 유전정보를 담은 mRNA를 지질로 이뤄진 나노입자로 감싸 인체에 주입한다. 체내 세포가 이 유전정보를 이용해 코로나19 단백질을 만들면 면역세포가 여기에 대응할 항체를 만든다. 

임상시험에서는 mRNA 백신의 1, 2차 접종 간격이 한 달 이내였기 때문에 현재 1차 접종만 받은 사람의 면역 반응에 대해서는 거의 알려진 게 없다. 또 1차 접종을 받고 2차 접종을 받기까지 기간이 길어지면 그 사이 항체에 내성이 있는 바이러스 변종이 출현할 수도 있다.

플로리안 크래머 미국 마운트시나이의대 교수는 "나라면 지금 이런 위험을 감수하지 않을 것이다"라며 "한 국가가 도박하듯이 접종 간격을 연장했다가 바이러스 변종이 생기면 모든 백신에 영향을 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우현 기자 mnch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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