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 영토분쟁] '통합 새만금시' 출범하나

조현중 호남본부 기자 2021. 1. 12.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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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새만금지구 행정구역 개편안 수면 위 부상
군산·김제·부안, 행정구역 갈등 종지부 찍을까
지방행정연 "새만금지구 단일 행정체계 지정을"

(시사저널=조현중 호남본부 기자)

지난해 11월24일 개통된 새만금 동서도로는 409㎢에 달하는 새만금 매립지를 관통하는 도로다. 전북 김제 심포항에서 방조제 중심부를 연결하는 이 도로는 길이가 20.4㎞나 된다. '새만금내 고속도로'로 불리며 거창한 개통식을 치렀다. 그러나 희한하게도 행정지번이 없다. 행정구역 신청 후 토지 지번이 부여돼야 하지만 군산시와 김제시, 부안군 등 새만금 지역과 맞닿은 지자체들이 '영토분쟁' 소송을 벌이면서 행정구역이 획정되지 않아 빚어진 결과다.

또 지난해 12월 착공한 새만금 수변도시도 행정 체계 문제를 두고 시·군 갈등이 여전해 추후 사업 추진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앞서 군산·김제·부안 등 3개 시군은 새만금개발로 인한 10여년에 걸친 분쟁에 휘말렸다. 군산시와 김제시는 '고군산군도'와 '동서2축도로', '방조제' 등 관할권을 두고 소송을 진행한 바 있다. 행정구역 분쟁 외에도 향후 본격화될 22조원 규모의 새만금 개발과정에서 발생할 개발이익을 둘러싼 갈등도 불을 보듯 예상된다. 

이처럼 새만금 개발이 지역 이기주의로 발목이 잡히는 등 인접 지자체들이 대승적 견지에서 새만금 사업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방조제 관할권을 둘러싼 법적 분쟁이 마무리되 가는 시점에서 행정구역 통합론이 고개를 들고 있는 이유다. 새만금 구역과 3개 시군을 합하든지 아니면 새만금만 떼어내 '새만금 특별시'를 따로 만들자는 여론이 만만치 않다.

새만금 동서도로 개통식 ⓒ전북도

정부, 전북도 산하 '통합새만금시' 유력 검토 

오는 14일 대법원 판결은 오랜 기간 지속된 전북 군산과 김제, 부안 등 3개 시군 간 새만금 방조제 관할권 다툼이 일단락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정부와 새만금개발청은 새만금 행정구역 개편도 추진하고 있다. 대법원 선고와 지난해 말 나온 새만금개발청의 행정구역 개편 용역결과는 새만금 3개 시군의 입장에도 상당한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정부 계획대로라면 새만금에는 2024년 첫 번째 아파트 분양을 시작으로 68만명 규모 인구와 25만명 규모의 농업·제조업·첨단산업·친환경 에너지 관련 종사자가 들어올 전망이다. 

우선 눈에 띄는 게 정부의 움직임이다. 정부는 현재 군산과 김제시, 부안군으로 나뉜 새만금개발지역을 전북도 산하 '통합새만금시'로 개편할 방침이다. 단기적으로는 전북도 산하 출장소를 만들어서 세 지자체로 나뉜 행정·관리 권한을 합친다는 구상이다. 새만금개발청은 지난해 12월 30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행정구역 개편안으로 지방자치단체 및 행정안전부 협의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6월 발주한 새만금 행정체계 설정 및 관리방안 연구용역 결과에 따른 후속 절차다. 이와 관련한 관계기관 최종 보고회는 지난달 29일 마무리됐다. 앞서 새만금개발청은 3개 시·군이 사사건건 주장이 엇갈리자 지난해 6월 '새만금 행정체계 설정 및 관리방안 연구용역'을 의뢰했다. 용역을 맡은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은 최근 "새만금지구를 단일 행정체계로 지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유력 1안 "새만금구역에 군산·김제·부안 모두 합해야"

통합안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1안은 현재 새만금구역에다 군산과 김제시, 부안군을 전북도 산하 '통합새만금시'로 모두 합치는 방안이다. 연구용역에서는 1안이 가장 적절하다는 평가가 나왔으나, 2안으로 현재 등기상 3개 지자체로 편입한 새만금개발지역만 떼서 새로운 행정구역(시)을 만드는 방안도 제시했다.

법 개정과 인구 유입까지 시간이 걸리는 만큼 행정구역을 새로 수립하기 전 임시 행정조직으로는 전북도 산하 출장소를 둔다. 3개 시·군으로 나눠 행정구역을 결정할 경우 방조제 관할권 법정 다툼 사례에서 보듯이 지자체 간 다툼이 끊이지 않아 효율적인 내부개발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분석에서 출발한다. 출장소는 지방자치법에 따라 본청과 멀리 떨어진 지역의 편의와 개발 촉진을 위해 임시로 설치하는 행정기구다. 

앞서 계룡시를 개발할 때 1990년 충남도 계룡출장소를 운영하다가 2003년 논산시에서 분리한 후 계룡시로 승격한 사례가 모델이다.새만금개발청 관계자는 "현재 인허가권은 새만금개발청이 모두 갖고 있지만, 그 외에 민원사무나 관리업무, 일반사무를 각 지자체가 아니라 출장소에서 한 번에 처리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통합시의 지위에 관해서는 협의 과정을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최종 보고를 바탕으로 이제 논의를 시작하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이 개발한 후 자산을 넘기는 세종특별자치시와 같은 형태가 될 수 있고, 광역시나 특별시 등 다양한 형태 중 적합한 지위가 무엇인지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홍준현 중앙대 행정학과 교수는 "새만금지구를 세종시와 같은 특별행정구역으로 지정한 다음 단계적으로 군산, 김제, 부안을 통합해 새만금 광역특별자치시로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여기에 송하진 도지사도 가세하면서 새만금권 광역화의 당위성이 수면위로 떠올랐다. 송하진 도지사는 지난 5일 신년기자회견을 통해 새만금 광역화 논의를 위해 전북도 출장소 또는 제2도청사 설립 등 도청의 일부 기능을 분산해 설치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이 같은 방침은 첫 공식화 된 것으로 향후 새만금 발전을 크게 앞당기고, 전북 광역화에 매우 중대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새만금 방조제 ⓒ전북도

'새만금특별시' 방안엔 3개 지자체 모두 난색

그러나 이 같은 행정구역 개편안에 대한 새만금 3개 지자체의 속내는 종잡을 수가 없다. 논의가 필요하다는 총론에는 공감하면서도 각론에선 제각각이어서다. 표면적으로는 찬성, 유보, 대안제시로 나뉘지만 속내는 갈등을 피해보자는 것으로도 읽힌다. 다만, '특별자치단체'를 설치하는 방안에는 3개 지자체 모두 난색을 표하고 있다. 

강임준 군산시장은 "중장기적으로 통합은 바람직하나 새만금 특별행정구역 지정은 주민 의견 수렴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준배 김제시장도 "대법원 방조제 관할권 판결에 따르면 될 것이라"며 "지자체 통합은 어렵다. 특별자치단체 설치, 임시행정구역 체계도 반대한다"고 밝혔다. 또 권익현 부안군수는 "3개 시·군 통합은 반대한다. 새만금구역만 따로 자치단체를 설치하는 안은 검토할 수 있으나 특별자치단체는 새로운 분쟁을 낳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새만금권 광역화는 새만금개발청의 관련 연구결과가 발표되고, 새해 벽두부터 전북지역 최대 의제로 던져지면서 얼마나 실행력을 갖출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지역 정가의 한 인사는 "새만금 통합시로 가기 위해서는 공론화 과정과 법 개정이 필요한 상황이며, 무엇보다 전북도의 조정력이 시험대에 올랐다"며 "행정구역 조정이 누가 더 많은 땅을 차지하고 잃느냐는 승리와 패배의 개념이 된다면 결코 해결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전북도 관계자는 "대형 국책사업인 새만금을 군산새만금, 김제새만금, 부안새만금으로 나눠 생각하지 말고 대승적 차원에서 받아들여야 한다"면서 "최근 새만금특별시를 따로 만들자는 여론이 비등하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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