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만 막혔던 대못..의료데이터 접근 풀리나

김인경 2021. 1. 12.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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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 복지부·보험업계와 내달 협의체 가동
2017년 국감서 '비공익적 목적' 우려로 데이터 제공 전면 중단
지난해 데이터3법 시행으로 데이터 상업적 활용 기반 생겨
해외 데이터 의존하던 보험업계 기대감 솔솔

[이데일리 김인경 기자] 보험업계의 오랜 숙원인 ‘의료데이터 활용’이 다시 가능해질까.

금융당국이 다음 달 보험업계의 보건·의료데이터 활용을 두고 보건복지부 등과 논의를 시작한다. 보험업계에 닫혀 있는 공공 의료데이터의 빗장이 열릴지 주목된다.

보험업계에서는 의료데이터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데이터가 있어야 고령화 사회를 대비한 신규 상품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지투데이 제공
의료데이터 재개방 논의 협의체, 다음달 가동

12일 업계와 금융당국 등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보건복지부와 업계, 전문가들과 함께 2월 협의체를 구성해 국민건강보험공단(건보공단)이나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 등의 가명 처리(비식별화)된 보건·의료 데이터를 보험업계에 제공하는 방안을 논의한다.

금융위 관계자는 “금융위가 복지부를 적극적으로 설득하고 있다”면서 “협의체에서는 데이터 제공 자체를 무조건 막기보다 우려되는 부분을 해소하는 방법이 없는지 등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데이터3법(개인정보보호법·신용정보법·정보통신망법)이 지난해부터 시행된 만큼, 충분히 논의를 해 볼 수 있다는 입장이다. 개인을 식별할 수 없게 가명 처리된 정보는 당사자 동의가 없이도 활용할 수 있도록 했고 빅데이터의 상업 활용의 근거 역시 법적으로 마련된 만큼, 보험업계에 빗장을 건 보건·의료데이터도 풀도록 이야기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8월 복지부가 내놓은 ‘보건의료 데이터활용 가이드라인’을 보면 보험사의 의료데이터 활용을 금지하고 있진 않다. 하지만 의료데이터 활용을 관장하는 복지부 내 내부심의위원회나 의료계는 연구 목적이 아닌 영리기관의 상업적 목적으로 의료데이터를 활용하는 부분에 대해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상태다.

의료데이터 제공은 보험업계의 숙원 산업이다. 의료데이터 중 하나인 ‘환자데이터세트’를 활용하면 성별이나 연령 등 기본정보에 따른 진료내역, 원외 처방내역과 같은 치료 내용 등을 살펴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미국이나 일본 등 해외 주요 보험사들은 이런 데이터를 바탕으로 상품을 개발하고 요율을 조정한다. 고혈압 환자의 심·뇌혈관 질환 발생 위험도를 산출해 보험 가입에서 번번이 소외됐던 고혈압 환자를 대상으로 한 상품을 출시하고 유병자 가운데서도 사망 위험이 적은 집단의 보험료를 인하해 부담을 낮추기도 한다.

그러나 국내 보험사에는 현재 의료데이터에 접근할 권한이 없다. 한국 보험업계에 의료서비스 제공이 막힌 것은 2017년부터다. 이전만 해도 2013년 심평원이 ‘공공데이터의 제공 및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을 근거로 의료 정보를 개방하며 보건의료빅데이터센터를 운영했고 2014년부터는 보험사도 개인정보를 비식별 처리한 데이터를 받아 상품 개발에 활용했다. 당시 데이터를 토대로 중기간질환 등을 보장하는 상품이 출시되기도 했다.

하지만 2017년 10월 국정감사에서 가명으로 처리된 자료여도 이를 재식별해 개인 정보가 노출될 수 있다면서 보험사가 유병자 등을 보험 가입에서 차별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시민단체도 공공의료데이터를 영리단체인 보험사들이 이용하는 점에 문제를 제기했다. 이후 심평원은 데이터 제공을 3년 넘게 중단하고 있다.

보험사의 의료데이터 활용 경과 일지
해외 데이터 의존하던 보험업계…숙원 풀 수 있을까

상품을 개발해야 하는 보험사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이전에 받았던 데이터를 활용해 상품을 개발하거나 해외 논문과 데이터를 뒤져왔다. 국내에서 당뇨 관련 보장 상품을 준비하려면 호주의 인슐린 치료 통계를, 치매환자의 남은 수명을 알아보려면 일본의 국민생활조사를 활용하는 식이다. 하지만 한국인을 대상으로 보험상품을 만들면서, 문화적인 특성이나 한국인의 생활습관 등과 전혀 관계없는 외국인의 데이터를 참고하다 보니 정보가 정확할 리가 없다. 업계는 해외 통계를 근거로 두면서도, 더 보수적으로 손해율을 잡았고 소비자의 부담도 커졌다. 결국 지난해 3월 생·손보협회는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에 보험사의 공공의료데이터 접근 허용을 건의했다.

보험업계에서는 협의체에서 데이터3법의 취지를 살려 건보공단과 심평원이 가명처리한 비식별 보건·의료데이터를 보험업체도 활용할 수 있도록 건의할 예정이다. 논의가 순조롭게 이뤄질 경우 이를 명문화하는 게 목표다.

보험업계는 의료데이터를 통해 고령자와 유병자의 민간보험을 확대, 사회안전망을 확충하는 동시에 보험료 할인 등 소비자 편익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지난달 금융당국이 밝힌 건강증진형(헬스케어) 보험상품 활성화 방안에 맞춰 다양한 서비스도 제공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사가 영리집단이라는 이유만으로 의료데이터 접근이 배제됐다”면서 “시민단체 등이 제기하는 가명정보의 재식별 우려 등은 별도의 검토나 규정 등을 통해 충분히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인경 (5tool@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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