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도 자주 못봤는데.." 코로나 졸업식 교사·학생 눈물 '왈칵'

황희규 기자 2021. 1. 12.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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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 참석 없는 초교 졸업식..담임교사와 즐겁게
"중학교 올라가면 못 갔던 수학여행 꼭 가고 싶어요"
12일 광주 북구 중흥초등학교 6학년 교실에서 담임교사가 학생들에게 졸업장과 꽃 한송이를 건네고 주먹인사를 하고 있다. 2021.1.12 /뉴스1 © News1 황희규 기자

(광주=뉴스1) 황희규 기자 = 11일 광주 북구 중흥초등학교 6학년 1반 교실에서 학부모 참석 없이 졸업식이 열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비대면 수업이 진행되며 선생님, 친구들과의 만남은 적었지만 여느 때 졸업식 풍경처럼 교실 곳곳에서 눈물이 쏟아졌다.

교실 칠판에는 'happy graduation(행복한 졸업)' 풍선이 붙어있는 등 졸업식 분위기를 물씬 풍겼다.

담임교사는 "어려운 환경에서도 수업에 잘 참여해줘서 고맙다"는 말과 함께 제자들의 손을 꼭잡았다. 제자들의 얼굴을 잊지 않으려는 듯 얼굴을 바라보고 또 바라봤다.

교장 선생님도 마지막으로 학생들을 직접 만나기 위해 6학년 교실을 돌아다니며 졸업 축하 인사를 전했다.

졸업식 전 교사는 학생들에게 수업의 일환으로 '졸업'을 주제로 한 영상 만들기 과제를 내줬고, 학생들이 열심히 만든 영상은 졸업식에서 선보였다.

대부분의 영상에는 친구들과 함께 찍은 사진을 인용해 음악에 맞춰 그동안의 추억을 담아냈다.

학생들은 작년 한 해 코로나19 여파로 수학여행도 가지 못했고, 등교도 제대로 하지 못해 친구들과의 추억은 여느 때보다 많지 않았다.

그럼에도 소소한 추억이 쌓였던 친구들은 영상을 보며 지난 1년간 함께했던 날들을 회상하며 아쉬웠던 마음을 눈물로 드러냈다.

12일 광주 북구 중흥초등학교 6학년 교실에서 열린 졸업식에서 한 학생이 친구가 만든 졸업 영상을 보며 눈물을 글썽이고 있다. 2021.1.12 /뉴스1 © News1 황희규 기자

자신과 인터뷰한 영상도 눈에 띄었다.

"중학교 가면 작년에 가지 못했던 수학여행을 꼭 가고 싶다"고 한 학생의 자문자답에 영상을 보던 친구들도 '나도 수학여행 못 가서 너무 아쉬웠어', '중학교에서는 제발' 등의 말을 연신 내뱉었다.

담임교사도 '벌써 1년'이라는 제목으로 영상을 만들어 학생들에게 보여줬다.

지난 1년간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직접 찍었던 사진과 영상을 한데 모아 만든 영상이었다. 학생들은 영상을 보며 웃고 떠들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임경태(48) 담임교사는 "영상을 만들며 우리 학생들이 너무 안타까웠다"며 "재밌게 즐길 수 있는 많은 프로그램이 준비됐었지만, 학교를 나오지 못하는 학생들을 기억하니 씁쓸했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영상이 끝나고 난 뒤 교사는 졸업장과 함께 준비했던 꽃 한 송이를 학생들에게 건넨 뒤 '주먹 부딪치기'를 하며 마지막 인사를 나눴다.

졸업식의 마지막 순서로 학생들이 준비한 영상이 틀어졌다.

영상에는 학생 한명씩 나와 "그동안 많은 가르침을 주신 선생님 감사해요"라고 하는 등 감사 인사하는 메시지가 담겨있었다.

담임교사는 아무 말 없이 묵묵히 영상을 보다가 "너희 언제 이런 걸 준비했어. 눈물 나겠다"고 말하며 애써 나오는 눈물을 참았다.

영상이 끝나가자 한 학생이 "선생님 화장실 다녀올게요"라고 말하자 학생들은 "저도요"라고 외치며 우르르 교실 밖으로 뛰쳐나갔다.

화장실을 간다던 학생들은 한 손에 미리 준비한 꽃다발을 들고 교실로 들어왔고, 한 학생이 대표로 케이크를 들고 선생님께 다가갔다.

학생들은 그 많은 꽃다발을 선생님께 건네며 "사랑하는 선생님 생일 축하합니다"라고 노래를 부르며 케이크를 내보였다.

미처 생각지도 못한 축하를 받은 담임교사는 참았던 눈물을 흘렸고, 학생들에게 "감동이야. 정말 고맙다"란 말뿐 깊은 감동에 다른 말을 잇지 못했다.

12일 광주 북구 중흥초등학교 6학년 교실에서 열린 졸업식에서 학생들이 담임교사에게 준비한 꽃다발을 건네며 감사 인사를 전하고 있다. 광주지역 졸업식은 코로나19 확산 예방을 위해 비대면 또는 학부모 참석 불가로 진행됐다. 2021.1.12/뉴스1 © News1 황희규 기자

졸업식이 끝나자 교사는 학생들을 4명씩 앞으로 불러 기념사진을 찍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그동안 6학년 담임교사를 하면서 너희를 맡을 때가 가장 행복했어"라며 "그 이유는 학교폭력, 왕따 없이 서로 친하게 잘 지내줘서 정말 고마워"라고 속마음을 털어냈다.

코로나19 확산 예방을 위해 비록 부모들은 졸업식에 참석하지 못했지만, 학생들은 담임선생님과 울고 웃으며 즐겁고 뜻깊은 시간을 보냈다.

김태윤 학생은 "코로나가 빨리 끝나서 중학교 땐 수학여행을 가고 싶어요"라며 "이제 선생님, 친구들과 떨어져 아쉽기도 하지만 중학교에서 새로운 친구를 만날 생각에 설레기도 해요"라고 말했다.

h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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