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3월 재개 발표에 與 반발.."재보선 동학개미 標心 의식했나"

김보연 기자 2021. 1. 12.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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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 공매도 금지 3월 해제 공식화
與 양향자 "개미는 애국자" 박용진 "무책임" 반발
일각선 '시장조치까지 개입하냐' 지적
4월 보선 앞두고 '정치 이슈' 변질 우려

금융위원회가 오는 3월까지 한시적으로 유지되던 공매도 금지 조치 해제를 공식화하자, 여당 의원들이 "개인투자자들의 반발이 엄청날 것" "금융위의 태도가 무책임하다"고 반발하고 있다.

코스피 3000을 이끈 '동학 개미'들에게 불리한 공매도 제도를 강요하고 있다는 것이 이유다. 공교롭게도 12일 코스피가 오후 2시10분 현재 전일대비 80포인트 하락한 3060선에서 거래되고 있어, 금융당국을 향한 여권의 압박이 지속될 전망이다.

하지만 한시적 공매도 금지 조치는 국회 승인이 필요 없는 행정 명령으로, 금융위에 대한 여당의 압박이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장 과열을 일정 정도 조정하는 공매도의 순기능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코스피가 하락 출발한 12일 서울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연합뉴스

◇與 "개미는 애국자" "무책임한 금융위"…'공매도 재개' 반발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와 당 정무위 등에서 활동하는 의원들은 금융위의 공매도 재개 조치에 반발하고 있다. 양향자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YTN라디오에서 "공매도에 대한 근본적인 의심을 해소하지 못한 상황"이라며 "이 상태로 (공매도가) 재개된다면 시장의 혼란뿐만 아니라 개인투자자들의 반발이 엄청날 것"이라고 말했다.

양 최고위원은 개인투자자들이 삼성전자를 대량 매수에 나선 점을 언급하며 "자본시장에도 애국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라며 "동학개미들이 단순히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에 투자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금융당국이) 정치권에서 나오는 이야기라든지 개인투자자들의 여론 등을 (고려할) 여지는 남겨두고 있다고 보고 있다"고 했다.

당내에서 자본시장 전문가를 자처하는 박용진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에 "금융위의 태도는 무책임하다"라며 "제도적 구멍 있는 공매도 재개 강행, 신중하길 재차 요구한다"며 글을 올렸다. 박 의원은 여권에서 가장 먼저 공매도 금지 기한을 연장해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박 의원은 "예고된 일정이니 재개하겠다는 것이 현명한 일인가, 책임 있는 태도인가"라며 "금융당국에게 불법행위에 대한 강력한 처벌과 공매도 재개 재검토를 촉구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 사회의 공정이란 개미투자자들의 피눈물을 빼는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는 일"이라며 "부동산은 살수도 없게 되었으니 저축을 대신해서 투자하고, 내 차 마련이나 노후 자산을 위해 아껴 쓰고 절약해서 투자하는 우리 국민의 ‘소박한 꿈’을 지켜주는 것이 공정"이라고 했다.

◇ 與 "당정협의 없었다"…금융위 전격 발표

공매도는 주가 하락이 예상될 때 주식을 빌려서 판 뒤 주가가 떨어지면 싼값에 사서 되갚아 차익을 얻는 투자 기법이다. 정부는 작년 초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주가가 폭락하자 3월 주식시장 안정화를 목적으로 공매도를 6개월간 금지시켰다. 이 조치는 9월 추가 연장됐다. 그러나 최근 코스피가 3000을 돌파하며 국내 증시가 고공행진하자, 개인투자자들은 주가 하락을 부추길 수 있는 공매도 재개 시점을 한 차례 더 미루자고 주장하고 있다.

개인 투자자와 여권 일각의 반발이 커지고 있지만, 금융위는 전날 밤 공지 문자를 통해 "현재 시행 중인 코로나19로 인한 한시적 공매도 금지조치는 3월15일 종료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금융위는 "3월 공매도 재개를 목표로 불법 공매도 처벌 강화, 시장조성자 제도 개선, 개인의 공매도 접근성 제고 등 제도 개선을 마무리해 나갈 계획"이라며 공매도 추가 연장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공매도 재개 발표는 금융위의 자본시장 관련 실무 담당자들의 결정 하에 긴박하게 진행됐다. 코스피·코스닥 거래대금은 전날 64조8586억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통상 30조원 수준인 일별 거래대금이 2배 이상으로 폭증하자, 시장이 과열됐다고 판단한 것이다.

여권에서는 당과의 협의없이 이뤄진 금융위의 결정에 당황한 분위기가 역력하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공매도 이슈가 커지면서 당정협의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입장을 금융위에 전달했는데, 바로 이런 내용의 발표가 나와 당혹스럽다"고 했다. 다른 여권 관계자 역시 "금융위가 당과 협의해 발표한 내용이 아니다"라며 "전날 거래대금이 50조원을 넘는 등 시장 상황이 너무 급박해 이를 대응하는 차원에서 발표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치권서 '시장조치까지 개입하냐' 자성론도

민주당 일각에선 국회가 금융당국의 시장조치까지 간섭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공매도 금지는 현재 자본시장법 시행령에 규정된 한시적 시장 조치다. 금융당국의 재량으로 시장 상황에 따라 내릴 수 있는 행정 명령으로, 국회의 승인이 필요 없다. 또 내년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개인투자자들의 표심을 얻기 위해 공매도 금지 조치를 '정치 이슈'로 변질시켰다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정무위 소속 민주당 의원은 "시장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조치할 수 있게한 사안까지 국회가 개입하는 것이 적절한지 의문"이라고 했다. 이어 "코스피가 3000이 넘어가면서 상황이 복잡해졌다. 오버슈팅(일시적 폭등)된 상황에서 주가가 떨어질 수밖에 없는데, 공매도를 재개하면 (개인 투자자들은) 주가가 떨어진 것이 정부 탓이라고 할 것이 아닌가"라며 "그래서 공매도 금지 조치를 해제하자고 쉽게 말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이로 인해 공매도가 정치 이슈가 돼버렸다"고 했다.

정무위 소속 국민의힘 성일종 의원은 "국회의원들이 정책 방향을 제시해야 하지만 시장 상황까지 정확히 알 수 없지 않나"라며 "(공매도 재개 문제는) 금융당국 등 시장 책임자들이 판단해야할 문제다. 표를 얻기 위해 정치 쟁점화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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