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공매도 재개' 방침에.."영원히 금지를" 靑청원 8만 넘어

류영상 2021. 1. 12.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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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 "개미 피눈물..재연장 해야" vs 금융위 '원칙론' 고수
동학개미 거센 반발..청와대 국민청원 줄이어
[사진 = 한국거래소]
코스피가 사상 첫 3000포인트를 돌파한 가운데 시장에서는 공매도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공매도는 '갖고 있지 않은 주식을 판다'는 의미로, 주가 하락이 예상될 때 주식을 기관 등에 빌려 판 뒤 해당 주식을 다시 매수해 갚으면서 차익을 내는 투자 기법이다. 통상 정보 접근성과 자금력이 떨어지는 개인투자자에겐 절대적으로 불리한 룰인 셈이다.

금융당국은 최근 논란이 일고 있는 공매도 금지 재연장과 관련해 '재연장은 없다'고 일축하며 진화에 나섰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1일 저녁께 "최근 공매도 재개여부와 관련해 문의가 잇따른다"며 "현재 시행중인 코로나19로 인한 한시적 공매도 금지 조치는 3월15일 종료될 예정"이라며 원론적인 입장을 표명했다. 하지만 금융권 일각에서는 향후 시장변화에 따라 제도 도입 시기와 방식 등이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는 시각이 존재한다.

공매도 도입 시 문제는 최근 코스피가 활황인 상황에서 '찬물 끼얹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 이에 개인투자자들은 "공매도는 정보 접근성과 자금력에 있어 기관과 외국인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룰"이라며 재개 연장은 물론 제도 도입 자체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12일 청와대 국민청원에 따르면 '영원한 공매도 금지를 청원한다'는 제목의 국민청원이 오후 3시 7분 현재 8만5025명의 동의를 얻고 있다. 지난해 12월 31일 게재돼 오는 30일까지 동의할 수 있는 해당 청원의 작성자는 "공매도를 금지한 현재 증시에 무슨 문제가 있나"라고 되물으며 "투자 가치가 있는 기업에 돈이 들어가고 투자 가치가 없는 기업에서 돈이 빠진다. 주식시장 운영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가가 할 일은, 금융시장의 참여자들이 더 자유롭고 더 효율적으로 투자를 할 수 있도록 관련 환경을 개선시켜주는 것이지, 어떻게든 국민에게 세금을 뜯어 먹으려고 하고 어떻게든 기관과 외국인을 위해 국민의 돈을 가져다 바치는 일이 아닐 것"이라면서 "만약 공매도를 부활시킨다면 정부와 민주당은 상상도 못할 역풍을 맞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매도 재개 반대 청원은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지난 11일 게재된 '공매도 영구폐지는 경제민주화의 초석'이라는 제목의 청원은 12일 오후 3시 7분 현재 7435명 넘는 동의를 얻고 있으며 같은 날 올라온 '정부는 공매도를 폐지하고 세수를 확보하라'는 청원 역시 4887명 넘는 국민이 동의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지난 11일 금융당국의 공매도 금지 재연장 발표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다.

더불어민주당 양향자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YTN 라디오에 출연해 "동학개미들이 단순히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에 투자하고 있다"면서 "정치도 이들이 과감하고 적극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줄 의무가 있다. 3월 15일까지인 공매도 금지 기간을 재연장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이어 "공매도에 대한 근본적인 의심을 해소하지 못한 상황에서 재개되면 시장의 혼란뿐 아니라 개인투자자들의 반발이 클 것"이라고 덧붙였다.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도 이날 오전 페이스북을 통해 "저는 현재의 주식시장 상태를 분석하거나 예측하고자 하지 않는다. 버블 상태인지 정상화 과정인지, 주가가 하락할지, 더 뛸지에 대한 입장을 갖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제가 관심을 갖고 원칙으로 삼고자 하는 것은 주식시장에서의 '공정'이다. 제도적 손질을 했다고 하지만 현재의 공매도는 불법행위에 구멍이 많은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금융위는 제도적 보완으로 충분하다고 하지만 지난 법안 심사과정에서 누락된 '공매도 금지사유'도 많고 공매도 금지 기간임에도 외국인 투자자들에 의한 수만 건의 불법공매도 의심 사례가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박 의원은 "(불법 공매도) 처벌은 강화했으나 차단에는 답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런 구멍난 불공정한 제도, 부실한 금융당국의 대처로 피눈물 흘리는 것은 다름 아닌 개미 투자자들, 바로 우리 국민"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불공정과 제도적 부실함을 바로잡지 못한 상태에서 공매도를 재개하는 것은 금융당국의 책임을 방기하는 것"이라면서 "배를 타고 있는 국민은 '구멍이 있어 물이 샌다'고 걱정하는데 금융위는 무책임한 선장처럼 '구멍이 작아 문제없다'고 이야기한다. 예고된 일정이니, 재개 하겠다는 게 현명한 일이냐"고 맹비난했다.

반면 시장 전문가들은 "증시 과열과 외국인투자자들의 부정적 인식을 확산시킬 수 있다"며 신중한 모습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코로나19발 위기 등으로) 주가가 급락할 때 공매도를 금지했다면, 지금처럼 상승하고 있을 때 공매도를 재개함으로써 기능이 정상화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것이 합리적인 조치"라며 "해외에서도 여러 국가들이 공매도를 재개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공매도 재개 이후 전망관련 시장전문가들은 "3월15일 공매도 재개 전인 1~2월부터 사전적으로 조정이 일어날 수 있다"면서 "특히, 공매도 금지 조치 이후 크게 올랐던 바이오아 헬스케어 종목들을 중심으로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 코스피 또한 최근 급격하게 오른 터라 일정부분의 조정은 불가피할 것 같다"고 내다봤다.

한편 금융위는 공매도 금지 기간을 추가 연장하지 않는 대신 ▲불법 공매도 처벌 강화 ▲시장조성자 제도 개선 ▲개인투자자 접근성을 확대하는 등 제도개선 방안을 하루빨리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온라인 송년기자간담회를 통해 "개인투자자에게도 공매도 관련 기회를 열어주되 사모펀드 요건에 3억원 이상 경험이 있는 사람을 적격투자가, 전문투자가라고 분류하듯, 공매도에도 전문투자자라는 규정을 둬 일단 허용한 뒤 점차 대상을 확대해 가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류영상 매경닷컴 기자 ifyouare@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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